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방점 찍은 케이던스, EDA 시장 1위 시높시스, 지멘스 품 멘토 중 승자는?

반도체 설계 자동화(EDA) 업계가 차세대 먹거리인 자동차·인공지능(AI) 관련 솔루션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EDA 시장은 시높시스와 케이던스, 멘토 지멘스비즈니스가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시높시스와 케이던스는 디지털·맞춤형 반도체 설계 및 사인오프(Signoff), 인터커넥트 및 분석 시장을 양분하고 있고, 멘토는 시뮬레이션 등 검증에 강하다.

이들에게 자동차와 AI는 새로운 시장이다. 아직 뚜렷한 승자가 없는 가운데, 각 업체는 어떤 전략으로 이 시장에 접근하고 있을까.


케이던스, 자동차에 AI를 더하다

 

케이던스는 차량용 반도체 EDA 솔루션에 AI를 접목했다. 특히 자동차에서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센서 시스템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28일 개최된 ‘케이던스 오토모티브·AI 포럼 2018’에는 700여명의 업계 관계자가 참석, 케이던스의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자율주행 4단계 기준 자동차에 탑재되는 센서는 CIS 6개, 레이더 6개, 라이다 1~4개, 초음파 센서 4~12개 정도다. 각 센서에서 나오는 데이터들은 차량 내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프로세서나 인식 전용 프로세서에 모여 처리된다.

 

▲라자 타벳(Raja Tabet) 케이던스 이머징 테크놀로지 사업부 수석부사장(CVP)이 ‘케이던스 오토모티브·AI 포럼 2018’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KIPOST
▲라자 타벳(Raja Tabet) 케이던스 이머징 테크놀로지 사업부 수석부사장(CVP)이 ‘케이던스 오토모티브·AI 포럼 2018’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KIPOST

케이던스는 먼저 아날로그, 디지털, 검증, 패키지(SiP) 등 각 영역별 EDA툴에 모두 ISO 26262 인증을 받았다. 여기에 안전 설계 솔루션과 안전성 분석 및 최적화 도구를 추가했다.

각 센서 중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라이다 관련 EDA 제품군도 있다. 아날로그, 혼성신호 시스템온칩(SoC) 및 미세기계전자시스템(MEMS), 실리콘 광학소자 등 라이다 기술 방식의 대부분을 지원한다.

인수합병(M&A)으로 설계자산(IP)도 보완했다. 현재 자동차 업계는 대부분의 반도체를 반도체 업체로부터 구입해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 자율주행 시대에는 기능 차별화를 위해 핵심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려는 자동차 업계가 많다.

케이던스는 이 점을 공략, 메인으로 오디오, 차량간통신(V2X), 레이더, 비전, 합성곱신경망(CNN) 등에 최적화된 디지털신호처리장치(DSP) IP ‘텐실리카(Tensilica)’ 제품군을 내세웠다. 지난 2013년 텐실리카를 인수해 확보한 제품군이다.

텐실리카는 각 기능별 특화 버전으로 나뉘는데, 이미지 처리용 DSP와 AI DSP를 더하면 자율주행차에서 활용할 수 있는 멀티 코어 DSP 클러스터를 구성할 수 있다. 신경망 컴파일러를 내장한 텐실리카 AI DSP는 모인 이미지 데이터에 신경망(NN) 알고리즘을 자동 적용해준다.

초기 하드웨어를 범용으로 써도 데이터 처리 알고리즘은 각 제조사들이 개발해 반영할 수 있도록 비전 IP 등에는 하이다이내믹레인지(HDR), 실시간 보상, 잡음 방지 등의 기능이 기본적으로 적용됐다.

 

▲케이던스가 제공하는 차량용 반도체 제품군 및 서비스./케이던스
▲케이던스가 제공하는 차량용 반도체 제품군 및 서비스./케이던스

라자 타벳(Raja Tabet) 케이던스 이머징 테크놀로지 사업부 수석부사장(CVP)은 이날 행사에서 “차량용 반도체는 전체 반도체 시장 성장률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반도체 업체가 아닌 부품 협력사나 완성차(OEM) 업체와 직접 차량용 제품군 및 서비스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시높시스, AI 겨냥… 자동차는 소프트웨어(SW)로

 

세계 EDA 툴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시높시스가 겨냥하는 시장은 AI다. 가트너는 AI 관련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 20억달러(2조2440억원)에서 2022년 158억달러(17조7276억원)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시높시스는 AI 반도체를 초기 개발했던 업체들과 함께 데이터 센터용부터 사물인터넷(IoT)용까지 각 시장 영역에 적합한 AI 및 기계학습(ML) 프로세서용 EDA 툴을 발빠르게 개발, 출시했다.

설계구조부터 시제품 시뮬레이션까지에 달하는 검증 솔루션과 전용 디지털 디자인 플랫폼, 머신러닝 설계 툴 ‘프라임타임(PrimeTime)’이 대표적이다. 메모리·인터페이스·아날로그부터 내장용 비전 프로세서에 이르기까지 AI 반도체용 IP 솔루션도 마련했다.

 

▲시높시스의 AI 프로세서 설계 도구./시높시스
▲시높시스의 AI 프로세서 설계 도구./시높시스

시높시스는 앞서 보안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을 인수합병해 세계 보안 소프트웨어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기존 소프트웨어 제품군을 확대해 자동차에 적용, 이미 상위 15개 OEM 업체 중 11개사가 시높시스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차량용 IP 솔루션도 마련했다. 다양한 공정 및 파운드리 업체를 지원하고, 이미 컨슈머 반도체 시장에서 인정을 받은 만큼 신뢰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지멘스 품에 들어간 멘토, 산업·자동차 ‘콕’

 

지난해 지멘스 그룹에 인수된 멘토그래픽스는 지멘스의 산업 솔루션 역량을 결합, 생산 자동화 등 산업 및 자동차 영역으로 사업군을 확장했다. 기존 검증 및 인쇄회로기판(PCB)용 EDA 툴에 차량용, 산업용 등 관련 부품 시뮬레이션·테스트 툴도 추가했다.

 

AI를 따로 앞세우지는 않았지만 멘토의 툴 중에서는 AI에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제품군이 많다. 실제 국내 반도체 IP 업체 칩스앤미디어는 멘토의 고급 합성(HLS) 툴을 활용, 반도체 설계 첫 단계인 ‘RTL(Resister Transfer Level)’에 걸리는 시간을 줄였다. HLS는 C, C++ 코드 등을 자동으로 RTL 코드로 바꿔주는 도구다.

병렬-직렬 송신회로(SerDes), CAN 등 차량용 반도체 관련 툴도 지속해서 내놓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오스템퍼 디자인 시스템(Austemper Design System)’을 인수해 ISO26262를 만족하는 반도체 설계 및 검증 역량을 강화했다.

지멘스는 지난 9월 빌딩자동화 사업본부(BT), 에너지매니지먼트 사업본부(EM), 전력 및 가스 사업본부(PG), 디지털팩토리 사업본부(DF), 공정산업 사업본부(PD)를 세 개의 운영 회사(Operating Companies)로 통합 설립하는 방안의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수직·수평적 통합 작업을 위해서다.

이달 초 한국멘토그래픽스 법인은 지멘스의 한국법인에 흡수됐다. 반도체 설계부터 완성품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 출시할 수 있도록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EDA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AI는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시장이라 모든 업체가 시장 선점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특히 디지털 회로 관련 사업이 중요했던 컨슈머 시장과 달리 자동차 시장은 아날로그 회로 역량도 중요해 케이던스, 멘토 등의 약진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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