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상반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팔아 벌어들인 매출액의 0.5%를 미국 유니버설디스플레이(UDC)에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1년 이후 매분기 UDC에 OLED 매출액에 비례한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으며, 올해는 처음 연간 로열티 규모가 1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3일(현지시간) UDC는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 1억251만달러(약 1156억원), 영업이익 6051만달러(약 682억원)를 각각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59% 늘었고, 영업이익은 77%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59%다.

UDC가 생산한 OLED용 유기재료. (사진=UDC)

UDC 매출은 OLED 생산업체들로부터 받는 특허 로열티와 적색⋅녹색 인광재료용 도판트(Dopant)를 팔아 벌어들인 수익으로 나뉜다. UDC측은 올해 상반기 업체들로부터 받은 로열티 수익이 크게 늘었고,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받은 로열티가 대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6개월 간 삼성디스플레이가 UDC에 지급한 로열티는 4500만달러, 한화 507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3750만달러(약 423억원)에 비해 20% 증가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UDC에 지급하는 로열티는 OLED 부문 매출액에 비례하도록 계약이 체결됐다. 상반기 삼성디스플레이 OLED 매출액이 9조5700억원이었고, 4500만달러는 0.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2015년 삼성디스플레이 OLED 부문 매출이 12조6000억원일때 연간 로열티는 6000만달러, 2016년 14조9000억원일때는 7500만달러였다. 각각 0.5% 안팎의 요율(料率)이 적용됐다. 올해 삼성디스플레이의 연간 OLED 매출은 20조원을 넘길 예정이어서 연간 로열티 금액은 1000억원을 처음 돌파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이처럼 막대한 로열티를 지급하면서까지 UDC 특허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이 회사의 적색⋅녹색 인광재료용 도판트 특허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이다.

OLED에서 색상을 내는 발광층(EML)은 실제 적⋅녹⋅청색을 발산하는 호스트(Host)와, 호스트에 섞어 수명⋅효율을 높여주는 도판트로 나뉜다. 호스트만으로는 스마트폰⋅TV 등에 들어가는 OLED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도판트를 섞어 써야 한다.

문제는 호스트의 경우 이를 공급하는 업체가 색상별로 최소 서너개에 이르지만, 도판트는 극소수 업체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적색⋅녹색 도판트는 오직 UDC만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특허가 독점적이다.

도판트 생산을 위해서는 이리듐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데, UDC는 이리듐을 이용한 도판트 제조법 자체에 특허를 가지고 있다. 즉 도판트 생산에 이리듐을 쓰는 순간 UDC 특허 침해를 벗어날 수 없다. 이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는 물론,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등도 모두 UDC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LG전자가 OLED TV용 패널로 만든 디지털 사이니지.(사진=LG전자)

다만 올해 12월 31일 삼성디스플레이와 UDC 간의 특허 사용계약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새로운 요율을 정하게 될 지 주목된다. 두 회사는 지난 2011년 8월 특허 사용계약을 체결했고, 이 계약은 올해 연말까지만 유효하다.

올해와 내년 OLED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매출 대비 로열티 비율을 깎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재의 로열티 요율로는 UDC에 지급해야 할 금액이 지나치게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삼성디스플레이에 의존하고 있는 UDC는 어떻게든 현재의 요율 수준을 지키려 한다.

업계 관계자는 “OLED 도판트는 사는 쪽이나 공급하는 쪽 모두 독점 지위를 유지하는 독특한 시장”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와 UDC가 건곤일척(乾坤一擲)의 협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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