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넷솔라를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2010년 전후 혜성처럼 등장한 이 회사는 한때 솔라셀 제조산업의 스타였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 회사 정문에 전국서 온 트럭들이 족히 수십미터 줄을 서고 대기했어요.” 전직 미리넷솔라 직원의 회고다. 일분일초라도 빨리 솔라셀을 가져가려는 고객사들이 자비를 들여 미리넷솔라 앞에 배송 트럭을 줄세웠다. 미리넷솔라 뿐이랴. 당시 ‘환경경영' 바람을 타고 전 세계가 친환경 전력생산에 올인했다. 덕분에 폴리실리콘⋅솔라셀⋅모듈⋅인버터, 심지어 전극용 실버페이스트 회사까지 초호황을 만끽했다. 그러나 짜릿
애플은 최근 10년짜리 프로젝트를 2개 종료했다. 자율주행차에 애플 감성을 담은 ‘애플카’와 마이크로 LED로 모바일 디스플레이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사라졌다. 10년간 두 프로젝트에 투입된 비용만 17조원(애플가 100억달러 + 마이크로 LED 40억달러)이다. 웬만한 기업이라면 열두 번도 도산했을 매몰비용이다. 모든 기업은 신사업을 추구하고, 또 중도 포기한다. 애플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최근 프로젝트 종료 과정에서 애플이 보여준 행보는 그동안의 신중함과 달리 어딘가 엉성하다. 우선 프로젝트 철수 사실이 외부에 생중계되다
근래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정가 뉴스에 울고 웃는다. 미국 반도체법(CHIPS Act) 가드레일 규제안이 확정됐다는 소식에 낙담했다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중국으로의 반도체 장비 반입 예외 적용을 무기한 인정받게 됐다며 안도했다. 그러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미국 상무부의 VEU(검증된최종사용자) 명단에 오른다고 해서 중국 시안⋅우시 공장 문제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VEU 등재는 불가역적 조치가 아니며, 두 회사가 수십조 투자한 중국 공장들이 정치적 협상의 대상이라는 점은 달라진 게 없다. 중국 공장 투자가 시장 논리가
지난해 말 저는 삼성전자 MX사업부장에 더해 디자인경영센터장의 역할도 맡게 됐습니다.엔지니어로서 고객을 위한 궁극의 디자인과 기술 혁신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새로운 역할을 맡으면서 디자인과 연구개발(R&D)이 서로 시너지를 낼 때 비로소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저는 삼성 디자이너들과 함께 우리의 디자인 전략과 미래 성장 방향성을 고민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약속사실 삼성의 디자인 철학은 1996년에 이미 정립됐습니다. 바로 '사용자에
IoT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엔지니어들은 IoT를 구성하는 LPWAN과 무선 센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여러 프로토콜을 처리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외에도 펌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하나 이상의 무선 기술에 기반한 시스템과 호환 및 상호 운용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도 또 다른 엔지니어링 문제로 꼽히고 있다. 더욱이 제3자가 자체 소프트웨어 스택을 생성하여 공급업체 실리콘 상에서 실행할 수 있는 개방형 표준의 경우에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어려워진다.더 심각한 문제는 일부 회사들의 경우, 모
새로운 조사 자료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연결성(Connectivity) 및 스마트 기술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삶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통신 분야의 세계적인 리더인 보다폰(Vodafone)의 혁신 기술 사업부 보다폰 스마트 테크(Vodafone Smart Tech)와 컨설턴트 회사인 더 퓨처 랩(The Future Laboratory)이 공동으로 수행한 ‘커넥티드 컨수머 2030(The Connected Consumer 2030)’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다 보면 서평택분기점 직전이 동진일반산업단지다. 2019년까지 이 곳은 도시관리계획 상 ‘계획관리지역’ 및 ‘농림지역’에 속했다. 계획관리지역은 용적률 50~100%(건폐율 40%) 규제에 묶여 있으며, 공장 건설은 거의 불가능하다. 농림지역은 말 그대로 농림업을 진흥시키고 산림을 보전하기 위해 지정한다. 역시 공장 건설은 언감생심이다.경기도는 2019년 이곳을 일반공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했다. 그 땅에 동진쎄미켐은 용적률 250%를 인정받아 포토레지스트 공장을 짓고 있다. 수풀 무성하던 18만291
