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전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에 추가 투자를 단행한다. 애플이 2018년 이후 LG디스플레이 등에 배정할 계획이었던 아이폰용 OLED 일부 물량을 사실상 삼성디스플레로부터 공급받기로 방향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결정한 애플 전용라인 1차 투자분만으로 탕정 A3 라인이 가득 차 신(新) 공장 건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SDC, 애플 전용라인 60K 추가 투자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 전용 OLED 라인으로 6세대(1500mm X 1850mm) 월 6만장 규모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전공정 장비 반입 시점은 2018년 2분기 초쯤이다. 따라서 추가 투자분에 대한 주문은 증착장비⋅레이저소스 등 납기가 긴 장비는 올해 상반기, 기타 범용 장비들은 하반기에 나올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를 위해 캐논도키⋅코히런트 등에 납기 가능 여부를 타진했고, 긍정적인 회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전용 라인으로 투자키로 한 물량은 6세대 월 10만5000장 가량이다. 이번에 추가 투자 계획까지 합치면 애플 전용 OLED 라인 규모만 월 16만5000장까지 늘어난다. 통상 6세대 OLED 라인 1만5000장 투자에 2조원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추가 투자분만 8조원이 넘는 대규모 금액이 집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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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애플 전용 OLED 라인 투자 현황 및 전망. 신공장은 A4(가칭)으로 표시. 단위는 K(천장).

 

애플이 1년에 판매하는 아이폰은 지난해 기준 2억1000만대 정도다. 월 2500만개의 OLED는 모든 아이폰을 LCD에서 OLED로 바꾸고도 남는 수치다.6세대 OLED 기판 1장을 자르면 5.5인치 스마트폰용 OLED가 200개 정도 생산된다. 16만5000장에서는 최대 3300만개까지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수율을 고려해도 최소 월 2500만개의 스마트폰용 OLED를 제조할 수 있다.

 

애플, 2018년 이후로도 SDC서 사실상 독점구매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전용 OLED 라인 1차 투자를 채 마치기도 전에 추가 투자를 결정한 것은 애플이 후발주자로부터 구매할 계획이던 OLED 물량을 삼성디스플레이로 돌렸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 외에 아이폰용 OLED를 공급받기 위해 접촉해 온 회사는 LG디스플레이⋅재팬디스플레이(JDI)⋅BOE 등이다.

이들 중 JDI는 올해 연말쯤에나 첫 중소형 OLED 라인이 가동되는데 6세대 월 3000장 정도로 생산량이 미미하다. BOE는 내년 1분기 중에 1만5000장 규모의 B7 라인이 양산 가동된다. 그러나 BOE의 6세대 OLED 라인 가동은 이번이 처음으로, 수율을 장담하기 어렵다. 앞서 오르도스 B6 라인에서 처절한 실패도 경험한 바 있다.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 외에 믿을 수 있는 대안은 사실상 LG디스플레이 밖에 없는 셈이다.

그동안 TV용 대형 OLED 투자에 공격적이었던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투자에는 보수적이다. 구미 E5 라인은 2015년 투자를 결정해 하반기 첫 가동에 들어가지만, 애플은 E5 라인에 관심이 없다. 핵심인 증착장비로 애플이 선정한 일본 캐논도키 제품이 아닌 선익시스템 제품이 설치됐기 때문이다. 캐논도키 증착장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미 입도선매(立稻先賣)한 상태다.

LG디스플레이 구미 공장 전경.(사진=LG디스플레이)

애플이 원하는 캐논도키 증착장비는 파주 P9 공장 내에 있는 E6에 설치되는데, 내년은 되어야 본격 가동할 수 있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 역시 BOE와 마찬가지로 6세대 OLED 양산 가동이 처음이기 때문에 첫 해 수율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연말 중국 샤오미에 공급한 스마트폰 OLED 역시 수율 문제 탓에 애를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샤오미 향(向) OLED는 6세대 보다 작은 4.5세대(730mm X920mm) E2 라인에서 생산해 대응했다.

 

삼성디스플레이 A4 공장 신설할 듯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애플 전용 OLED 라인 추가 투자에 앞서 신 공장 건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존 OLED 공장인 A3는 설계 용량이 월 12만장 수준인데 이미 1차 투자분만으로 가득차기 때문이다.

LCD 공장을 OLED용으로 전환 중인 L7-1 공장 역시 더 이상 설비를 들여 놓을 여지가 없다. 따라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추가 투자 이전에 A4(가칭) 공장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탕정 A3 공장 남쪽에는 아직 개발하지 않은 빈 땅이 있는데, 이 곳에 A4 신공장이 들어설 전망이다. A3 공장과 같은 크기의 빈 건물을 올리는 데는 6~8개월 정도가 걸렸다. 내년 2분기 중에 장비가 입고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A4 공장은 올해 2분기, 늦어도 3분기 안에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 A4(가칭) 공장 신설 예정 부지. (자료=네이버 지도 캡처)

애플과의 추가 계약은 6세대 월 6만장 정도지만, 향후 설비 투자 계획까지 감안해 설계 공간은 A3와 동일한 월 12만장 안팎의 규격으로 지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로서도 LG디스플레이⋅JDI⋅BOE 등 후발주자를 믿고 가기에는 불안감이 없지 않다”며 “타 업체들의 OLED 기술이 무르익기 전까지는 삼성디스플레이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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