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유기재료 핵심 협력사인 미국 유니버설디스플레이(UDC)와 라이선스 재계약 협상에 돌입한다. UDC는 OLED 적색⋅녹색 발광체의 수명⋅효율을 높여주는 ‘도판트(Dopant)’를 독점 공급하는 회사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이 회사에 지급한 로열티만 7500만달러(약 836억원)에 이른다. 전 세계 OLED 유기재료 업체 중 매출⋅영업이익 독보적 1위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12월 31일로 종료되는 UDC와의 특허 라이선스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현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11년 8월 UDC와 특허 사용계약(라이선스) 및 소재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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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DC가 생산한 OLED용 유기재료. /UDC 제공



당시 계약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는 UDC에 매년 수백억원의 로열티를 지급하는 한편, 적색과 녹색 인광 도판트를 1g 당 수십만원을 내고 구매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15년 6000만달러, 작년에는 7500만달러의 로열티를 UDC에 지급했다. 올해는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생산량이 급증하는 만큼 로열티 규모가 훨씬 커질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UDC는 OLED 생산량에 비례해 로열티를 지급하도록 계약을 체결했다. UDC는 매년 2분기와 4분기 실적발표때 삼성디스플레이 로열티 규모를 공개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이처럼 매년 수백억원의 로열티를 내면서까지 UDC 특허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이 회사 도판트 특허가 워낙 막강하기 때문이다. OLED 발광물질은 실제로 빛을 내는 호스트(Host)와 호스트의 수명⋅효율을 높여주는 도판트로 나뉜다. 


호스트는 적색⋅녹색 색상별로 최소 서너개 이상의 협력사가 포진해있지만, 도판트는 오직 UDC만 생산할 수 있다. 도판트 생산을 위해서는 이리듐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데, UDC는 이리듐을 이용한 도판트 제조법 자체에 특허를 가지고 있다. 즉 도판트 생산에 이리듐을 쓰는 순간 UDC 특허 침해를 벗어날 수 없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라이선스 재계약을 통해 로열티 요율(料率)을 크게 낮춘다는 목표다. 올해부터 최소 2020년까지 OLED 생산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현재와 같은 요율을 유지하면 UDC에 지급할 로열티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UDC 간의 로열티 요율이 공개된 적은 없다. 다만 두 회사 간 주고 받은 로열티 액수로 대략 추정할 수 있다. 2015년 삼성디스플레이 OLED 부문 매출이 12조6000억원일때 로열티는 6000만달러, 2016년 14조9000억원일때는 7500만달러였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UDC의 로열티 규모는 삼성디스플레이 OLED 매출액의 0.5% 안팎으로 유지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올해 연간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부문 매출액은 23조3000억원(키움증권 추정) 안팎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같은 요율이 적용된다면 UDC는 올해 삼성디스플레이에서만 로열티 1165억원 정도를 챙기게 된다.


이에 비해 UDC는 요율 변경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삼성디스플레이 로열티 요율 조정이 곧 매출 성장 정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의 협상에서 한발 물러설 경우, LG디스플레이⋅BOE 등 OLED 후발 주자들과의 재계약 협상도 난항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삼성디스플레이 A3 공장 입구.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양사 간의 라이선스 및 로열티 협상은 다른 유기재료 업체들의 단가 협상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전망이다. OLED 내에 들어가는 각종 유기재료 중 적색⋅녹색 도판트가 가장 비싸면서 삼성디스플레의 협상력이 제일 떨어진다.


이번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적색⋅녹색 도판트 로열티와 소재 가격을 크게 깎는다면 향후 호스트나 공통층 재료에 대한 단가 인하 명분을 획득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OLED 도판트는 사는 쪽이나 공급하는 쪽 모두 독점 지위를 유지하는 독특한 시장”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와 UDC가 건곤일척(乾坤一擲)의 협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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