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강성한 통일왕국은 한반도와 만주에 언제나 커다란 격변을 가져오며 새로운 질서를 강요했다. 『삼국지 위서동이전』에 의하면 당시 고조선의 부왕(否王)은 진의 습격을 두려워하여 복속할 것을 약속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고조선이 진나라의 강요에도 불구하고 끝내 조회(朝會)에 응하지 않았다는 점으로 보아, 당시 고조선의 국력도 상당하였음을 알 수 있다. 진도 이러한 고조선에 대하여 더 이상의 침략을 포기하고, 고조선으로부터 새로 빼앗은 땅에 이중의 요새(상하장)를 쌓아 고조선의 반격에 대비하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진의 뒤를 이은 한나라는 기원전 108년 왕검성을 함락하며 고조선을 멸망시켰고, 한사군을 설치하였다. 7세기의 통일왕조 수,당도 집요한 공격끝에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켰고 신라까지 집어 삼키려하다가 나당전쟁에서 패배하였고, 이후 신라의 반대쪽인 당나라 서쪽에 있던 토번과의  벌어진 전쟁에서 당나라가 깨지며 한반도를 삼키지 못했다. 21세기 초반 중화인민공화국의 굴기도 한반도에 격변과 새로운 질서를 요구할 것이다.  

 

 

 

중국의 부상과 새로운 세계질서

 

필자가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1990년에는 대중 수출입은 10억 달러규모로 미미했고, 그나마 대부분은 홍콩을 통한 간접수출로 미국, 일본, 유럽 수출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의 수출이 중국의 수출보다 더 컸지만, 중국이 대외개방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중국의 수출규모와 이에 따른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액이 폭발적인 증가를 하였다.  지금은 1990년 당시에 우리의 주요 교역 상대국이었던 미국, 일본, 유럽을 합친 것보다 중국 수출이 더 커지면서, 지난 20년간 중국이 한국을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되었다. 

 

중국과 미국의 GDP 전망. 전세계 군사비의 절반을 쓰면서 기축통화인 달러를 바탕으로 하는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지금도 유효하지만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중국의 부상은 새로운 세계질서를 요구하고, 우리도 거기에 맞춘 새로운 세계관을 가져야만 하지만, 한국인의 세계관은 쉽게 변할 것 같지 않다. (자료=블룸버그)

 

 

중국은 4대문명 중 유일하게 문명이 계속 유지된 나라이다. 미국이 2차대전 직후 잠깐 전세계 GDP의 50%를 상회한 적이 있기도 했지만, 대체로 25%안팎으로 글로벌 패권국가로 군림 중인데, 중국은 최근 백여 년을 제외하고는 전세계 GDP의 30%정도를 유지해왔으며, 어떤 학자는 송대에는 무려 60~80%를 점했을거라 추정하기도 한다.  지난 5천년의 역사에서 경제적으로 한반도가 중국보다 잘 살게 된 것은 고작 50년 정도에 불과하다는 중국인들의 말은 나름 일리가 있다.

 

현재 중국이 글로벌 GDP에서 18%를 차지하고 있으며 추세가 약화되고 있지만 성장이 상당기간 지속한다고 가정한다면 조만간 미국에 필적하거나 뛰어넘는 경제규모가 될 것인데, 역사적 안목에서 보자면 결국 본래의 위상을 회복하는 과정으로 봐야 할 거고, 그런 중국의 경제적 재부상에 힘입어 지난 20여 년간 한국이 지금 수준으로 경제규모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과거 5천년 역사에서 중국대륙(장성 밖의 유목민족의 영역까지 포함하고 있는 현 중국과 몽고지역까지 해서) 은 한반도 왕조들에게 가장 중요한 대외 변수였다.  한반도의 왕조들은 중국의 통일 왕조와 보조를 맞추어 부침을 거듭했다. 한반도는 중화 세계에서 배제된 상태에서도 늘 중화 제국들과 특수한 관계를 유지하며, 정작 중화 세계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중화세계의 묘한 일원으로 자리매김 했다.  최근 백여 년간 영미세력이 전세계와 한반도에 가장 중요한 외부세력이 된 것 자체가 역사에서 특별한 시기라고 할 정도이다. 따라서 한반도는 지정경학적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대단히 중요할 수밖에 없으며 국가전체적으로 중국변수를 항시 예의 주시하며 관계조정에 심혈을 기울어야 할 숙명이다.
 

