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LG이노텍 발광다이오드(LED) 사업부에 대한 고강도 경영진단을 시작했다. 지난 2010년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이후 분기 기준 실적에서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한데 따른 질책성 감사다.


주요 고객사인 LG전자 TV 사업 부진에 따른 동반 실적 악화 탓이기는 하지만, 앞으로도 LED 사업 전망이 밝지 못하다는 점에서 LG그룹은 LED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LG이노텍, LED 사업 원점 재검토


집중 감사를 받고 있는 LED 사업부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 상반기에도 LED 사업에서만 700억원 가까운 적자가 났다. 


LG그룹은 지난 7월 초 LED사업부에 대한 경영진단을 시작했으며, 이르면 오는 추석 연휴(9월 26일~29일) 이전에 진단 결과를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늦어도 내달 초까지는 향후 LED 사업부 처리 방향과 관련된 방향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에 비해 경영진단이 드문 LG그룹이, 그것도 한 계열사의 특정 사업부만 표적으로 진행하는 경영진단이라는 점에서 진단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이번 감사의 목표는 LED 사업의 향후 자생능력 파악이다. LED는 주력 시장인 TV 시장이 갈수록 부진한데다, 신성장동력인 조명 시장에서 LED 적용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LG전자가 향후 TV 시장 전략을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로 설정함에 따라 갈수록 TV 시장에서 LED 수요는 줄어들 전망이다. 2010년 TV용 LED 백라이트유닛(BLU) 시장을 보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LG이노텍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특히 이번 경영진단에서는 정부 지원금을 무기로 무섭게 성장 중인 중국 LED 업체들과 비교해 LG이노텍 LED 사업부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집중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는 LED 양산 능력의 척도인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 1대를 설치할 때 마다 실비의 60~70%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덕분에 중국 최대 LED 칩 제조업체인 사난(Sanan)은 올해만 100대의 MOCVD 장비를 들여놓을 예정이다. 


사난이 지난해 정부로부터 수령한 보조금은 10억위안, 우리돈 185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LG이노텍의 영업이익을 모두 합쳐도 이에 못미친다. 


중국과 대만에 LED 칩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에피스타도 40여대의 장비를 신규 설치키로 했다.


▲LG그룹이 LG이노텍에 대한 고강도 경영진단에 착수했다. 사진은 6인치 공정용 MOCVD. /자료=엑시트론


LG이노텍 역시 지난 2010년부터 100대 이상의 MOCVD를 설치했지만, 중국 업체들과 비교하면 이미 노후 장비인데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6인치 MOCVD 공정 전환이 무리수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인치 공정은 4인치 MOCVD 공정 대비 20% 정도 생산능력이 증가하는데, 사파이어 웨이퍼의 ‘휨(Bowing)’ 현상이 심해져 수율이 낮아지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사파이어 웨이퍼 두께를 1000마이크로미터(μm)까지 늘려야 하지만 이는 공정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삼성전자 LED사업부와 LG이노텍은 공히 2인치 공정으로 출발했지만, 삼성전자 LED사업부는 4인치를, LG이노텍은 6인치를 선택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TV용 LED로 적용하고 있는 플립칩 LED 생산을 실기한 것도 뼈아프다. 수직형 LED는 LED 칩에 레이저리프트오프(LLO) 장비로 레이저를 쏴 사파이어웨이퍼를 분리, 칩을 수직으로 세워 실장하는 방식이다. 기존 수평형 LED에 비해 열 방출 속도가 빠르지만 LLO 공정에서 불량률이 높아지는 단점이 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루멘스 등로부터 수급하는 플립칩 LED는 LED 칩을 뒤집어 인쇄회로기판(PCB)에 바로 실장하는 방식이다. 역시 열 방출이 빠르고, 와이어본딩이 필요 없어 작은 칩으로 밝은 빛을 낼 수 있다. 기존 수직, 수평형 칩은 와이어 본딩 부위(100µm 안팎X2)에서 빛 손실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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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LED사업부가 생산한 플립칩 LED. /자료=삼성전자


LG이노텍 역시 플립칩 LED 시장에 뒤늦게 동참했지만, 아직 생산량은 소량에 그친다. LG전자는 내년쯤에나 플립칩 LED를 적용한 TV를 내놓을 전망이다.


LED 사업부, 극약처방 나오나


이 때문에 회사 안팎에서는 이번 감사 결과로 LED 사업부에 대한 극약처방이 나올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LED 사업부를 분사한 뒤 매각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보로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 본능⋅본식 형제가 회장⋅부회장을 맡고 있는 희성그룹이 거론된다. 희성그룹은 LG디스플레이에 TV용 BLU를 공급하고 있어 사업 시너지 효과가 높다. LED 조명 사업과 관련된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이 LED사업 처분과 관련해 사업부 매각까지 포함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며 “실제 매각에 나선다면 희성그룹이 LG그룹에 비해 사업 오버헤드(간접비)가 작고, LED 사업에 의지도 있는 만큼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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