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을 타고 국내 반도체 장비, 소재 업체들의 위상도 많이 올랐다. 실제로 낙수효과가 있었다.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국내 협력사 세메스와 원익IPS는 올해 매출액이 고공행진했다. 

세메스는 지난해 3분기 반도체 장비 부문 누적 매출액이 1조원을 넘었고, 원익IPS는 5000억원을 상회했다. 테스가 1000억 후반대 매출액을 거뒀다.

그런데 한국 내 반도체 총 투자액에 비하면 국내 장비 업계 매출 규모가 작은 편이다. 핵심 공정용 장비 90%를 미국, 일본, 네덜란드 업체들이 싹쓸이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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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팹. /SK하이닉스 블로그

 

4개사가 메모리 장비 투자액  3분의 2 독식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한국 반도체 기업이 작년에 장비를 구매한 규모는 178억9000만달러(19조5020억원)이다. 대략 3분기까지 15조원 수준의 장비 구매가 이뤄졌다면, 글로벌 4대 장비사가 투자액 3분의 2를 독식한 셈이다. 

지난해 1~3분기 장비 업체들의 누적 한국 매출액을 살펴보면 △어플라이드머트리얼즈(AMAT) 33억8200만달러(약 3조6170억원) △램리서치 23억5150만달러(약 2조5145억원) △도쿄일렉트론(TEL)  2255억엔(약 2조 1765억원) △ASML  16억6478만유로(약 2조1785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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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장비사 한국 매출액. /KIPOST 취합

이 외에 세메스가 약 1조77억원, KLA-텐코와 히타치 하이테크가 각각 8000억원, 1조원 가량의 매출을 한국에서 거뒀다. 

각 회사는 포토(ASML), 증착(AMAT, TEL), 식각(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 세정(세메스), 검사(KLA-텐코, 히타치하이테크) 등 주요 공정 각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JDP(Joint Development Project)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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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2017년 매출 구조 및 지역별 판매량. /ASML IR자료 취합

테스트베드 부재, 승자독식 구조 강화

 

공정이 어려워질수록 대기업 협력사 의존도는 높아지는데,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비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이 흔치 않다. 삼성전자가 자회사를 합병해 세메스로 통합하고 원익IPS에 지분을 투자한 이유도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고, R&D 투자가 가능한 규모의 국내 기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였다.  

승자독식 구조가 공고해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테스트베드다. 7~8조원 수준의 투자가 이뤄져야 반도체 공정 하나가 꾸려지는데, 실제 반도체 팹이 아닌 외부 테스트베드가 없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또는 마이크론, 도시바 등 생태계에 들어가지 못하면 R&D 평가가 불가능하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신소재를 개발하더라도 소자 업체에서 테스트 하기 어렵고, 장비업체와 함께 제안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소자 기업이든 장비업체든 그 생태계 내에 편입이 돼야 지속적인 R&D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호황의 그늘도 있다. 일정에 쫓기는 메모리 업체들이 신규 소재나 장비 도입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국내 한 소재 업체는 SK하이닉스의 제품 승인을 받고도 공급을 못 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신소재를 투입하면 공정 세팅이 바뀌어야 하는데, 소자 업체에서 촉박한 양산 일정 때문에 바로 도입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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