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LG디스플레이가 경기도 파주 ‘P10’ 공장에 얼마 만큼의 중소형 OLED 설비를 들여 놓을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형 부문 최대 고객사인 애플과의 공급 계약이 좀처럼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공시가 나온 경북 구미 ‘E5’ 및 파주 ‘E6’는 애플 없이도 LG전자와 중국 스마트폰 업체 물량으로 소화할 수 있지만 P10 투자를 위해서는 애플과의 공급계약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한 폴더블 OLED. /LG디스플레이 제공




LGD, 아직 애플과 OLED 공급 계약 못 맺어



28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애플과의 공급계약 여부에 따라 P10 공장 내 6세대 OLED 투자 규모를 월 1만5000장~4만5000장 수준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 LG디스플레이가 E5~E6에 투입키로 한 설비 규모는 6세대 월 3만장이다.  금액으로는 약 4조원 정도다.


만약 애플과의 공급계약에 성공한다면 최대 월 4만5000장 규모까지 P10에 추가 투자할 수 있지만, 실패하면 1만5000장 정도만 투자하거나 투자 시기를 더 늦출 수 밖에 없다. P10 중소형 OLED 투자 규모에 따라 회사의 6세대 OLED 생산능력이 월 3만장에서 7만5000장(4조원~10조원)까지 유동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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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가 애플과의 공급 계약에 목매는 이유는 중소형 OLED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삼성디스플레이만 해도 중소형 OLED 생산분의 상당량을 삼성전자에서 소화 가능하고, 화웨이⋅비보⋅오포 등 중국쪽 고객사 비중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OLED를 만드는대로 팔리는 삼성디스플레이와 달리, 그동안 TV용 대형 OLED 생산에 집중해왔던 LG디스플레이는 상대적으로 중소형 OLED 고객사 기반이 약하다. 


LG전자는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이 6000만대 정도에 불과한데다 아직 OLED를 탑재한 스마트폰 판매 계획이 없다. 중국쪽도 샤오미와 스마트폰용 OLED 공급 계약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샤오미 역시 스마트폰 사업 성장세가 이전만 못하다.


P10 대규모 투자 이전에 애플이라는 전략 고객을 마련해두지 않으면 자칫 만들어 놓고도 팔지 못하는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조차 A3 추가 투자 이전에 애플과의 사전 공급계약을 체결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LGD가 살아야 애플도 산다



반대로 애플이 LG디스플레이와의 공급 계약에 시간을 끄는 건 LG디스플레이가 2018년부터 만족할만한 수준의 중소형 OLED를 낮은 가격에 생산할 수 있느냐의 여부 때문이다.


E5가 내년 상반기, E6가 2018년 하반기 가동 목표를 잡고 있다고 해도, 안정적으로 중소형 OLED를 양산할 수 있는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다. 비록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유일의 TV용 OLED 생산업체이나, 중소형 OLED 생산에 조기 성공할 거란 보장이 없다. 


LG디스플레이 주력인 TV용 OLED는 스마트폰용 OLED 생산 필수 기술인 파인메탈마스크(FMM) 증착 공정이 필요 없다. FMM 증착은 수 나노미터(nm) 크기의 구멍이 뚫린 FMM을 OLED 기판에 대고, 적⋅녹⋅청 유기물질을 코팅하는 공정이다. 조금만 위치가 어긋나도 디스플레이 픽셀이 틀어지기 때문에 온도에 따른 마스크 인장력 컨트롤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폰7 플러스. /애플 제공



삼성디스플레이는 A2 라인 가동을 통해 증착기 내부 온도에 따라 마스크 인장력을 어떻게 컨트롤 해야 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방대하게 축적돼 있다. 그런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해 A3 1단계 라인이 8개월 동안 수율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LG디스플레이는 파주 AP2-E2 라인에서만 중소형 OLED를 생산해봤는데, AP2-E2는 4.5세대(730mm X 920mm) 기판을 사용한다. 기판 면적이 넓어질수록 FMM 증착 난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E5~E6에서는 수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 낮은 수율을 감수하고서라고 공장을 가동할 수 있지만, 이 경우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


그래도 장기적으로는 애플이 LG디스플레이를 데리고 갈 수 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삼성디스플레이 하나만 믿고 OLED를 아이폰에 적용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큰 탓이다. 향후 폴더블 스마트폰까지 생산 계획까지 감안한다면 삼성디스플레이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진다.


SK증권이 발간한 ‘Apple, 파랗게 물들어가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폰 내 삼성 부품 비중(반도체⋅디스플레이 포함)은 올해 5%에서 내년에 21%, 내후년에는 44%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대부분의 아이폰용 OLED를 애플에 공급하고,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메모리까지 삼성전자가 주요 공급사로 등극한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만약 LG디스플레이가  2018년부터 중소형 OLED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 이 비중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적어도 애플로서는 삼성디스플레이와 OLED 공급가격을 협상할 여지가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외에 OLED를 공급해 줄 업체가 없다는 것은 애플로서도 매우 큰 도박”이라며 “LGD가 얼마나 빨리 중소형 OLED를 생산해주느냐에 따라 애플의 OLED 채택 비중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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