급변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고대 유럽에서는 '빛은 동방에서 왔다'고 하듯이 메소포타미아문명과 이집트문명이 융합된 오리엔트 문명에서 문명의 빛을 배웠다. 유럽문명의 양대원류인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자체가 지금의 중동에서 발원하여 번성한 것이며 직접적으로  그리스문명은 오리엔트문명에서 배운 것이고 로마문명은 그런 그리스문명의 계승일 따름이다. 반면 동아시아에 속한 한반도에서는 서세동점의 시기 이전에는 문명의 빛이 서쪽 중국대륙에서 전해졌다.  학문과 문화, 종교, 토지와 법 행정제도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그러했는데, 후발주자로 배워서 적용시키는 과정이었으며 발전단계가 중국보다 대략 300년 정도 늦었다고 판단된다.  불교가 중국에 전래되었다가 다시 한반도에 들어온 시기나 중국에서 수당때부터 시행된 과거제가 한반도에선 고려 광종 때에야 비로소 도입된 것, 이호예병형공이라는 육부제가 실시된 시기 등 이를 입증할 예는 무수히 많다. 사실 한반도가 배워 일본에 전래해 준 문물은 이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그나마 일본은 쇼토쿠(성덕)태자 때부터는 한반도(삼국)를 통하지 않고 견수사, 견당사 라는 사절을 수당에 직접 파견하여 오리지널로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결국 이 모든 역사적 사실은 한반도가 스스로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는 불가분의 관련이 있는 중국의 실체와 그 동향을 항시 현명히 판단하고 올바르게 대처하는 것이 필수임을 거듭 가리키는 것이다. 

 

 사실 현재 한반도에 대한 지정학적 규정인 대륙세력과 해양세력간의 쟁탈의 요충지이자 교량적 위치라는 내용은 서세동점 이전 수천년에는 의미가 없는 말이다. 기본적으로 일본의 사이즈 자체가 대륙과 비교할 수준이 전혀 못되며 일본 또한 국가질서가 무너질 때마다 해적이 날뛰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정복과 개방형이 아니라 폐쇄형의 국가였다. 그런 맥락에서 원세조 쿠빌라이의 일본원정이나 임진왜란은 사실 특이한 경우이다. 이를 보면 한반도는 지난 5천년간 한족의 농업문명권과 장성밖의 유목문명권 사이의 양면적 관계에서 포지셔닝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유사이래 농경, 유목문명이 대립하던 대륙과의 일면적 관계 중심에서, 한반도는 처음으로 영미해양패권세력이 주도하는 근대적 세계질서에 편입되어 대륙과 함께 바다를 매개로 한 국제적 흐름을 양면에서 양가적으로 살펴야만 할, 예전과는 전혀 다른 지정경학적 환경에서 살아가게 된 것이다.


즉, 한반도가 대륙진출의 교두보이자 대양진출의 통로라는 교량적 위치에 놓여있다는 지정학적 규정은 서세동점을 거쳐 한반도가 근대세계에 통합된 이후 비로서 가능해진 것이다.  근대 이전 한반도의 지정학적 의미는 전술한 바와 같이 중국 한족의 농업정주 문명권과 북방의 유목문명권(선비, 거란, 몽골, 여진 등의)의 대립이라는 기본구도 하에서 중원 - 만주 - 한반도로 연동되는,  즉 만주라는 '쟁탈의 요충지'의 배후지대 라는데서 전략적 가치가 부여되었다. 이 점은 첫째, 바다를 통한 해외개척이 메리트 또는 필연성이 없던 동아시아 문명조건(자급자족이 가능한 농경정주문명과 둘째, 중국대륙과 일본열도의 싸이즈와 명백한 힘의 차이에 기인한다.


