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업체들이 배터리 안전성 시험 중 가장 까다로운 '못 관통시험'을 생략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셀 내부 니켈 함량이 높아지며 이를 통과하기가 극히 어렵고, 배터리 사용 환경을 감안할 때 꼭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LG전자 G6에 들어갈 배터리 못 관통시험을 하는 모습.(사진=LG전자 공식블로그)

26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업체들은 납품하는 니켈리치(설명 써주고) 배터리 셀의 못 관통시험을 생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고객사를 설득해서 합의 하에 못 관통시험을 하지않은 배터리 셀을 납품한다는 것이다.

못 관통시험은 배터리 셀을 못으로 뚫는 시험을 뜻한다. 이를 통해 배터리를 못으로 관통시켜도 폭발하지 않는 안전한 배터리라는 것을 확인한다. 네일테스트(Nail Test)라고도 부른다. 충전이 되지 않는 1차 전지에도 적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유럽을 상대로 못 관통시험을 없애자고 설득한 뒤 제품을 납품하며 시험을 많이 안 하게 됐다”며 “중국 역시 CATL이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배터리 업체들이 못 관통시험을 없애자고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니켈함량이 높아지면서 안정성을 확보하기 힘들어진 업체들이 한계를 느낀 것이 크다. 지금까지 업체들은 못이 셀을 관통할 때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분리막을 코팅하거나 안정적인 소재를 사용해왔다.

최근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양극활물질 중 니켈⋅코발트⋅망간(NCM) 비율에서 니켈함량을 80%로 늘린 NCM ‘8:1:1’(이하 NCM811)을 개발 완료했으며 곧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니켈은 세가지 소재 중 에너지밀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에너지밀도 증가로 인한 에너지양 증가는 전기차 주행거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업체들이 NCM811을 개발해 온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니켈은 소재의 안정성이 높지 않다. 그나마 소형전지는 사용되는 소재의 양이 적어 괜찮지만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는 소재의 양이 워낙 많아 안정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업체들이 못 관통시험 생략을 원하는 두번째 이유는 실효성이다. 차량용 배터리는 모듈과 팩으로 포장된다. 물리적으로 외부에서 구멍이 뚫리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실효성 문제는 IT기기용에서도 동일하게 대두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실생활에서 개 또는 아기가 배터리를 물 상황이 생길 수 있지만, 치아는 절연체이기 때문에 쇼트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여기에 최근 IT기기들이 내장형 배터리를 탑재하며 못 등으로 배터리 셀이 뚫릴 일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배터리 셀을 전기가 통하는 못으로 뚫는 것은 너무 극단적인 실험이었다고 주장한다. 대신 자동차용 배터리의 경우 배터리 셀이 아니라 배터리 팩에서 셀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시험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배터리 팩을 엄격하게 만들어 자동차 안전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스웨덴 자동차 브랜드 볼보는 배터리 팩 안전성을 까다롭게 평가하기로 유명하다. 볼보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팩 부피 대비 50%까지 압착한 뒤 문제가 발생하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사고로 인해 배터리 팩이 찌그러지는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볼보는 현재 플러그인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PHEV) XC60을 해외에 판매 중이다.

김형진 광주과학기술원 에너지융합학제전공 교수는 “배터리 셀 하나하나를 못으로 관통해 시험하는 것은 이제 별 의미가 없다”며 “사고가 날 경우 배터리 팩 내 구조물이나 차량 샤시가 셀을 찌를 수 있기 때문에 배터리 팩이 배터리 셀을 얼마나 보호할 수 있느냐를 평가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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