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주력 사업인 기초소재부문 수요 증가에 힘입어 5년만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그러나 신성장동력인 2차전지 부문은 중국발 규제 사태가 벌어지면서 적자폭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은 지난 2분기 매출 5조2166억원, 영업이익 615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21일 밝혔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7%, 영업이익은 34.5%씩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2.8%, 영업이익은 9.3%씩 늘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2011년 3분기 7166억원 이후 최대치다.

LG화학 전기차용 배터리 셀. /LG화학 제공

다만 사업부별로 뜯어보면 마냥 기뻐하기만은 힘든 수치다. 회사 신성장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2차전지 부문이 지난 분기 이어 적자폭이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LG화학 2차전지 부문은 지난 1분기 영업손실 3억원을 기록, 2014년 4분기 이후 처음 적자가 발생했다. 이번 분기에는 312억원의 손실을 내, 적자폭이 대폭 확대됐다.

2차전지 부문의 대규모 적자는 지난 1월 발효된 중국 정부의 삼원계 배터리(양극재로 NCA·NCM을 쓴 제품) 전기버스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 조치 탓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안전성 문제를 들어 삼원계 배터리 전기버스에 보조금을 중단했지만, 실상은 한국산 배터리로부터 자국 배터리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BYD 등 중국 내 배터리 업체들은 삼원계가 아닌 리튬인산철(LFP)을 양극재로 사용하고 있다.

LFP를 양극재로 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떨어지고 부피가 커, 전기차 회사들은 삼원계 배터리를 선호하는 추세다.

공교롭게도 LG화학은 지난해 10월 중국 난징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준공, 올 1월 본격적인 생산량 증대에 나설 계획이었다. LG화학 중국 난징 공장은 연간 5만대 규모의 전기차(연간 주행거리 320km 이상)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지만, 아직 가동률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LG화학의 국내 오창, 중국 난징, 미국 미시간 배터리 공장의 올해 1분기 평균 가동률은 64%으로 지난해(62.1%)와 차이가 미미하다. 가동률에 변화가 없는데, 신규 설비 증설에 따른 감가상각비가 증가하다 보니 해당 사업부문 영업적자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오는 28일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삼성SDI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SDI도 지난해 6000억원을 투자해 중국 시안공장에 자동차 전지 생산라인 2개를 증설했다. 1월 삼원계 배터리 규제가 터지면서 지난 4월 가동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만큼 주문이 급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 협력사 관계자는 “시안 공장은 올 1월부터 소재⋅부품 주문량이 줄기 시작하더니 4월 들어서는 주문량이 전혀 없었다”며 “중국 정부의 보조금 중단 조치의 직격탄을 맞은 듯 하다”고 말했다. 중국 완성차 제조사 장화이자동차(JAC)는 이달 초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LG화학은 3분기 이후로 배터리 사업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중국의 자국 배터리 산업 육성 문턱을 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도요타,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미국 테슬라처럼 자체 배터리 공장을 짓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테슬라가 생산한 전기차 '모델S'.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폭스바겐은 100억유로(한화 13조2540억원)를 투자해 전 세계 여러 지역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 자동차 회사 도요타는 지난해부터 자체 오모리 공장에서 리튬이온 전지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테슬라는 파나소닉과 50억달러(한화 6조원)를 투자해 35기가와트시(GWh) 규모 생산 능력을 갖춘 배터리 생산시설을 2020년까지 갖출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가 전기차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배터리 공장 신증설에 나서고 있다”며 “배터리 전문업체들은 경쟁사는 물론 고객사(전기차 회사)와도 겨뤄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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