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자외선(EUV) 노광(lithography) 시대를 맞아 전세계에서 노광기를 유일하게 공급하는 ASML에 대한 업계 종속도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단순히 장비만 공급하는 게 아니라 부분품, 소프트웨어(SW)까지 묶어 노광 솔루션 일체를 판매하기 때문이다. 


EUV 노광 장비는 이전 노광 장비와 내부 구조, 부분품, 소재도 다 바뀌어야한다. ASML 입장에서는 공급망(SCM)을 자사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트윈스캔(TWINSCAN) NXE:3350B’./ASML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7나노 EUV 노광 공정에 ASML이 개발한 공정용 광학근접보정(OPC) 툴을 사용하기로 했다. 


OPC 툴은 설계한 패턴과 장비가 실제 그리는 패턴을 보정하는 소프트웨어로, 이전까지는 반도체설계자동화(EDA) 업체 멘토그래픽스와 시높시스가 주로 공급해왔다. 


ASML은 지난 2006년 OPC 툴 전문 업체 브라이언(Brion)을 인수, OPC 툴 사업을 시작했지만 EDA 업체들의 점유율을 따라잡지 못했다. OPC 툴은 제조 공정에 따라 최적화해야하는데, 반도체 제조사들은 ASML 외에 니콘, 캐논 장비를 섞어써 EDA 업체들이 개발한 툴이 3사 장비를 최적화하는 데 더 적합했기 때문이다. 


EUV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EUV용 OPC툴은 ASML이 유일하게 기술을 갖고 있다.  ASML은 EDA툴 업체에 장비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고 직접 툴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썼다.


업계 관계자는 “EUV 생태계는 기술 선도 업체인 ASML이 꽉 잡고 있다”며 “개발 중인 마스크용 펠리클(마스크 오염 방지를 위한 덮개) 등 관련 부품도 ASML 제품이 양산 라인에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ASML은 지난 2012년 레이저 광원 업체 사이머(Cymer)를 인수, 필수 부품 내재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 독일 렌즈 업체 칼자이스(Carl Zeiss)에 투자했고, 대만 에르메스 마이크로비전(HMI)도 인수했다.


칼자이스는 ASML에 노광기용 렌즈를 공급하던 업체로, 이번 EUV 장비용 렌즈도 이 회사 제품이다. HMI는 패턴 계측(metrology) 및 검사(Inspection) 장비 전문 업체다. ASML은 올해 양산하는 EUV 장비부터 HMI의 기술을 적용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사이머 광원은 현재 출시된 EUV 장비에는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생산 및 장비 정보를 쥐고 있는 한 개발은 시간 문제다. 펠리클 역시 ASML이 요구 조건을 정하는 등 주도권을 쥐고 있다. 


아직 EUV 노광 기술은 전체 반도체 레이어 중 일부 레이어에만 적용되고 있다. EUV 노광 기술의 비중이 커질수록 ASML의 영향력도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회로 선폭이 4나노대로 좁혀지면 EUV가 전면 도입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본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디인포메이션네트워크에 따르면 지난해 ASML은 매출액 기준 전체 노광 장비 시장의 85%를 점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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