D램 사업은 거칠게 비교하면 교복 비즈니스와 비슷하다. 대략의 요구성능은 JEDEC(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에 모여 정하고, 공급사는 단가만 놓고 싸운다. 교복 업체가 교복 디자인으로 차별화 할 수 없듯, D램 제조사가 외따로 표준을 만들 수는 없다. 같은 제품을 1원이라도 싸게 만드는 회사가 끝내 살아 남는다. 지구상 단 3개 남은 D램 제조사가 이를 증명한다. 최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CHIPS(반도체지원법) 가드레일에 ‘최악은 면했다’고 평가하는 건 그래서 부당하다. 가드레일은 CHIPS 보조금을 받은 회사가 중국서 생산능력
# Arm을 인수한다는 건 해(解) 없는 방정식을 푸는 과정처럼 난해하다. Arm의 반도체 IP(설계자산)는 누구나 라이선스료만 내면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다. 공공재에 가까운 접근성이 회사 철학이다. Arm을 인수한다고 해서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IP를 비밀스럽게 쓰거나, 더 밀착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Arm 인수 후 폐쇄형 IP로 전환할 게 아닌 다음에야 당장 Arm 인수에 따른 실익을 독점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Arm 인수 주체가 배타성을 띨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보일 경우, 이 회사를 인수하는 게 불가능하
# "경기도 소재 A기업의 디스플레이 대형 챔버제조공장 4M 데이터 분석을 통한 효율적인 운영관리 방안 연구"라는 논문에서 설비 구축 시간 30% 단축과 철저한 비가동 요인 제거로 장비 주문제작의 주요지표인 제조 리드타임을 22% 절감하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도 소재 또 다른 B기업의 "인공지능(AI) 공정성능 예측 방안 연구" 논문에서는 제조 현장의 데이터 기반 AI 학습 모델을 통한 4M 변화의 예측 정확도 99.2%를 확보해 생산성 저해요소인 공정성능지표(PPI)를 개선하는 실마리를 찾게 됐다. 데이터기반 스마트팩
# 날만 새면 조단위 인수합병 뉴스가 나오는 반도체 산업에 또 한번의 ‘빅 딜’ 소식이 나왔다. 파운드리 사업에 첫 발을 뗀 인텔이 세계 3위 파운드리 업체 글로벌파운드리(GF) 인수를 추진한다는 뉴스다. 10nm(나노미터) 이하 선단공정 따라잡기에도 바쁜 인텔이 구(舊) 공정 위주의 GF에 군침을 흘릴 이유가 있을까. # 인텔이 GF를 인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극명하다. 선단공정은 자체 역량으로 TSMC⋅삼성전자를 따라잡고, 레거시 생산능력은 GF 인수로 단숨에 해결할 수 있다. 시간을 돈으로 사는 셈이다. GF는 TSM
지난 몇 년간 정부 주도로 중소기업의 스마트화가 진행됐고, 많은 중소기업들이 전사적자원관리(ERP), 생산관리시스템(MES), 생산시점관리(POP) 등과 같은 IT 기술을 도입하여 스마트팩토리로 전환하고자 한다.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스마트 제조에 대한 인식 부족과 인력의 부재로 인한 운영 미숙, 다양한 현장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스마트 팩토리의 도입으로 인해 시스템과 생산현장이 따로 작동한다는 의견이 많다. 소프트웨어(SW) 위주로 ERP, MES 등 다양한 생산성 관리툴이 보급되었지만 실제 운영면에서 SW의 기능이 제대로 반영되지
국내 제조분야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약 30% 수준에 불과하다.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우리나라 63개 관리공단 중에 7개 공단을 스마트그린산단으로 구축하고 있으며, 기업체 재직자 맞춤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7개 스마트그린산단 중 인천남동공단을 선정하고 제조기업체 고도화와 재직자 맞춤교육을 인하대, 인천대, 폴리텍대학 컨소시엄에 일임했다. 이 사업의 주관기관인 인하대는 호서대와 제조혁신 전문인력 양성 FOMs 기반 교육수행 상호협력(MOU)
