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 설계에 맞춘 전기차 배터리 제작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규격이 확정되면 큰 설계변경 없이 배터리 제조사를 교체할 수 있어 배터리 업체간 시장쟁탈전이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가 독일 폴크스바겐 ‘MEB(Modular Electric Drive Kit)’ 플랫폼에 들어갈 배터리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MEB 플랫폼은 폴크스바겐이 준비중인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이다. 전기차 차체 플랫폼을 개발해 그 위에 모델에 따라 다른 차체를 덮는다. 지난해 9월 파리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됐다.

폴크스바겐은 2021년부터 2028년까지 두번에 걸쳐 총 640만대 분량의 MEB 플랫폼용 배터리 입찰을 진행한다. 폴크스바겐은 이 사업에 배터리팩이 들어갈 공간 크기와 가격, 용량 등 규격을 공지했다. 현재 이 사업에는 국내 LG화학과 삼성SDI 외에도 중국 CATL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폴크스바겐이 요구하는 배터리 물량이 굉장히 많다”며 “동시에 요구가격이 지나치게 낮고 요구성능(에너지밀도)은 너무 높아 멀티벤더를 통한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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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 MEB 플랫폼 개념도(이미지=폴크스바겐)


문제는 가격 및 용량이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크기에 맞춘 배터리를 만드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며 “가격⋅용량 등 완성차 업체가 원하는 스펙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공동개발을 진행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크기에 맞춘 배터리팩을 만드는 것은 큰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제작하기 때문에 공간에 맞춘 배열이 가능하다. 각형 배터리를 제조하는 삼성SDI는 다양한 크기 배터리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어 팩 사이즈에 맞추는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다. 배터리팩은 배터리 셀을 프레임에 넣은 모듈을 모아 배터리관리시스템(BMS)과 냉각장치 등을 추가해 만든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고 MEB 플랫폼과 같은 전기차 대량생산이 이어질 경우, 배터리팩 업체간 플랫폼 쟁탈전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배터리를 사용하던 GM ‘볼트’가 삼성SDI 배터리를 공급처로 바꿀 수도 있고, 삼성SDI의 배터리를 사용하던 BMW ‘i3’에 설계 변경 없이 LG화학 배터리를 넣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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