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경기도 파주에 지은 두 번째 6세대(1500㎜ x 1850㎜)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인 E6-2의 장비 반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E6-2는 E6-1과 마찬가지로 일본 캐논도키의 증착장비가 도입된 라인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다만 최근 E6-2의 실제 양산 시기는 애플 아이폰용 OLED 공급 스케줄과 감가상각비 적용 문제를 고려해 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 파주 클러스터 전경. /LG디스플레이 제공

 

 

 

애플 겨냥 E6-2, 셋업 완료 수순

 

 

9일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E6-2의 반입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다만 실제 양산 시기는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6-2는 LG디스플레이 파주 P9 공장 내에 위치해 있으며, 생산능력은 6세대 원판투입 기준 월 1만5000장 수준이다. 앞서 설비가 마무리 된 E6-1과 같은 위치에 동일한 생산능력을 갖춘 ‘쌍둥이’ 라인이다. 

 

E6-1과 E6-2가 LG디스플레이에 의미가 큰 것은 둘 다 캐논도키가 생산한 증착장비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애플은 캐논도키 증착장비를 통해 생산한 OLED에 대해서만 양산승인 절차를 진행한다. 캐논도키 증착장비는 애플 공급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앞서 양산에 들어간 경북 구미 E5 라인에는 국내업체인 선익시스템의 증착장비가 도입됐다. LG디스플레이는 E5에서 생산한 OLED를 화웨이⋅샤오미⋅구글 등 안드로이드 진영 스마트폰 업체에만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E6-1과 E6-2의 완성은 LG디스플레이가 애플에 아이폰용 OLED 공급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는 의미가 된다.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롤러블 OLED. /LG디스플레이 제공

 

다만 LG디스플레이는 E6-2 라인의 양산 가동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올해 애플에 공급키로 한 아이폰용 OLED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가 연말까지 애플에 공급할 OLED는 200만~400만개 사이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담당한 물량이 연말까지 5000만~6000만개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점유율은 10% 미만이다. 

 

이미 상반기 반입이 완료되고 양산 조건을 맞춰가고 있는 E6-1만으로도 200만~400만개 생산은 문제가 없다. 이론상 E6-1에서는 월 300만개의 5인치급 OLED를 생산할 수 있다. 수율 관리만 잘 된다면 E6-1을 한 달만 돌려도 올해 공급할 물량은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수율이 다소 미진하더라도 굳이 E6-2까지 동원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

 

E6-2 양산 시기 조율에는 LG디스플레이의 실적 관련 검토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6-2가 양산에 들어갈 경우, 라인 구축에 들어간 비용(약 2조원)의 감가상각이 시작된다. 2조원에 대한 분기 당 감가상각 비용은 1000억원에 이른다. 양산 가동 후 원활하게 생산되지 않으면 1개 분기에 1000억원을 영업 외 비용으로 감당해야 한다. 지난 2분기 3000억원의 순이익 적자를 기록한 LG디스플레이로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기획했다가 무기한 연기한 E6-3라인 역시 같은 이유로 무산됐다. 당초 애플과의 아이폰용 OLED 공급계약을 낙관했던 LG디스플레이는 올해 4월 입고를 목표로 추가 OLED 라인 구축을 추진했으나 작년 연말 무기 연기했다. 애플의 OLED 물량 배분이 기대에 못미치면서 자칫 감가상각비만 축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LG디스플레이가 예약했던 E6-3용 증착장비는 결국 중국 BOE로 이관됐다.

 

 

▲애플 아이폰X. /애플 제공

 

 

업계 관계자는 “올해 차질 없이 아이폰용 OLED를 공급한 뒤 내년에 최대한 많은 물량을 따오는 게 LG디스플레이의 지상과제”라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E6 라인 추가 투자는 한동안 재개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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