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표준 기술과 거리 멀어…

최근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 국책 연구개발(R&D) 과제 선정 결과를 두고 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네패스가 판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 제너럴비전의 인공지능(AI) 뉴로모픽 반도체 'NM500'./네패스


이 과제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Fo-WLP 기술 소재·부품 공급망을 조성하기 위해 기획됐다. 하지만 정작 업계에서 널리 쓰이지 않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컨소시엄이 과제를 수행하게 됐다. 



첫 공급망 조성 목적 과제, 결과는…?



지난 1월 정부는 소재부품패키지형 과제로 ‘Fo-WLP를 이용한 3차원(3D) 칩(IC) 제조를 위한 핵심소재 및 공정기술 개발’의 수행 업체 및 기관을 모집했다.  


공급망 조성을 목적으로 과제를 기획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기술개발 단계부터 수요기업 참여를 의무화했다. 


통합 과제 아래 소재·부품·공정기술 등 각 분야별 세부 과제가 있고, 세부과제의 기술개발 결과가 상호 연계돼 사업화·상품화되는 형태다. 총괄 업체(기관)가 모든 세부 과제를 관리하며, 1년에 46억원씩 5년간 총 230억원이 투입된다. 


▲‘Fo-WLP를 이용한 3차원(3D) 칩(IC) 제조를 위한 핵심소재 및 공정기술 개발’ 과제는 소재부품패키지형 과제로, 각 세부 과제는 통합 과제 성공에 필수다./산업통상자원부, KIPOST 정리


지난 1월 수행 업체 모집 공고가 나왔고 국내 외주반도체후공정패키지(OSAT) 업체 네패스 컨소시엄과 세계 2위 OSAT 업체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컨소시엄이 맞붙었다. 


네패스 컨소시엄에는 전자부품연구원(KETI) 등이, 앰코코리아 컨소시엄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반도체연구조합 등 연구기관 및 업체들이 참여했다. 


결과는 네패스 컨소시엄의 승리였다.


그러나 과제 선정 결과에 대해 업계서는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네패스의 기반 기술은 현재 OSAT 업계가 널리 사용하고 있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술 달라 수요 적은데…



네패스의 기반 기술은 프리스케일(NXP반도체에 인수)의 ‘RCP(Redistributed Chip Packaging)’로, 사용하는 기업이 NXP반도체와 네패스 뿐이다. 그만큼 수요가 제한적이라는 얘기다.(참고=>삼성전자의 또다른 특허 리스크...Fo-WLP 놓고 업계에 전운)


반면 앰코테크놀로지와 ASE, JCET 등 주요 OSAT 업계가 채택하고 있는 기술은 인피니언의 ‘eWLB(embedded Wafer Level Ball Grid Array)’다. eWLB는 반도체  OSAT 업계 1~3위 모두 채택한 기술이다. 상대적으로 공정이 단순하고 제조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시장 주자가 많은 만큼 기술 발전 속도도 빠르다. 


과제 기획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주요 OSAT 업계가 ‘eWLB’를 채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이 안정화됐고 양산성이 검증됐다는 얘기”라며 “각 사가 이미 ‘eWLB’ 기반 생산 라인을 구축한 상태라 만약 기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업계가 기반 기술을 바꿀 확률은 극히 적다”고 말했다.


평가를 진행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이에 대해 “해당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평가위원회’에서 기술성 및 개발능력, 경제성 및 사업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중요도 고려하지 않은 평가 기준



하지만 업계는 평가 기준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각 세부 과제 별로 중요도가 다른데도 가중치를 두지 않고 동등하게 점수를 매겼다는 것이다. 


▲두 컨소시엄은 다음과 같은 항목을 기준으로 평가됐다./KEIT, KIPOST 재구성


Fo-WLP 기술의 핵심은 소재다. Fo-WLP는 반도체와 메인 보드를 재배선층(RDL)으로 연결한다. 이 재배선층을 구성하는 소재에 따라 반도체의 성능이 좌우된다. 두 기반 기술 모두 공정은 이미 어느 정도 표준화된 상태다.


산기평은 소재 기술 개발 과제에서는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컨소시엄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패키지 테스트를 위한 프로브카드 기술 개발과 제조 공정 기술 등  나머지 두 과제는 네패스 컨소시엄 측의 점수가 높았다. 


한 반도체 후공정 업계 관계자는 “각 업체가 쓰는 재배선층 소재가 다르고, 다들 성능을 높이기 위해 이를 연구개발 중”이라며 “각 세부 과제를 같은 선상에 놓고 평가한 것부터 기술 개발 현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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