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 시험 회사 큐알티(QRT) 상반기 누적 매출액 중 차량 전장 부품 평가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큐알티는 SK하이닉스 계열 성능 및 신뢰성 평가 전문 업체로, 그동안 SK하이닉스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한 IT 관련 부품을 주로 시험해왔다. 

 

이 회사는 상반기 경기도 이천 본사 내 공장 부지에 차량용 부품 성능평가 시설을 증설했다. 큐알티의 실적은 스마트폰 이후 자동차 분야에서 신사업을 모색하는 기업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BMW i8에 쓰인 오스람, 보쉬가 공동개발한 레이저 헤드램프. /오스람

 

안정화 단계 LED 시장 

 

스마트폰에 ‘올인’하던 전자부품 업계가 먼저 진입한 분야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다. 국내 헤드램프 업체 에스엘(SL)과 현대모비스가 빠르게 LED를 조명에 적용하는 한편, 지능형 주행등(ADB, Adaptive Driving Beam)도 차차 확산되고 있다. 

 

성장성: 욜 디벨롭먼트에 따르면 전세계 헤드램프 업체 출하량 기준 순위는 코이토(Koito), 오토모티브라이팅(AL), 이치코(Ichiko)를 인수한 발레오(Valeo)에 이어 국내 SL이 4위를 차지한다. 헤드램프 시장의 약 10% 정도다. 현대기아자동차, GM 등에 공급한다.  

 

서울반도체, LG이노텍이 이미 차량용 LED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차량용 LED 공급을 추진하면서 여러 헤드램프, 자동차 완성차(OEM) 업계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계 헤드램프 시장 규모는 약 18조원, LED 광원을 채택한 램프는 이중 4분의 1 정도다. 차량 내부에 쓰이는 인테리어조명 시장까지 합하면 27~28조원 시장이다. 

 

고급 차량에 주로 쓰이던 LED 헤드램프는 전기차(EV)가 확산되면서 더욱 채택률이 높아질 전망이다. 할로겐 램프에 비해 전력 소모량이 적기 때문이다. GM ‘볼트(Bolt)’, 테슬라 ‘모델S’, BMW ‘i3'등이 LED 광원을 전조등에 썼다.   

 

기회와 위협요인: 그동안 헤드램프 시장은 글로벌 7~8 업체가 포진한 비교적 안정된 시장으로 인식돼 일단 진입만 하면 장기 공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율주행(ADAS,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공급망이 다변화 되고 있다. 단적인 예가 LG전자가 오스트리아 ZKW를 인수한 것이다. ADAS와 헤드라이트 조향이 연계되면서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델파이, 마그나 등 1차협력업계는 헤드라이트와 라이다(LiDAR) 등의 통합 모듈을 개발하고 있다. 시장 진입을 위해 그만큼 상대해야 할 회사가 많다.

 

LED 광원이 레이저로 바뀌는 추세도 위협요인이다. BMW ‘i8’에 장착된 레이저 헤드램프는 조사거리가 LED보다 50% 긴 600m 정도로, 현재는 고급 차종에만 쓰이지만 점점 보급형으로 확산될 예정이다. 트렌드 변화에 맞는 광원 개발을 하지 못하면 헤드램프 시장에서 고사할 수도 있다.  

 

카메라, 벌써부터 치열한 경쟁

 

카메라를 비롯한 광학 부품은 ADAS의 핵심이다. 특히 선진국 업계가 장악한 구동계보다는 새롭게 열리는 이 시장에 주목하는 한국 기업이 많다. 

 

일찌감치 신사업에 뛰어든 LG이노텍과 삼성전기의 카메라(전장) 모듈 사업 성장 추이를 보면 자동차 시장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삼성전기 DM사업부와 LG이노텍 광학솔루션 사업부 매출은 각각 삼성전자 플래그십 ‘갤럭시S’, ‘갤럭시노트’와 애플 ‘아이폰’ 시리즈 실적이 그대로 반영된다. 출시 주기와 출하량에 따라 출렁였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 등 실적. /KIPOST 취합

 

 

반면 LG이노텍 전장부품사업부 실적은 지난 2014년부터 계속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기 수주고만 3조원을 기록했다. 삼성전기 DM사업부 지난해 실적 약 3조원, LG이노텍 4조6000억원과 비등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LG이노텍 전장부품 사업 수주 실적. /KIPOST 취합
 

성장성: ADAS가 본격 도입되면 차량 한 대에 장착되는 카메라 대수는 8대 이상, 연간 1억대 자동차가 팔린다면 8억대 시장이다. 현재 현대 ‘그랜저’ 등에 공급되는 차량용 카메라 가격은 30~50달러 내외로, 스마트폰 듀얼 및 트리플 카메라와 비슷하거나 다소 비싸다. 연간 약 3억대가 팔리는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수량이나 가격면에서 유사한 규모의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국내 카메라모듈 업체만도 여러 곳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카메라모듈 협력사인 엠씨넥스, 세코닉스, 파트론은 이미 자동차 시장에 카메라를 공급하고 있고, 캠시스, 해성옵틱스 등도 차량용 카메라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애플 카메라모듈 협력업체 코웰 역시 자동차 시장에 들어가고 있고, 중국 오필름, 써니옵틱 등 스마트폰 카메라 업체 대부분이 자동차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수준이다.  

 

기회 및 위협요인: 차량용 ADAS 시장의 가장 큰 기회이자 위협요인은 개화하는 시장이라는 점이다. 기존 자동차 공급망의 공고한 틀을 깨면서 기술 및 표준 경쟁을 해야 한다.

 

시장규모는 스마트폰과 유사하지만 업의 성격이 다르다. 제조 사업장부터 ‘ISO26262’ 인증과 AEC-Qx 인증을 받아야 시장 진입이 가능하고, 현대차 SQ인증 등 각 OEM사 인증도 획득해야 한다. 이 기간만 2~3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크다. 이 기간동안은 비용만 드는 시기다.

 

ADAS용 인증은 별도다. 만약 모빌아이 솔루션을 사용하는 OEM사에 카메라를 공급하려면 이 회사 인증도 받아야 한다. 모빌아이는 정확한 측정을 위해 카메라 조립법부터 관리기준, 선예도(Sharpness), 인식률, 광축 조정(얼라인먼트)까지 자사가 정한 기준대로 제작하도록 정해놨다. 이 기술문서(Technical document)는 협력업체만 열람 가능하다. 

 

차량용 카메라모듈을 이미 공급 중인 엠씨넥스, 세코닉스 등이 ADAS 전용 카메라 시장에는 아직 진입하지 못하고 투자 결정도 미루고 있는 것은 협업과 인증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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