물론 원세조 쿠빌라이의 일본원정과 토요토미 히데요싱 조선침략이 있긴 했지만 ,  정치군사적으로나 경제적 또는 종교문화적 차원에서 불가피한 구조적 배경이 작동한 것이 아니었다.  절대군주인 쿠빌라이의 세계지배자로서의 정복욕구, 토요토미의 몽상가적 기질과 전국통일 후 내부 갈등에너지의 배출구 등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일종의 역사적 해프닝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세계적 차원에서 대륙진출의 교두보이자 대양진출의 통로로 새롭게 정의되었고, 동아시아 지역적으로도 만주라는 망치의 손잡이라는 배후지대임과 동시에 일본열도를 겨누는 비수(일본 정한론의 배경이자 한반도를 일본의 주권선을 보장하는 '이익선' 범주로 일본군국주의자들이 설정하는) 로 의미규정된다.  결론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도 우리가 쉽게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커졌지만, 반면에 정세조건과 우리가 하기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지정경학적 메리트도 그만큼 커진 셈이다. 이것이 한반도 근대 150년간 그래 왔으며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우리민족의 생존환경이다. 

 

역사의 주도권이 서구로 넘어간 시점에서 나폴레옹 전쟁 후 국제정세의 흐름은 영국이 최종 승자로 결론 난 식민지쟁탈전 이후 영국과 백만 육군을 거느린 러시아, 즉 고래와 코끼리의 대립이었는데, 역사는 이를 '그레이트 게임' 이라고 부른다. 중동과 인도북부의 아프가니스탄, 동북아시아에서 봉쇄하려는 영국과 이를 돌파해서 근대 국가에 필수적인 해양 역량을 위해 부동항을 획득하려는 러시아간의 직간접적 대결 - 크림전쟁과 동북아에서 영일동맹 체결 후 일본이 패권국의 지역제후국가(지역 에이전트)가 되어 대리 수행한 러일전쟁 등을 그 예로 볼 수 있듯이, 이것이 19세기를 관통한 국제정세의 기본 흐름이었다.


한반도의 정세는 역사적으로 주변의 패권국과의 연관하에 1차적으로 규정되어왔는데, 조선말 열강쟁패의 시기에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한 분기점으로 필자는 영일동맹을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사실 앵글로 색슨의 국가로서 영국, 미국, 캐나다,호주, 뉴질랜드는 사소한 차이와 때론 이해관계의 불일치가 있더라도 하나의 국가와 다를 바 없다.  영국의 해양패권을 평화적으로 계승한 미국과 구 소련의 대립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념적 대립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간의 역사적 패권쟁탈의 연장선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본다. 

 

 

21세기 최대의 역사적 사건

 

문제는 근대시기를 관통해온 영미해양세력의 글로벌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로서 유라시아대륙의 거인인 중국이 드디어 나섰다는 사실이다. 영미해양세력의 패권전략은 "첫째, 유라시아 대륙에 절대강자가 등장하는 것을 저지한다." "둘째, 이를 위해 디바인드 앤 룰 (Divide and Rule)을 철저히 적용한다."이다. 구체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에 대항하는 지역에이전트로 유럽에선 독일, 아시아에서는 일본을 후원하며 만일 독일과 일본이 통제밖으로 벗어나면 다시 러시아 중국과 동맹하여 독일, 일본을 제압한다." 는 걸로 간단히 요약된다. 이를 잘 알고있었으며 중미간의 힘의 격차를 명백히 인식한 등소평은 그래서 대내적으로는 개혁개방, 대외적으론 미국과 정면 대결을 피하고 암중에서 힘을 키우고 유리한 국제환경을 만들어 가는 도광양회를 앞으로 백년 간은 지속해야 함을 후대에게 국가대전략으로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덩샤오핑의 예상보다 빠르게 경제적으로 부상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분명해진 미영 주도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체제의 균열과  미국의 힘의 퇴조와 내부 모순의 격화에서 비롯된 미국의 대외정책의 변화(pivot to Asia),  그리고 시진핑의 노골적인 중국 중심의 대외노선과 패권적 행보 전개 등의 요인에 따라 덩샤오핑의 유언과는 달리 훨씬 더 이른 시기에 미중대립이 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유라시아 네트워크를 복원하겠다는 일대일로나 강한성당(强漢盛唐) 시절의 영화를 재현하려는 중국몽 등 시진핑의 정책은 미국의 패권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어 미국 지배 엘리트들이 도저히 묵과하지 않는 상황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이와 같은 시진핑의 광폭 행보에 중국의 일부 식자들도 상당히 우려하는데 , 그들의 요지는 아편전쟁 이후 중국이 겪은 굴욕과 수모가 있었고 그것이 아직도 깊은 상처로 남아 있고 중국이 역사적 위상이나 자기 볼륨에 맞는 국제적 지위를 되찾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최근 시진핑은 등소평이 마련한 임기제 집단지도체제를 무시하고 개인에게 권력을 집중하는 것 처럼 패도적 행보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은 중국은 화(華)-중국가 이(夷)-외부를 제압하려는 패도가 아니라 화와 이가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번영하는 왕도적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경청할 대목이라 본다.

