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가 ‘퀀텀닷(QD)’ 띄우기 전략을 연일 강화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양산 체제를 갖춘 QD TV를 넘어 ‘QLED TV’를 미래형 TV로 제시했다.


업계서는 삼성전자의 QD 띄우기를 경쟁 상대인 LG전자 견제용으로 풀이한다. LG전자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을 선점한데 이어 OLED 얼라이언스를 확장하는데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뜻이다.



PL 타입 Vs. EL 타입



그동안 QD를 활용한 디스플레이는 모두 PL(Photoluminescence) 타입 기술이었다. QD가 빛을 받아 다시 정제된 빛으로 내뿜어준다는 뜻이다.



삼성 차세대 TV, OLED 뛰어넘고 QLED로 직행

▲삼성전자 SUHD TV는 PL 타입의 QD 기술이 들어가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는 삼성전자가 양산 중인 SUHD TV 구조를 뜯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SUHD TV의 기본 구조는 기존 LCD TV와 거의 똑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후면 백라이트유닛(BLU) 안에 QDEF(Quantum Dot Enhancement Film) 한 장이 추가돼 있다는 점이다. 


QDEF는 발광다이오드(LED)에서 뿜어져 나온 청색 빛을 받아 순백색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QDEF 안에는 적색과 녹색 QD 입자가 수십억개 붙어 있는데, LED의 청색광이 QD 층을 통과하면서 백색광으로 바뀌는 것이다. 색의 삼원색인 적⋅녹⋅청(RGB)색이 만나면 백색으로 바뀌는 원리는 활용한 것이다. QD를 5~6나노미터(nm) 크기로 제조하면 적색, 2~3nm로 만들면 녹색을 띈다. 


QD를 통과해 만든 백색 빛은 기존 백색 LED 패키지에서 나온 빛에 비해 순백색에 가깝기 때문에 TV의 색재현성을 향상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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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TV내 백라이트유닛(BLU) 구조. QD TV는 확산시트 대신 QDEF가 들어간다. /대신증권 제공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가 얘기하는 QLED TV는 QD TV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QD가 자발광하는 측면을 강조하는 것으로 봐서는 삼성전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EL(Electronicluminescence) 타입 기술을 개발하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QD를 단순히 LCD TV의 색재현성을 높여 주는 보조 역할을 넘어 각 화소(픽셀)를 QD로 구현한다는 뜻이다.


전극이 되는 박막트랜지스터(TFT) 위에 (RGB) 섹터를 만들고, 필요에 따라 각 픽셀을 켜고 끄면서 화면을 구성하는 원리다. 


EL타입의 QLED TV의 장점은 삼성전자가 설명하는 그대로다. 색재현성이 기존 LCD TV 대비 높은 것은 물론이고, 화면의 명암비도 극대화 시킬 수 있다. QD TV는 기존 LCD TV 구조를 차용한다는 점에서 명암비를 끌어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QD가 무기물이기 때문에 OLED 대비 수명이 긴 것도 장점이다. 적석⋅녹색 QD 소자의 수명은 7만시간 이상이다. 하루 8시간씩 TV를 시청해도 20년 이상 수명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EL 타입 구현에 최소 5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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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LED 구조. 각 QD 입자가 화소를 구현한다.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그러나 EL 타입의 QLED TV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우선 적⋅녹⋅청 3원색 구현에 꼭 필요한 청색 QD 개발이다. 


청색 QD는 2~3nm 크기인 녹색 QD에 비해 훨씬 작은 1nm 이하 크기로 제조해야 하는데, 빛의 파장은 짧고 내부 에너지 밀도는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외부에서 에너지를 받는 순간 급속도로 산화되어 버리기 때문에 실제 제품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 QD TV에 아직 청색 QD가 사용되지 못하는 이유다.


만약 삼성전자가 QLED TV를 생산한다면 가장 먼저 청색 QD 소재부터 준비 되어야 한다.


QD 소재를 각 화소에 정확하게 정착시키는 공정기술도 난관이다. 현재 OLED TV는 유기재료를 고온으로 가열해 기판해 증착(Evaporation)하는 방식으로 제조한다. 그러나 QD는 섭씨 50도가 넘어가면 제 기능을 상실하기 때문에 이 방법을 쓸 수는 없다. 


종이에 인쇄를 하듯 QD 소재를 기판에 정착시킬 수도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첨단 잉크젯 프린터와 QD를 잉크처럼 인쇄할 수 있는 소재로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 역시 현재로서는 전혀 준비되지 않은 기술이다. 현재 양산 중인 OLED에도 이 기술은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QLED TV 언제 만들 수 있나



업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QLED TV 개발을 완료하는데만 최소 5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재⋅장비⋅공정기술 등 어떤 것 하나도 쉽게 개발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아직 개발도 안 된 QLED TV를 앞세우는 이유는 LG전자 견제용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LG전자가 OLED TV를 통해 고가 TV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기존 SUHD TV만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메이저 TV 메이커들이 OLED TV 진영에 참여하는 것이다. 현재 글로벌 TV 시장 3~5위는 소니⋅하이센스⋅TCL인데, 이들 중 한 곳이라도 OLED TV를 정식 출시한다면 TV 시장 전체가 OLED TV 판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최소 2~3년은 OLED TV용 패널을 생산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시장이 OLED TV로 돌아서면 삼성전자는 속수무책으로 시장을 빼앗길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TV 시장 1위인 삼성전자가 QLED TV를 지속적으로 띄우면 주요 TV 메이커들이 쉽사리 OLED TV 진영에 참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며 “삼성전자가 아직 개발하지도 않은 QLED TV를 내세우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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