스마트 시티 기술의 광범위한 채택에 따른 효율은 도시 거주자 각 개인에게 연간 3주의 근무기간을 통째로 되돌려줄 수 있을 정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자유 시간은 귀중한 상품이자 혜택이다. 어떤 도시가 모름지기 ‘스마트’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으려면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 폐기물 관리, 스마트 정부, 환경과 에너지 사용에 대한 스마트한 접근방법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는 핵심 동인은 분명 첨단 기술일 것이다.스마트한 생활은 우리의 일상 생활에 편의성을 높여줘 스트레스와 짜증을 줄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PRI)은 LG그룹 계열사들과 거래하기 위한 관문이다. 그런 PRI를 국내 중소⋅중견 장비업체들은 탐탁치 않게 여긴다. PRI를 거치지 않고도 LG디스플레이⋅LG이노텍과 직거래 할 수 있는데, 불필요한 단계를 늘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품목마다 다르지만 PRI를 통해 LG디스플레이⋅LG이노텍과 거래하면 장비 가격의 5~10% 정도는 PRI 몫이다. 그러나 일부 배터리용 장비 업체는 “LG에너지솔루션 만큼은 직거래보다 PRI를 통하는 게 낫다”고 말한다. 배터리 장비 회사들이 LG에너지솔루션 직거래보다 PRI
# 지난 2013년 SK플래닛은 ‘멜론’ 운영사 로엔엔터테인먼트를 불과 2659억원에 해외 매각했다. 멜론은 국내 음원 업계 절대 강자였고, 성장 잠재력 높은 플랫폼 사업이라는 점에서 헐값 매각 논란이 일었다. 로엔엔터를 인수한 홍콩 사모펀드는 2년 뒤 1조원 차액을 남기고 카카오에 회사를 재매각했다. 2년 전 SK플래닛이 헐값 매각했음을 홍콩 사모펀드가 인증한 셈이다.# SK플래닛이 로엔엔터 매각을 추진했던 건 공정거래법 때문이다. 법률상 지주회사((주)SK)의 손자회사(SK플래닛)가 자회사(로엔엔터)를 보유하려면 지분 100%를
[편집자주] 국내 제조 대기업들은 자동화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지능형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의 80% 정도는 기초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KIPOST는 이 같은 중소 제조업체들과 함께 고민을 풀어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현장 이론과 실무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호서대 스마트팩토리학과의 생생한 이론 및 현장 적용 스토리를 공유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성행하고, 제조업의 회귀현상(리쇼어링, Reshoring)으로 인해 타산업대비 제조업의 중요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산업현장은 99%가
지난 2013년 이후 삼성전자 무선(스마트폰)사업부는 공격적으로 부품 내재화를 추진했다. 그동안 외부 전문업체에서 사왔던 부품들을 자체 생산라인에서 찍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일감을 가로챈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그렇게 카메라모듈⋅터치스크린패널⋅플라스틱케이스⋅메탈케이스 등이 삼성전자 공장에서 생산됐다.삼성전자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내재화 목표는 부품 조달 안정이다. 일부 스마트폰 부품은 시설 투자비와 연구개발비가 큰 탓에 중소 협력사에만 수급을 의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내재화를 통해 삼성전자가 더 크게 누린
#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이 미디어에 얼굴을 비춘 건 오랜만이다. 김 의장은 2006년 한미 FTA 수석대표로 전국민에게 얼굴을 알린 후 2007년부터 약 5년여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를 이끌었다. 그는 국회의원으로 19대 국회에 입성했으나 2016년 재선에 실패, 이듬해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로 임명됐다. 2019년부터는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 중이다. LG-SK 배터리 소송전이 바이든 대통령의 마지막 거부권 행사를 앞둔 시점에서 그의 등장은 익숙하면서 생경하다. 익숙한 것은 그가 오랜 기간 외
# 지난 12일 LG에너지솔루션이 내놓은 미국 내 5조원 투자 발표는 사실상 바이든 행정부에 보내는 공개서한이다. LG가 이만큼 투자할테니, 설사 SK이노베이션이 미국서 철수하더라도 일자리 걱정은 접어 두란 메시지를 담았다. ITC(국제무역위원회) 결정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거부권 행사 여부는 SK이노베이션의 유일한 동앗줄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의 발표가 마지막 일격처럼 싸늘하게 느껴질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말 그대로 사면초가다. 최악의 경우 미국 시장을 뜬다지만, 유럽⋅남미⋅아시아 시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