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에너지 밀도와 충방전 수명을 개선해 차세대 소재로 각광받은 탄소나노튜브(CNT)가 높은 재료 단가 탓에 실제 배터리 생산에 확대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업체들은 CNT 도전재를 기존 도전재 소재인 카본블랙과 섞어(블랜딩) 사용하거나 여전히 카본블랙만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전재는 전지 내부에서 전자의 흐름을 도와주는 물질이다.

현재 삼성SDI와 LG화학은 두 소재를 섞은 도전재를 소형 배터리에 사용한다. 대표적인 제품이 LG전자 노트북 ‘그램’용 배터리다. LG화학은 CNT 도전재로 배터리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 7월에는 ‘나노코리아’에 이 도전재를 사용한 전기자동차용 중대형 배터리를 전시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아직 CNT 도전재를 양산에 적용하지 않았다. 가격대비 성능 향상 정도가 크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CNT 도전재는 가격을 제외한다면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여긴다”며 “아직까지는 CNT를 도전재로 사용할 계획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CNT는 탄소 6개로 이뤄진 육각형끼리 연결돼 관 모양을 이루는 원통(튜브)형 소재다. 전기 전도도는 구리보다 1000배 높고 강철보다 100배 높은 강도를 가진 신소재다. 항공기나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 가능하다. 2차전지분야에선 CNT를 양극 도전재로 사용한다.

CNT를 양극 도전재로 사용할 경우 배터리는 두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나는 에너지 밀도 상승이다. CNT는 기존 도전재인 카본블랙보다 양극재 내부 공간을 덜 차지한다. 배터리 설계(디자인) 시 이 공간을 양극 활물질로 채워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다.

두번째는 충방전 수명 증가다. CNT 소재 구조는 동그란 모양을 가진 카본블랙보다 충방전시 구조 손상을 덜 받는다. 업계는 배터리 충전 완료시 에너지양이 최초 충전시 에너지양 기준 80%이하가 되면 배터리 수명이 다한 것으로 평가한다.

문제는 가격 대비 성능이다. 도전재용 CNT 가격이 카본블랙보다 가격은 7배 가량 비싼 데 비해 에너지밀도는 최대 3~4% 밖에 증가하지 않는다. 이는 CNT 중 가격이 가장 저렴한 다중벽 CNT와 비교할 때 나오는 가격 차이다.

CNT는 탄소 면으로 만들어진 벽의 개수에 따라 단일벽(Single-walled) CNT⋅이중벽(Double-walled) CNT⋅다중벽(Multi-walled) CNT로 나뉜다.

단일벽 CNT는 전기전도도가 가장 높은 반면 대량생산이 불가능해 가격이 가장 비싸다. 반대로 다중벽 CNT는 전기전도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대신 대량 생산이 가능해 가격이 저렴하다. 단일벽 CNT가 카본블랙 대비 약 1000배 가량 비싼 것으로 전해졌다. 단일벽 CNT를 배터리에 적용할 경우 사용되는 도전재 양은 다중벽 CNT 도전재 10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도전재 자체가 배터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에너지밀도 상승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CNT 도전재 적용이 가격대 성능 문제로 확대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공개한 LG화학 CNT 전용 공장 전경.(사진=LG화학)

충방전 수명 증가 효과는 다소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CNT 도전재를 사용한 배터리의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배터리 설계에 따른 편차가 커 ‘다소’ 수명이 늘어난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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