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형성 초기 단계일 뿐…도메인 특화 반도체가 주도할 것


수십년 간 반도체 발전을 설명해오던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 무용지물이 되고, 메모리도 고점 논란에 부딪히면서 반도체 시장이 성숙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업체 멘토는 이를 어떻게 볼까.


“반도체 시장은 곰페르츠 곡선(gompertz curve)에 따라 발전한다. 즉,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


월든 C. 라인즈(Walden C, Rhines)  멘토-지멘스 비즈니스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은 30일 ‘멘토 테크포럼 2018’ 참석 차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곰페르츠 곡선은 수학적 예측 모델 중 하나로, 인구 증가나 암의 성장, 제품의 수명 주기를 살펴볼 때 주로 활용한다. 


곰페르츠 곡선은 초기에는 더디게 성장하다가 갑자기 어느 시점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다. 이후 성장세가 멈추고, 일정 기간 성숙기를 거치면 다시 급하강하면서 0에 수렴한다.


▲월든 C.라인스 회장은 반도체 시장이 2040년에야 고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멘토그래픽스


라인스 회장은 누적 트랜지스터 출하량을 곰베르츠 곡선으로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아직 시장은 상승 곡선을 타지도 못했다. 10년 정도가 지나면 시장은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고, 2038년 최고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지난해부터 반도체 설계(Fabless)에 대한 투자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물론, 반도체 굴기를 외치고 있는 중국을 중심으로 스타트업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고 이전과 달리 벤처캐피탈(VC)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다.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툴이 발전하면서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멘토의 ‘고단계 통합(High-level synthesis)’ 툴을 활용하면 반도체 설계의 첫 단계인 RTL(Resister Transfer Level)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구글·아마존을 포함한 거대 IT기업들은 물론, 네이버나 다음카카오 등 국내 IT기업들도 반도체 설계 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를 주도하는 것은 ‘도메인 특화 설계구조’다. 이전까지는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 마이크로제어장치(MCU)처럼 범용 프로세서가 시장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특정 기능만 완벽하게 해내는 프로세서가 각광받고 있다.


인공지능(AI)이나 자율주행 등 고성능 컴퓨팅이 필요하거나 비전(Vision) 및 안면 인식처럼 특정 기능만 수행하면 되는 분야에서는 범용 프로세서보다 각 역할에 맞는 프로세서를 만드는 게 성능이나 가격, 전력 소모량 측면에서 낫기 때문이다.


라인스 회장은 “멘토를 포함한 EDA 툴 업체들은 이같은 상황을 감안, AI로 디자인 툴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며 “특히 갈수록 멘토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검증(Verification) 분야가 중요해지는 만큼 우리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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