투명 PI 아직 양산 투자 없어...지금 투자해도 제막장비 반입에 1년

애플에 대한 기대가 한 풀 꺾인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이 유일하게 희망을 걸고 있는 트렌드가 폴더블 스마트폰이다. 태블릿PC 크기 디스플레이를 탑재한다는 점에서 OLED 수요를 단박에 진작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명 폴리이미드(PI)를 공급할 일본 스미토모화학의 행보는 이 같은 전망과 달리 매우 보수적이다. 투명 PI가 폴더블 OLED 생산 핵심 소재고, 아직 단독으로 공급사 지위를 꿰찬 만큼 발빠른 투자에 나서야 할 것 같지만, 현재는 최대한 투자를 자제하고 있다. 스미토모화학은 왜 투명 PI 생산라인 투자를 주저할까.

삼성전자가 지난달 '삼성 개발자 컨퍼런스(SDC) 2018'에서 공개한 폴더블 스마트폰. /KIPOST
삼성전자가 지난달 '삼성 개발자 컨퍼런스(SDC) 2018'에서 공개한 폴더블 스마트폰. /KIPOST

 

베이스필름 외주...양산 투자도 1년 걸려
 

투명 PI의 서플라이체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투명 PI 자체(베이스필름)를 만드는 공정과 여기에 유리와 같은 성질(연필경도)을 띄게 만드는 실리콘 하드코팅 공정으로 구성된다. 스미토모화학은 현재 베이스필름 제조라인은 파일럿 설비만을 갖추고 있으며, 하드코팅은 국내 자회사인 동우화인켐을 통해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폴더블 스마트폰 생산이 본격화되는 시점에는 베이스필름을 파일럿 라인 생산량에 더해 외부에서 대부분의 물량을 조달해야 한다. 스미토모화학은 대만 타이마이드에서 이를 구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투명 PI 공정의 절반은 외주생산에 맡기는 것이다.

아직 스미토모화학이 베이스필름 양산 설비 투자에 나서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투명 PI 베이스필름 양산 투자를 위해서는 합성 라인과 제막장비가 필요하다. 합성은 무수물⋅아민(Amine) 등을 섞어 용액을 만드는 과정이고, 제막은 이를 필름 형태로 뜨는 과정을 뜻한다.

현재 합성 라인 설비는 리드타임이 3~4개월 정도로 짧지만, 제막장비는 일본 업체(시라노) 한 곳에서만 만든다. 이 때문에 발주부터 장비 입고까지 1년이 걸린다. 스미토모화학이 올 연말 안에 양산 투자에 나서더라도 내년 연말까지 양산 체제를 갖추기 어렵다는 뜻이다. 빨라도 2020년 상반기까지는 지금처럼 일부 파일럿 라인과 타이마이드에서 외주 생산한 베이스필름을 통해 투명 PI를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업계 관계자는 “스미토모화학은 투명 PI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며 “그만큼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을 유망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시장 확신 적어, 코오롱인더⋅SKC 존재도 부담

 

삼성디스플레이의 투명 PI 품질조건을 유일하게 통과한 스미토모화학이 양산 투자를 주저하는 것은 향후 시장 수요에 대해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들의 관련 시장 전망치도 제각각이다. IHS마킷은 2020년 폴더블 OLED 패널이 520만개 출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비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는 2020년 1100만개의 폴더블 OLED가 출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2022년 전망치는 IHS마킷이 2310만대, DSCC가 6000만대로 갭이 훨씬 크다. 어떠한 가정들을 넣고 계산하느냐에 따라 수요 전망치가 오락가락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가정은 가격이다. OLED 패널 가격만 170달러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폴더블 스마트폰은 소비자들로부터 가격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핸드셋 시장에서 통상 디스플레이 원가는 완제품 가격의 10%다. 이를 역산하면 폴더블 스마트폰 가격은 1700달러, 약 180만원 안팎에 나올 전망이다.

폴더블 OLED 출하량 전망. /IHS마킷 제공
폴더블 OLED 출하량 전망. /IHS마킷 제공

가격이 비싸도 값어치를 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웬만한 노트북PC를 훌쩍 뛰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폴더블 스마트폰의 사용성은 입력장치의 한계 탓에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김영우 SK증권 기업분석팀장은 “폴더블 스마트폰은 앞서 태블릿PC가 극복하지 못했던 입력장치의 한계를 뛰어 넘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높은 가격에서 오는 저항을 넘어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미토모화학 관계자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용성에서 크게 차별화하지 못한다는 게 스미토모화학이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말했다.

시장에 대한 확신에 더해 국내 경쟁사들의 존재 역시 스미토모화학이 양산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기술 방식과 서플라이체인 구성은 약간씩 다르지만,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는 이미 양산 투자 대열에 들어섰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지난해 연말 양산 체제를 구축했고, SKC는 내년 3분기 중 양산 라인이 완공된다.

중국 로욜이 개발한 폴더블 스마트폰. 어느 회사의 폴더블 OLED가 탑재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로욜 제공
중국 로욜이 개발한 폴더블 스마트폰. 어느 회사의 폴더블 OLED가 탑재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로욜 제공

두 회사 모두 생산능력은 연간 100만㎡씩이다. 이는 7~10인치 폴더블 OLED를 각각 3000만대씩 만들 수 있는 규모다. 향후 수율 제고와 품질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일단 산술적으로 연간 6000만대를 커버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최고급 스마트폰 기종인 ‘갤럭시S’ 시리즈가 연간 4000만~5000만대 정도 팔린다. 코오롱인더스트리⋅SKC의 생산능력만으로 갤럭시S 시리즈 전체를 폴더블 스마트폰으로 출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높은 가격 탓에 폴더블 스마트폰 판매량이 제한적일 것을 감안하면, 투명 PI 생산능력은 이미 시장 수요를 채우고도 남는다.

스미토모화학으로서는 섣불리 양산 투자했다가 코오롱인더스트리나 SKC가 품질인증을 통과하는 순간 공급초과된 시장에서 출혈 경쟁해야 한다. 베이스필름 공정을 외주화해 몸집을 줄이고, 코팅 전문회사로 자리매김하는 게 안전할 수 있다.

한 필름 업계 관계자는 “스미토모화학 자회사인 동우화인켐은 플렉서블 OLED용 터치스크린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으나 삼성디스플레이가 와이옥타(Y-OCTA) 기술을 개발하면서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며 “이 같은 전례를 들어 최대한 보수적으로 투명 PI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투명 PI 생산업체 개황. /자료=유안타증권
투명 PI 생산업체 개황. /자료=유안타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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