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브랜드에도 판매

삼성디스플레이가 그동안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만 판매해오던 터치스크린 일체형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일명 와이옥타)를 외부에 판매한다. 와이옥타는 터치 기능 구현 원가가 30% 정도 저렴하고, ‘베젤리스(Bezel-less, 테두리 없는)’ 디자인 자유도도 높다. 


와이옥타 외판 결정은 삼성디스플레이 가동률 제고에는 득이겠지만,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디스플레이 경쟁력 유지에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와이옥타 OLED가 적용된 '갤럭시S9'. /삼성전자 제공



와이옥타(Y-OCTA), 중국에도 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그동안 삼성전자에 묶여 있던 와이옥타 OLED의 영업제한을 풀고, 중국 스마트폰 업체를 대상으로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원래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에 공급하는 OLED는 기술적으로 일정 시차를 둔 제품이다. 리지드 모델은 4~5년, 플렉서블 모델은 2년 뒤진 제품이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는 이 기간을 각각 1년으로 단축키로 했다. 


와이옥타 OLED가 처음 양산 적용된 게 2016년이다. 방침상 중국 공급 제한 기간이 1년으로 줄면 작년 ‘갤럭시S8’에 적용된 와이옥타 OLED 패널을 중국에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와이옥타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주력 생산공장인 충남 탕정 A3와 이번에 새로 가동하는 A4(옛 L7-1)에서 생산한다. 


각각 6세대(1500㎜ X 1850㎜) 기판투입 기준 월 3만장씩, 총 6만장 분량으로 라인이 구축되어 있다. 기판 1장당 5인치급 스마트폰용 패널 200개를 자를 수 있다고 가정하면 월 1200만개씩 생산할 수 있는 셈이다. 최신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6인치급으로 자르면 월 900만개(1장당 150개)씩 생산할 수 있다. 수율 80%씩을 감안해도 5인치 패널은 월 960만개, 6인치 패널은 월 720만개씩 물량이 쏟아져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 탕정 사업장 정문.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그러나 최근 고객사인 삼성전자는 이 물량을 모두 소화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라인업 중 와이옥타를 탑재할 수 있는 모델은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 노트’ 시리즈 두 종류다. S시리즈가 연간 4000만대, 노트 시리즈가 연간 1200만대 정도 판매된다. 


도합 5200만대를 삼성전자가 구매한다면, 연간으로 3000만대 가량 물량이 남는다. 삼성전자 외 고객사를 삼성디스플레이가 확보하지 못한다면, 향후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A3 내 와이옥타 라인과 A4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삼성전자만 바라보고 있을 수 만은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에는 득, 무선사에는 독(毒)



따라서 와이옥타 외판은 향후 삼성디스플레이의 라인 가동률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전히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최신 스마트폰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하고 싶어한다. 올해 화웨이가 출시한 ‘P20 프로’와 오포의 ‘파인드 X’도 플렉서블 OLED를 적용한 모델이다. 둘 다 출고가가 1000달러가 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연간 1000만~2000만대만 구매해줘도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가동률 제고에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와는 달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로서는 와이옥타 외판이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이제 중국산 스마트폰과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차별점이 사실상 디스플레이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와이옥타 OLED를 외부에 판매한다면, 삼성전자와 중국산 스마트폰의 차별점은 브랜드 밖에 남지 않는다. 



▲중국 오포가 최근 출시한 '파인드 X'. 플렉서블 OLED가 적용됐다. /오포 제공



와이옥타 OLED는 터치 기능 구현을 위해 인듐주석산화물(ITO) 필름을 디스플레이 위에 덧대지 않아도 된다. OLED 제조 공정 중에 터치스크린 전극을 동시에 만들기 때문이다. 그 만큼 디스플레이 두께가 얇아지고, 시인정도 좋아진다. ITO 필름을 붙이기 위한 라미네이션 공정도 하나 줄어든다.


베젤(테두리) 폭을 좁히기 위해 ‘투 메탈 COF’를 쓰지 않고, 패널을 뒤로 꺾어 드라이버 IC를 바로 실장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투 메탈 COF를 쓸 때 보다 베젤 폭이 훨씬 좁아져 진정한 베젤리스를 구현할 수 있다. 한 스마트폰 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로서는 폴더블 스마트폰 조기 출시하지 않으면 스마트폰 기술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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