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3분의 1이 미국산

중국 푸젠진화(福建晉華·JHICC)가 미국 상무부로부터 소프트웨어와 기술 부품 수출제한 리스트에 오름에 따라 향후 투자에 비상등이 켜졌다. 첨반 반도체 장비 시장의 절반을 미국 업체들이 점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업체들 없이는 양산 투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일 KIPOST 집계에 따르면 JHICC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126건의 반도체 장비를 발주했다. 이 중 43건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KLA텐코 등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다(KIPOST 2018년 8월 22일자 <'D램 굴기' 中 JHICC 장비 협력사 52개 리스트> 참조).

이들 장비는 JHICC가 진장 지역에 짓고 있는 D램 라인에 설치될 계획으로, 내년 본격 양산을 위한 초기 발주 작업을 벌이고 있다.


▲중국 푸젠진화의 D램 생산라인 착공식 준비 모습. /푸젠진화 제공


통상 반도체 라인은 첫 파일럿 라인으로 월 3000장 규모로 꾸린 뒤, 3000장 규모씩 추가해 증설한다. 현재 JHICC는 두 번째 라인 발주를 진행하는 단계로 추정된다.

미국산 장비를 업체별로 보면 어플라이머티어리얼즈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11건을 수주했다. 박막증착장비⋅식각장비⋅전자현미경⋅급속열산화장비 등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전공정 핵심 장비들을 다수 수주했다.

KLA텐코는 총 10건을 수주했다. 측정⋅검사 분야 강자 답게 낙찰 받은 대부분의 장비가 전공정 측정⋅검사에 쓰이는 핵심 설비들이다.

두 회사 외에도 엑셀리스⋅맷슨테크놀러지⋅인테그리스 등 다수 미국 업체들이 JHICC의 D램 라인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통상 파일럿 라인 구축에 사용된 장비가 큰 하자가 없는 이상 이후 양산 라인에도 동일한 회사가 공급하게 된다. 그러나 미국 상무부가 JHICC를 소프트웨어⋅기술 부품 수출 제한 리스트에 올렸기 때문에 향후 미국 기업들이 JHICC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특별승인을 얻어야 한다. 사실상 수출길이 막힌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셋업된 장비는 어쩔 수 없겠지만, 향후 발주가 나올 장비들은 수출이 금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JHICC가 미국 반도체 업체들을 제외한 채, 다른 국가의 업체들과 양산 투자에 나서는 것도 불가능하다. 현재까지의 발주 결과에서 보듯, 반도체 장비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미국 업체들이 주름잡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010년 불거진 ‘구리배선공정’ 기술유출 사건에도 불구하고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의 거래는 중단하지 않았다. 당시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한국법인(AMK) 관계자가 삼성전자의 공정 정보를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에 넘겨 준 혐의로 기소됐으나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확정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장비 업체들과 거래를 끊는다는 것은 사실상 양산 투자를 포기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미중 무역분쟁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JHICC의 양산 투자는 무기한 연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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