 

지난 5월 15일 28개국 정상을 포함해 130여개국 대표단이 참석한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폐막됐다.   2013년 발표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은 과거 융성했던 유라시아의 육상 및 해상 무역로를 중국을 중심으로 재건하는 것이다. 16세기 대항해시대가 열리고 서구중심으로 패권이 옮겨간 것을 다시 중국쪽으로 패권을 가져오겠다는 노림수가 숨겨져있을 것이다. 일대일로가 지나는 지역의 인프라 개발 및 무역 활성화를 추구하며, 유라시아대륙을 누비는 새로운 네트워크가 완성한다면 지역적 경제 협력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중국의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될 것이다.  일대일로 전략은 미국이 지배하는 달러 경제권을 허물면서 ‘위안화 제국’을 세운다는 ‘범중화 경제권’을 목표로 60여개국의 44억명을 포괄하고 21조 달러, 우리 돈 약 2경원의 경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경제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생산 과잉의 모순을 국내외 인프라 건설을 통해 해결하면서 새로운 실크로드를 통해 국가 경제의 근원인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다각도의 의도로 읽혀진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3년 10월 인도네시아에서 일대일로 전략을 통해 중화 부흥의 꿈(中國夢)을 실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 건국 100주년을 맞는 2049년을 목표로 육·해상 실크로드 주변의 60여개국을 거대 경제권으로 묶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중국의 '일대일로'와 '중국몽'은 일견 평화롭게 부상하려는 중국의 대외정책 같지만, 향후 국제정세에 미치는 파장은 심대할 것이다.

 

2013년 발표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은 과거 융성했던 유라시아의 육상 및 해상 무역로를 중국을 중심으로 재건하는 것이다. 16세기 대항해시대가 열리고 서구중심으로 패권이 옮겨간 것을 다시 중국쪽으으로 패권을 가져오겠다는 노림수가 숨겨져있을것이다. 일대일로가 지나는 지역의 인프라 개발 및 무역 활성화를 추구하며, 완성 된다면 지역적 경제 협력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중국의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될 것이다. 

일대일로는 1차 세계대전의 근본원인이었던 선발제국주의 영국과 후발주자인 독일간의 식민지쟁탈전 - 세계 재분할 투쟁 - 을 상징했던 3C정책과 3B정책의 대립을 그대로 현재 재현하는 양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몽은 '영국패권에 도전하는 게르만족의 도전'과 같은 맥락에서 미국지배층과 전략가들에게 해석될 수 있다.  맥나마라와 키신저의 뒤를 잇는 미국의 대표적 국제전략가인 브레진스키의  저서 <거대한 체스판>에서 밝힌 것과 같이 영미 지정학적 전략가들은 전통적으로  중동과 중앙아시아를 유라시아의 심장부 지역으로 중요시해 왔으며, 만일 유라시아대륙의 절대강자가 출현해서 이 지역을 석권하게 되면 그 국가가 월드아일랜드(유라시아 +아프리카)를 지배하게 되고 또 세계를 지배한다고 보고있다. 이 경우 당연히 해양패권을 무기로 한 영미의 세계경영이 붕괴됨을 뜻하는 것이라 생각해왔고, 그러한 전략적 판단은 현재까지도 유효하리라고 본다. 

