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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개발 업무를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연구소로 재(再)이관했다. 기존 사업부 개발실 소속에서 연구소로 관련 업무가 이관됐다는 것은 당장 양산에 나서기에는 기술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뜻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전용 OLED 라인 건설에 나서면서 투자 우선 순위에서 대형 OLED가 중소형 OLED에 밀렸다는 해석도 있다.



대형OLED개발팀, CTO 연구소로 이관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김혜동 상무가 담당하던 대형OLED개발팀을 김성철 CTO 산하 연구소로 이관했다. 대형OLED개발 업무는 원래 CTO 연구소에서 출발해 남효학 신규사업팀장(부사장) 차원에서 사업화 기회를 계속 타진해 왔으나 연구소로 되돌아가게 됐다.


이로써 당장 1~2년 안에 삼성디스플레이가 TV용 대형 OLED 사업화에 나설 가능성은 극히 낮아졌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라인 투자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남효학 부사장 휘하에서 이탈해 선행개발을 담당하는 연구소에서 관련 업무를 되돌렸다는 건, 그만큼 기술 완성도가 낮다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남 부사장의 신규사업팀은 그동안 애플 OLED 전용 라인 구축과 TV용 OLED 신설을 동시 추진했으나, 앞으로는 애플에 공급할 중소형 OLED 라인 구축에만 집중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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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사진 왼쪽)과 남효학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 /KIPOST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신임 대표인 권오현 부회장은 물론 전사 경영 전반을 맡고 있는 이동훈 실장, 설비 투자 담당인 남효학 부사장 모두 TV용 OLED 사업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단기간 내에 삼성디스플레이가 TV용 OLED 양산 투자에 나설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번 인⋅유기재료 로스 해결 못한 듯



삼성디스플레이가 TV용 OLED 투자 속도조절에 나선 것은 OLED 특유의 번 인(열화) 현상과 유기물 탈락(로스)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OLED는 특정 부위에 장시간 정지 화상을 띄어 둘 경우, 해당 부위 유기물의 수명이 짧아지는 번인 현상이 발생한다. 스마트폰은 정지 화상을 장시간 띄우는 경우가 적다. 반면 TV는 화면 우상단 방송사 로고나 좌상단 시청가능연령 표시 등 장시간 동일한 화상을 띄워야 하는 경우가 많다. 번 인이 발생하면, 화면이 전환된 후에도 화면 우상단에 방송사 로고 잔상이 남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유기재료를 사용하는 OLED만의 불가피한 단점이다.


현재 시장에서 사용되는 화이트OLED(WOLED)의 제조 방식이 유기재료 소모량이 많다는 것도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부담이다. 적⋅녹⋅청(RGB) 유기재료를 수평으로 증착하는 중소형 OLED와 달리 WOLED는 황색(Y) 유기재료와 청색(B) 유기재료를 수직으로 증착한다. TV 전체 면적에 고르게 YB를 쌓아 올리는데, TV 면적이 넓은 만큼 유기재료 사용량도 많다.


고열로 기화시킨 유기재료를 기판에 붙이는 증착 공정 특성상 기판에 붙지 않고 탈락되는 유기재료의 양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유기재료를 증착이 아닌 잉크젯 프린팅 방식으로 인쇄하는 방법도 검토했으나 아직 신뢰도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 역시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으로 부터 받은 잉크젯 프린팅 장비를 E4 2라인에서 시험 중이지만, 청색 유기재료의 수명이 현저히 떨어져 아직 양산에 적용은 못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 OLED 올인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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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 4월부터 애플에 아이폰용 OLED를 공급할 예정이다. /애플 홈페이지 캡처

 



TV용 대형 OLED 투자 여부를 놓고 장고를 거듭했던 삼성디스플레이가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중소형 OLED 투자 속도에는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 4월부터 애플에 아이폰용 OLED를 공급하기 위해 탕정 A3 라인에 애플 전용라인 구축을 추진 중이다. A3 라인은 이미 지난해 연말 1차 발주가 나갔던 장비들의 입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애플 전용 라인은 물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중국 화웨이 등 외부 고객사를 위한 설비 투자도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현재 A3 라인은 24시간 쉬지 않고 증설 작업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잉크젯 프린팅 공정이 양산 가능하고, LG디스플레이를 단기간에 추월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는 전제 하에 TV용 OLED 투자에 나설 것”이라며 “그 전에는 중소형 OLED 투자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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