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음극재 상용화 가시화...CNT도 자동차 전지에 적용

전기자동차 산업이 본격적인 대규모 생산 체제에 접어들면서 배터리 내부 소재 차별화 채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같은 무게⋅부피에 가능하면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소재와 더 저렴한 가격에 조달할 수 있는 재료가 타깃이다.


실리콘 계열 음극재 양산 가시화



6일 업계에 따르면 대주전자재료는 이르면 오는 4분기부터 LG화학에 월 15톤 가량의 실리콘 산화물 음극재를 공급한다. LG화학 외에 한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와도 월 10톤 안팎의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계약을 추진 중이다.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가 공개한 전기차 전용 모델 EQC. 전기차 신형 모델의 주행거리는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벤츠 제공



실리콘 산화물 음극재는 2차전지용 음극재로 쓰이는 흑연을 대체하는 물질이다. 실리콘은 이론상 질량 대비 에너지 밀도(4010Ah/kg)가 흑연(372Ah/kg)의 10배가 넘는다.

그러나 충방전시 부피가 300~400% 팽창하기 때문에 그동안 2차전지용 음극재로 사용하기가 불가능했다. 음극재가 배터리 내부에서 팽창하면 배터리 외벽이 파괴되면서 화재나 폭발 위험성이 커진다. 마치 압력밥솥 내 기체가 팽창하면서 압력이 높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에 비해 현재 2차전지용 음극재로 쓰고 있는 흑연은 충방전시 12% 정도만 팽창할 정도로 안정적이다.

대주전자재료가 개발한 실리콘 산화물 음극재는 충방전 시 팽창되는 정도를 최대한 억제했다. 그래도 아직 흑연 음극재를 100% 대체하지는 못한다. 전체 음극재 투입량 중 5~10%만 섞어서 사용하면 2차전지 에너지 밀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이 정도만 첨가해도 100% 흑연 음극재 대비 에너지 밀도가 30% 제고된다.

현재 양산 전기차 중 주행거리가 가장 긴 모델이 400km 안팎이다. 실리콘 산화물 음극재가 첨가된 배터리를 장착할 경우, 내연기관 자동차에 결코 뒤지지 않는 주행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

대주전자재료는 경기도 안산 본사에 월 20톤 가량의 실리콘 음극재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상반기 착공에 들어간 안산테크노밸리(MTV) 내 공장이 내년 초 완공되면 월 150톤 가량의 생산능력이 추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실리콘 산화물 음극재는 1kg 당 가격이 50~60달러에 달할 정도로 고부가가치 소재”라며 “전기차 업계서도 새로운 음극재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대주전자재료가 개발한 실리콘 산화물 기반의 음극재(왼쪽)와 확대한 모습.  /대주전자재료 홈페이지



반도체용 본딩와이어 전문 업체 엠케이전자 역시 실리콘 기반의 2차전지용 음극재를 개발 중이다. 앞서 대주전자재료의 기술이 실리콘 산화물을 통해 팽창을 억제하는 기술이라면, 이 회사는 실리콘 합금(알로이) 기술을 이용해 음극재 생산을 시도하고 있다.

엠케이전자는 지난 2010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한 ‘세계시장 선점 10대 핵심소재(WPM) 사업’ 국책과제 중 실리콘 음극재 개발 과제에 선정됐다. 아직 양산설비를 갖추지는 않았지만, 충북 음성 공장에 파일럿 규모의 실리콘 합금 음극재 생산 공장을 구축했다. 현재 중국의 한 업체와 양산 공급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리콘 합금 방식은 양산성이 상대적으로 좋고 충전속도가 빠르지만, 충방전 사이클이 1000회 정도로 적은 편”이라며 “이 때문에 자동차 보다는 수명주기가 짧은 애플리케이션에 먼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램’서 검증한 CNT, 자동차용 배터리에도 적용


LG화학은 올해 하반기부터 자동차용 배터리에 탄소나노튜브(CNT)를 적용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전극 반응에 관여하는 양극재는 부도체다. 따라서 전기가 통하는 도전재(컨덕터)가 필요하다. 도전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정량을 넣어야 하는데, CNT는 기존 도전재 소재인 카본블랙(Carbon Black, 미세한 탄소 분말) 대비 도전 성능이 좋아 소량만 사용해도 된다. 같은 부피의 배터리라면, 도전재 양을 줄이는 대신 활물질 양을 늘릴 수 있다. 곧 1회 충전시 충전 전기량이 늘어난다. 도전성이 좋기 때문에 급속충전도 유리하다.

배터리 생산에 사용되는 CNT는 LG화학이 지난해 1월 전남 여수에 구축한 생산시설에서 자체 조달한다. CNT 가격이 kg 당 5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서 가격 대비 성능도 좋아졌다. LG화학은 자동차용 배터리에 앞서 LG전자의 노트북PC ‘그램’용 배터리에 CNT를 적용, 안정성을 검증했다.



▲LG화학이 생산한 CNT. 자동차용 배터리에도 적용된다. /KIPOST



아직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상용화 속도는 느리지만, 연료전지(퓨얼셀) 분야에서도 소재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연료전지는 산소와 수소가 반응해 얻어지는 전기에너지를 이용하는 발전원이다. 산소와 수소의 반응을 촉진하기 위해 백금(플래티늄)이 촉매로 사용되는데, 연료전지 자동차 1대에 보통 50그램 정도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백금 가격은 1그램 당 25달러 정도다. 가공하지 않은 순수 재료비만 1250달러(약 140만원)가 들어가는 셈이다.

다른 원재료가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는데 비해, 백금은 연료전지 생산량이 늘수록 오히려 국제 거래가격이 높아진다. 세계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백금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료전지 업계에서는 백금의 효율을 최대한 높이면서, 백금 사용량을 최소화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연료전지의 원리를 설명한 모식도. /RTDS tech

 


현재 양산되는 연료전지용 백금 촉매는 2~3나노미터(nm) 크기로 잘게 쪼개어 사용한다. 이때 최대한 반응하는 체적을 넓히기 위해 백금을 정팔면체 등 다면체로 합성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또 다면체 내부는 저렴한 금속을 쓰고, 그 위에 백금을 코팅하는 ‘코어 쉘(Core-Shell)’ 구조 역시 개발 중이다. 조은애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연료전지 업계의 목표는 10그램 이하로 백금을 사용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현재 실험실 수준에서는 10그램의 백금으로도 원하는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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