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중앙아시아라고 하면 우리와 별로 관계가 없는 지역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여행 기간에 보고 느낀 중앙아시아 지역과 한반도는 문화적, 역사적 친연성과 연관성이 높은 지역이었다.

 

부하라의 리비하우스에서 본 우즈베키스탄 전통음악 공연.

고대 실크로드를 주름잡았던 페르시아계 소그드 상인들은 실크로드 무역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아버지가 이란계 소그드인이며 어머니가 돌궐족이었던 안녹산은 중국 당나라 현종 때 반란을 일으켜 당나라를 거의 손에 넣을뻔했다.

 

고구려 각저총(씨름총)의 벽화. 왼쪽에서 겨루는 인물 생김새가 서양인과 닮았다.

중국 지린성(吉林省) 지안(集安)에 있는 고구려 벽화 중 씨름총(각저총) 벽화 중에는 서역인의 얼굴을 한 인물이 나온다. 흔히들 고구려와 관계가 있었던 돌궐계일 것으로 보고있다. 이번 답사를 통해 우즈베키스탄에도 오래 전부터 전해오는 전통 무예 중에 우리나라의 씨름과 비슷한 ‘꾸라쉬’라는 것이 있는 것을 알게 되면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꾸라쉬는 씨름이나 일본의 유도를 섞은듯한 원초적인 무예로 추정된다. 동행했던 홍 교수는 앞으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씨름총에 나오는 서역인의 범주는 소그드인을 포함하여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에서 찾을 수 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고 한다.

 

편두로 추정되는 인골을 전시품. 편두 풍습은 세계 전역에 널리 퍼졌던 것으로 보인다.

타슈켄트 국립박물관과 사마르칸트 역사박물관에는 편두를 한 고대 인골이 있었다. 우리도 ‘삼국지-동이전’을 보면 ‘어린 아이가 출생하면 곧 돌로 머리를 눌러서 납작하게 만들려 하기 때문에 지금 진한 사람의 머리는 모두 납작하다(兒生便以石壓其頭 欲其褊 今辰韓人皆褊頭)’라는 기록이 있다. 김해 예안리 85호분에서도 편두로 추정되는 인골이 발견된 바 있다. 2~3세기의 성년 여성의 인골로 추정되는데, 이러한 풍습이 진한 지역이외에 변한 지역까지 유행했던 것은 아닌지 싶다. 편두 풍습은 고대 이집트나 북아프리카 및 마야 등 중남미에서 널리 행해졌던 풍습이었다. 어떤 이유에서 이러한 풍습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과거 세계 전역에 편두 풍습이 있었던 것은 지금처럼 아름다운 미인이 되고픈 마음에서 행해졌던 성형수술의 일종은 아니었을까? 아름다움을 추구하려 했던 과거 여인네들의 몸부림을 느낄 수 있었다.

 

중앙아시아에는 ‘꾸르간’이라는 하는 돌무지무덤이 산재해 있다. 그 중 알타이를 중심으로 황금유물들이 출토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자흐스탄의 이식 꾸르간에서 출토된 황금 유물은 신라에서 출토된 유물들과 흡사해 한때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꾸르간에서 나온 황금 유물의 연대는 기원전 4~5세기로 신라에 황금 유물이 등장하는 5~6세기와는 1000년이라는 시간적 간격이 있다. 수 천 리나 떨어진 중앙아시아 문화가 어떻게 신라로 전달됐는지에 대한 연구도 아직 이루어지는 않았다.

 

최근 선비족이 매개해 중앙아시아의 문명을 후대에 신라에 전달했다는 연구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선비족과 신라의 교류가 활발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선비족과 고구려는 많은 교류가 있어 고구려를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고구려 금동관모(金銅冠帽)의 요소가 신라에 전해졌다는 연구도 있다. 우리는 신라의 경주 한 복판에 있는 고분에서 광개토왕의 이름이 새긴 호우(壺杅)를 발견한 적 있다. 광개토왕 비문에도 4세기말~5세기초에 왜가 침입한 신라를 구원하기 위해 고구려가 기보병 5만을 파견했다고 쓰였다. 이후 신라는 상당 부분 고구려의 영향력 하에 있었다.

 

우리는 문명 교류에 대해 다양한 방면에서 고찰할 필요가 있다. 단편적으로 문화가 유사하다는 것만 강조하게 되면 중국도 우리 땅이 되고 일본도 우리 땅이 되는 오류를 범하게 되겠지만, 교류사에 관해서라면 중앙아시아 지역은 우리에게도 많은 숙제를 남기고 있는 곳이다.

 

편두로 추정되는 인골을 전시품. 편두 풍습은 세계 전역에 널리 퍼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마존은 헤로도토스의 역사서 ‘히스토리아’에 남아있는 여성부족이다. 히스토리아에는 ‘정오쯤이 되면 스키타이 남자들과 일정 거리를 두고 아마존 여성들이 소변을 보고, 스키타이 남자가 이를 따라 하면 둘은 마음이 맞은 것으로 여긴다’는 기록이 있다. 일설에 의하면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멀리 보내거나 죽이고,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뜨겁게 달군 인두로 가슴을 지져 가슴이 자라지 못하게 해서, 어른이 돼 화살을 쏠 때 걸리적거리지 않게 만들었다고 한다. ‘아마조네스’는 아마존의 복수형으로도 쓰이고, 가슴이 없다는 뜻으로도 쓴단다.

 

중앙아시아에 현존하는 제일 오래된 이슬람 건물인 이스마엘 샤머니 묘당 (892-943)도 방문했다. 독특한 것은 당시 동서양의 교류를 나타내주듯 한 건물에 아라비아 건축양식에 조로아스터교, 불교, 이슬람교의 흔적이 한 건물에 뒤섞여 있다는 점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이슬람 양식이지만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으로 보이는 횃불양식도 보이고 불교의 만다라 무늬도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되는 연주문 양식도 이곳에 남아 있었다. 원래 종교라는 것도 이 건물에 나타나는 다양한 양식과 같이 점차적으로 서로 영향을 받고 변모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남아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자신만의 종교를 강요하는 원리주의자들을 보면 진정 종교의 본질을 모르는 무지의 소치라는 생각까지 들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히바의 식당에서 아프리카 몰타에서 온 피아니스트와 우연히 합석했다. 아버지가 러시아 에서 과학자로 일한 덕에 모스크바에서 공부했다는데, 그때 먹은 고려음식이 너무 생각이 많이 난다 했다. 구소련 시절에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이 구소련 전역에 ‘고려식’ 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음식 전파해서 지금은 구소련 대부분의 국가에서 ‘고려식’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보신탕도 우즈베키스탄에 전파시켜, 요즘 우즈벡 사람들은 잘 먹는다고 전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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