 

물론 중국내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대일로 연선국가에 대한 식량원조금 제공, 남남 협력지원기금 출연 등까지 모두 합하면 일대일로 계획을 구체화하는 사업에 투입되는 자금은 모두 180조원 가량에 이른다. 중국의 네티즌들은 중국이 자기 경제상황을 무시한 채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폄하하거나 과거 마오쩌뚱 시대의 '배고픔을 참고 대외원조에 나서는' 구태와 비슷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시진핑 정권의 행보를 보면, 지정경학적, 안보적 필요성으로 인한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한 강력한 의지는 쉽게 꺽이지 않을 것 같다.  

 

일대일로 상의 국가들이 중국의 정책을 얼마나 지원할지도 미지수이다. 중국을 둘러싼 상당수의 국가들은 중국의 달콤한 금전적 유혹을 좋아하지만, 역사적 상처로 인한 중국 경계심리 또한 만만치 않다.
 
고대 실크로드, 지금은 일대일로라는 유라시아대륙의 네트워크를 재건하려는 장대한 프로젝트가 분단된 한반도에도 새로운 기회를 가져올 것이다. 물자와 사람들의 교류를 중국 서부 대개발에서 그치지 않고 한반도를 거쳐 일본열도와 더 나아가 태평양 건너 미국까지의 연계를 도모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21세기 '뉴그레이트 게임'이라는 미중간 정치군사적 패권다툼에 휩쓸린 가능성이 언제라도 있다.  결국 유라시아 네트워크가 재건되고 그것이 공동의 평화와 번영을 여는 통로로 순조롭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견제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미국과 전략적, 경제적 이득을 공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형성될 수 있는가?"  와 "패권주의로 간주될 수 있는 중국의 지나친 주도성이 전체 틀 안에서 적절히 제어되고 통제될 수 있는가?" 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통일신라 때의 처용이나 장보고, 고려시대 벽란항에서 교역하던 회회아비처럼 한반도는 '일대'라는 육상 실크로드뿐만 아니라 '일로"라는 해상실크로드와도 긴밀하게 결합되어 왔다.  이제 저기 멀리 떨어진 극동 (Far East)에 자리잡은 분단국가 한반도는 미국과 서구중심의 대양 네트워크 뿐 만 아니라 비로소 유라시아의 대륙네트워크에 전면적으로 접속해서 두 개의 날개로 평화와 번영을 향해 날아가야 한다. 

 

앞으로 '중국의 굴기'로 벌어질 미중대립의 격동의 시절에 우리는 새우등 신세를 벗어나 미국과 중국을 다 포용하는 나라가 될 수 있을까?   한반도에서 또다시 열강들의 대리전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북한이라는 복잡한 변수가 있는 한반도를 미국과 중국의 중립지대로 만들 수 있을까?  성조기를 흔들면서 시위를 하는 산업화시대의 주역 할배들은 아직도 냉전시대의 프레임 속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닐까? 21세기 한반도의 운명은 "미국과 중국 G2의 싸움에서 한국이 어떤 전략으로 포지셔닝 하느냐?" 에 달려있다. 한반도의 지정경학적 위치를 명확히 파악하고, 시대의 변화를 읽고 냉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보편적, 현세적 세계관을 역사와 실크로드에서 배워야 한다. 친미, 종미, 반미, 친중, 혐중, 반중, 종북, 친북의 구시대 유물적 세계관과 프레임에서 벗어나, 미국과 중국에게는 당당하게 'NO'라고 외칠 수 있는 강단과 균형감각을 가져야 한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 오직 한국의 생존과 이익이 있을 뿐이다.   

 

<김정웅의 실크로드 경영학-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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