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광주광역시 발광다이오드(LED) 공장 문을 닫는다. 극심한 가동률 저하 속에 공장 가동 비용이나마 절감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1대당 30억원 안팎을 주고 구입한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 30여대 중 절반은 중국 LED 업체에 매각키로 했다. 나머지 절반도 매수자를 찾고 있다.

 


9월 1일부로 가동 전면 중단

 


LG이노텍은 이달 1일부로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LED 공장 가동을 완전히 멈추고, 내부 정리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광주 LED 공장 내에는 MOCVD 30여대가 설치돼 있으며, 이 중 절반은 중국 카이스타에 매각키로 했다. LG이노텍이 카이스타에 MOCVD를 무상으로 넘기는 대신, 카이스타는 LG이노텍에 MOCVD 금액에 상응하는 LED 칩을 공급하는 조건이다.


나머지 절반은 다른 LED 업체에 매각하기 위해 중고 장비 전문 브로커를 수소문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는 물론 해외 LED 업체들까지 공급 과잉 탓에 가동률이 크게 저하돼 있다는 점에서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LG이노텍의 LED 전()공정(에피웨이퍼) 라인은 당분간 경기도 파주 사업장에 남은 MOCVD 100여대만 운영된다. 


이번 광주 LED 공장 폐쇄는 최근 LG그룹이 LG이노텍 LED 사업부에서 진행 중인 고강도 경영진단과는 별개로 결정된 사안이다. LG이노텍은 지난해 MOCVD 라인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지자 전공정 일감을 파주 사업장으로 일원화했다. 사실상 지난해부터 광주 LED 사업장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올해 들어서는 필수 인력만 남긴 채 공장 기능을 해체했으며, 지난 1일부로 최종적으로 공장을 폐쇄했다.



파주 공장 MOCVD도 매각 나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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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치 에피웨이퍼 공정용 MOCVD 장비. /자료=엑시트론



LG이노텍이 광주 LED 공장을 폐쇄한 것은 전공정 생산능력의 20% 축소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광주는 LG이노텍 LED 사업부는 물론, 국내 LED 산업에 상징적인 도시다.


한때 양산능력의 척도로 여겨지던 MOCVD 매각 작업에 나서면서 파주에 남은 100여대의 MOCVD 역시 매각 수순에 돌입할 수도 있다. 장치산업 특성상 양산능력을 줄일수록 비용은 절감되지만, 원가 경쟁력은 악화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LED 업계 역시 중국처럼 지속적인 투자로 원가 경쟁력을 높이거나 아예 발을 빼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기준 LG이노텍 LED사업부 가동률은 65% 이하로, 손익분기점(BEP)을 맞추기 위한 75%까지는 갈 길이 멀다. 


상반기 LED사업부 적자만 700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고가의 라인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특히 이번 경영진단 이후 LED 사업부 분사 내지는 매각 결정이 내려진다면 아직 감가상각비 부담이 높은 전공정을 남겨둘 명분은 사라진다.



LG이노텍 단기 실적은 개선 전망

 


LG이노텍이 LED사업부 다이어트에 돌입하거나 아예 분사⋅매각에 나설 경우,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를 잃게 된다. 그러나 중단기 회사 실적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장 가동에 따른 유동비와 감가상각비를 절감할 수 있고, 장비 매각에 따른 일회성 수입이 다소나마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LG이노텍은 ‘LED 빼고는 다 좋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타 사업부 실적은 견조하다. 지난 1분기 광학솔루션, 기판소재사업부가 각각 451억원과 47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전장부품 사업부 영업이익도 100억원에 달했다. 2분기에도 광학솔루션⋅기판소재사업부가 445억원⋅416억원의 흑자를, 전장부품 사업이 3억원의 흑자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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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분기까지는 실측치, 3분기부터는 추정치다. /단위=억원



이 기간 LED 사업부 적자 규모는 각각 330억원, 375억원 수준이었다. LED사업부만 없었다면 전사 영업이익 규모가 1000억원에 육박한다.


광주 LED 공장은 지난해 이미 가동을 멈췄다는 점에서 당장 국내 소재⋅부품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으나, 장기적으로는 피해가 불가피하다.


특히 LED 생산 기초 소재인 사파이어 웨이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 현재 국내서 LED MOCVD 공정을 가지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 LED사업부와 LG이노텍, 서울바이오시스 3곳 정도다. 


LG이노텍이 MOCVD 설비량을 줄이고 해외 매각에 나서면 국내 사파이어 잉곳⋅웨이퍼 업체들에게 타격이 될 전망이다.


현재 LG이노텍이 사용하는 사파이어 웨이퍼는 일진디스플레이⋅OCI⋅SSLM⋅DK아즈텍 등이 공급하고 있다. 가뜩이나 가동률⋅단가 하락 탓에 실적이 악화된 사파이어 잉곳⋅웨이퍼 업체들로서는 더 큰 시련이 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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