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다. 삼성⋅LG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환 전략으로 간신히 시간을 버는데 성공했으나, OLED 역시 전폭적인 투자에 힘입은 중국 업체들이 곧 경쟁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IMID) 2017’에는 중국 업체들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디스플레이 신기술들이 대거 전시됐다.

레이저장비 전문업체인 AP시스템은 OLED의 1인치당 픽셀 수(PPI)를 1000 이상으로 늘릴 수 있는 장비(코로나 FMM)를 소개했다. PPI는 디스플레이 화질을 나타내는 척도로, 현재 상용 OLED는 600 PPI 안팎에 머물러 있다.

AP시스템이 샘플 제작한 825 PPI급 섀도마스크. (사진=안석현 기자)

코로나 FMM은 OLED 증착공정에 사용되는 섀도마스크를 제작하는데 상용된다. 섀도마스크는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는 금속 철판이다. 섀도마스크의 PPI가 OLED의 PPI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에 섀도마스크 PPI를 늘려야 OLED의 PPI도 덩달아 늘어난다. 현재 삼성⋅LG디스플레이가 사용하고 있는 에칭(식각) 방식 섀도마스크는 600~700 PPI 정도가 한계인데, 코로나 FMM으로는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해 최고 1000PPI급 섀도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다. AP시스템은 이날 825PPI급 5.28인치 섀도마스크 실물을 전시했다.

미국 다우케미칼과 독일 머크는 잉크젯 프린팅 공정용 OLED 재료를 전시했다. 현재 상용화된 OLED는 진공 챔버 안에서 고열로 기화시킨 OLED 재료를 기판에 증착시키는 방법으로 생산한다. 두 회사가 개발한 재료는 특수 잉크젯 프린터에 넣어 마치 인쇄하듯 OLED를 찍어낼 수 있다. 고가의 진공 챔버가 필요 없고, 질소가 채워진 상온에서 공정을 진행하기 때문에 생산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현재 삼성⋅LG디스플레이는 두 회사 및 일본 스미토모화학으로부터 잉크젯 재료를 받아 공정을 개발 중이다. 아직 청색 발광체 수명이 증착 재료 대비 70% 수준인 점만 빼면 상용화에 근접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전시한 '월 페이퍼 TV(사진 왼쪽)'와 CSO. (사진=LG디스플레이)

자외선 발광다이오드(UV LED) 광원 전문업체 인피테크는 OLED 엣지 노광용 UV LED 장비를 전시했다. 그동안 OLED 엣지 노광은 수은이 함유된 재래식 램프 광원을 사용했다. 인피테크 장비는 UV LED를 광원으로 사용해 환경 친화적이다. 수은 램프는 3000시간 마다 새 것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비해 UV LED는 3만 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소비전력은 수은 램프의 4분의 1(192W) 수준이어서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인피테크의 UV LED 장비는 엣지 노광공정 뿐만 아니라 봉지 공정에서 유기물 증착 후 경화하는데도 사용된다. 인피테크 관계자는 “초기 비용은 수은 램프보다 높지만, 환경 친화적이고 변동비를 크게 줄일 수 있어 고객사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삼성⋅LG디스플레이도 차세대 디스플레이 패널을 전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플라스틱 도광판 대신 유리 도광판을 적용, 두께를 4.9mm까지 줄인 LCD TV를 전시했다. 도광판은 LED에서 나온 빛을 TV 전면으로 고르게 퍼뜨려 주는 소재다. 그동안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PMMA)를 가공해 썼으나 열⋅습도에 취약하고, 두꺼운 게 단점이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 자체를 스피커 울림판으로 활용, 따로 스피커가 필요없는 ‘크리스탈 사운드 OLED(CSO)’를 전시했다. CSO는 TV용 OLED 뒷면에 진동을 발생시키는 장치(액추에이터)를 달아 스피커 역할을 대신한다. 패널 전체가 스피커가 되기 때문에 임장감(臨場感)을 높일 수 있다고 LG디스플레이는 설명했다.

올해 IMID는 15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17일부터 나흘간 열리며, 총 8만여명의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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