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70' 탑재 10만원 대 폰...미디어텍의 중고급 시장 입지 위축 영향

자사 중급 프로세서를 초저가 스마트폰에 장착한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 오포(OPPO) 때문에 미디어텍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포는 가성비 브랜드 리얼미(Realme) 신제품 ‘U1’을 인도시장에서 발표하면서 미디어텍의 중급 프로세서 ‘P70’을 탑재했다.

문제는 P70이 중국에서 주로 2000위안(약 32만3000 원) 이상급 중급 기기에 탑재되는 프로세서란 점이다.

U1 출시가는 인도화로 11999루피(약 19만 원)이며 중국 돈으로 1180위안 가량에 불과해 저가 스마트폰 가격 범위에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더 높은 사양의 스마트폰에 한 단계 높은 스펙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모바일 업계의 추이를 고려했을 때, 오포의 이번 선택은 향후 오포가 2000위안 이상급 스마트폰에 미디어텍의 프로세서를 채용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앞서 샤오미의 경우에도 저가 시리즈에 미디어텍 프로세서를 대량으로 채용하면서 미디어텍의 ‘중고급 시장 진입’을 어렵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오포의 이번 결정으로 미디어텍의 중급 기기 시장 진입에도 보이지 않는 문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미디어텍의 모바일 프로세서 주요 고객 상당 수가 퀄컴 의존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인만큼 미디어텍의 고민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샤오미는 이미 퀄컴과 협력을 확대하면서 일부 모델에만 미디어텍 프로세서를 채용하고 있다. 메이주는 특허 비용 때문에 퀄컴 제품 사용이 많지 않았지만 2016년 퀄컴과 화해 이후 미디어텍 프로세서 사용을 줄이고 있다.

 

오포의 리얼미 'U1'. /오포 제공
오포의 리얼미 'U1'. /오포 제공

 

이어 오포와 비보가 미디어텍의 핵심 고객군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지난해 미디어텍이 하이엔드 프로세서 대신 중급 프로세서 시장에 전력을 다하면서 P23, P30 칩이 두 기업의 제품에 다수 채용됐다. 특히 오포의 경우 미디어텍 칩 비중이 높아 핵심 고객으로 등극했다. 비보 역시 오포 만큼은 아니지만 주요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초 핵심 고객' 오포가 P70을 저가 기기에 사용하는 '가성비' 전략을 강화하면서 미디어텍의 고민도 가중될 수 밖에 없다. 미디어텍의 P70은 쿼드코어 A73+쿼드코어 A53 아키텍처를 채용한 중급 프로세서로서 퀄컴의 중급 프로세서 스냅드래곤660급으로 분류돼 왔다.

미디어텍이 지난해 발표한 P23과 P30은 모두 옥타코어 A53 프로세서 구조이며 성능이 P70에 다소 떨어진다.그간 2000위안 이상 모델에 미디어텍의 프로세서를 장착해 온 오포는 실제 2399위안 가격의 ‘A79’ 스마트폰 모델에 P23을 채용한 이력이 있다.

향후 샤오미를 포함한 중국 스마트폰 기업의 중고급 스마트폰 프로세서 채용 기류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유사한 스펙상에서 샤오미 스마트폰의 판매가가 오포와 비보 스마트폰 제품 가격의 절반 이하 수준인 점을 감안했을 때 미디어텍의 중고급 시장 진출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고급 제품에 퀄컴 프로세서를, 저급 제품에 미디어텍의 프로세서를 채용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미디어텍의 시장 점유율은 더욱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이번 U1 출시가 중국 중급 스마트폰 시장에서 미디어텍 프로세서의 입지 위축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