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반도체 자회사인 서울바이오시스가 에피웨이퍼 공정 증설을 위한 안산 공장 기초 공사에 들어갔다. 다음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으로 공모한 자금으로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를 추가 도입할 전망이다.


수요 부진에 중국발 공급과잉이 겹친 LED 시장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감가상각비의 덫’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D동 4⋅5층 유틸리티 공사

 


현재 서울바이오시스의 MOCVD 대수는 120여대 안팎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업체들 중에는 삼성전자(180여대), LG이노텍(130여대)에 이어 근소한 차로 3위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정부 보조금을 무기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 중인 중국 사난(Sanan)과의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난의 MOCVD 대수는 180여대 정도였지만 올 들어 증설 투자를 단행하면서 230여대 수준으로 늘었다. 연말까지 280여대로 더 증가할 예정이다.


장치산업 특성상 MOCVD 대수가 늘어날수록 사파이어 웨이퍼, 특수가스 등 원재료를 싸게 조달해 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MOCVD 경쟁에서 밀리면 가격 경쟁에서 승부하기 어렵다. 한때 LED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던 LG이노텍 조차 중국 저가 공세에 밀리면서 최근 LED사업부 처리 방향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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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바이오시스 경기도 안산 공장 D동. MOCVD 반입을 위한 유틸리티 공사를 최근 시작했다. /자료=네이버지도



이 때문에 서울바이오시스는 지난해부터 MOCVD 증설을 검토해왔으며, 최근 투자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서울바이오시스 D동 건물 4⋅5층은 MOCVD 장비 반입을 위한 유틸리티(전기 및 수도) 공사를 진행 중이다.


다음달 상장으로 공모한 자금과 일부 차입금을 더해 MOCVD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승자의 저주’ 피할 수 있을까

 


문제는 LED 시장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섣불리 투자 규모를 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모회사이자 서울바이오시스의 최대 고객사인 서울반도체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 57억3200만원을 기록하면서 1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났다.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은 1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5% 감소했다.


이는 LED 주요 매출처인 TV 시장이 침체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신흥 LED 업체들의 가격 공세가 갈수록 극심해지면서 국내 업체들이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LED용 MOCVD 장비. LED 업체 양산능력을 측정하는 척도다. 서울바이오시스는 현재 약 120여대의 MOCVD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엑시트론 제공


중국 정부는 LED 업체가 MOCVD 1대를 설치할 때 마다 실비의 60~70%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사난이 지금까지 수령한 보조금 규모만 10억위안, 우리돈 1850억원에 이른다. 


국내 업체들 대비 설비 투자 비용 및 감가상각비 부담이 적은 중국 업체들은 LED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다.


자체 자금으로 설비 투자를 단행하는 서울바이오시스 입장에서는 MOCVD를 더 들여놓는다 해도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정면 승부하기는 힘든 형편이다. 자칫 감가상각 부담만 늘고 실적이 예상만큼 받쳐 주지 못하면 ‘승자의 저주’에 걸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LED 칩 업계는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을 오르는 형세”라며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고, 계속 페달을 밟자니 힘에 부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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