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디스플레이용 소자로 각광받고 있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를 디스플레이 화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부터 재투자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전후 LED 업체들이 투자해놓은 MOCVD는 디스플레이용 LED를 생산하기에는 파장과 휘도 균일성(Uniformity)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파장 오차 2nm 이내로 줄여야


마이크로 LED를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 위해 MOCVD 재투자가 필요한 것은 우리 눈의 민감성 때문이다. 인간의 눈은 디스플레이 내 인접 화소와의 빛 파장 오차가 2나노미터(nm) 이상 벌어지거나 밝기(휘도) 차이가 2% 이상 커지면, 이를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TV 화면 속 같은 흰색이라도 파장이 다르면 ‘불량화소’로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LED 에피웨이퍼 생산 장비인 MOCVD. /비코 제공


따라서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위에 올라가는 LED 빛의 파장 오차는 2nm 이내, 밝기는 가장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의 차이를 2% 이내로 줄여야 한다. 최재혁 한국나노기술원 박사는 “조명이나 자동차에 쓰이는 LED라면 파장 격차와 밝기차가 생기더라도 큰 상관이 없다”며 “디스플레이는 1개의 마이크로 LED가 1개의 서브픽셀이 되기 때문에 균일성 지표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각 LED의 파장과 휘도는 LED를 만드는 첫 관문인 에피웨이퍼 공정에서 결정된다. MOCVD는 사파이어 웨이퍼 위에 질화갈륨(GaN) 및 금속층을 성장시키는 장비다. 1200℃ 고온 공정에서 에피웨이퍼가 생산되는데, 온도를 얼마나 균일하게 컨트롤하느냐에 따라 LED 완제품의 균일도가 결정된다. 통상 1200℃에서 1℃ 온도가 틀어질때 마다 빛의 파장이 1.5nm 정도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같은 시간, 같은 MOCVD 안에서 만들어 진 LED라도 웨이퍼 상의 어느 위치에 있었느냐에 따라 파장과 밝기가 제각각이다. 이 격차가 커질수록 마이크로 LED를 디스플레이용으로 활용하는 것은 어려워진다.


이미 투자된 MOCVD, 조명용에 그쳐


문제는 현재 국내 LED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MOCVD가 균일성 측면에서 규격이 까다롭지 않은 조명용이라는 점이다.

국내서 MOCVD 투자 붐이 일어난 것은 지난 2010년 전후다. 삼성LED(현재 삼성전자에 흡수합병)와 LG이노텍이 MOCVD 공정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세계적으로 MOCVD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당시 MOCVD 1대 가격은 30억원 안팎. 삼성LED가 200여대, LG이노텍도 140여대 이상 구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 회사가 MOCVD에 투자한 금액만 1조원이 넘는 셈이다.


2010년 전후로 투자했던 MOCVD는 현재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가 요구하는 균일성 측면에서는 크게 못미친다. 당시 LED는 가정용 조명이나 LCD TV용 광원에 주로 쓰였다. TV용 광원은 도광판이라는 플라스틱 패널에 LED 빛이 모인 후, 이를 LCD 전면에 뿌려주는 방식이다. LED가 개별 화소로 작동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각 LED의 균일성 기준이 까다롭지 않다.


▲마이크로 LED 소자.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조명용 LED도 마찬가지다. 보통 LED 패키지 수십개가 모여 하나의 LED 조명을 구성하기 때문에 개별 LED 칩의 파장이나 휘도 차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 때문에 2010년을 전후로 투자해 놓은 MOCVD는 에피웨이퍼 성장 후 칩 사이즈로 절단하는 과정에서 등급(랭크)을 나눈다. 파장과 휘도에 따라 품질을 구분한 후 모두 양품으로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나 TV에 화소로 들어가는 마이크로 LED 칩은 파장과 밝기의 범위가 매우 좁게 정해지기 때문에 균일성이 낮은 에피웨이퍼는 모두 폐기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2012년 이후 LED 업황이 나빠지면서 삼성전자나 LG이노텍은 더 이상 MOCVD  공정에 투자하지 않았다”며 “디스플레이용으로 마이크로 LED를 개발한다면, MOCVD에 대한 전면 재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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