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화・서비스 규모 12조3000억달러(약 1경4044조원), 2200만개 일자리 창출.

지난 3월 퀄컴과 시장조사업체 IHS가 함께 발간한 ‘5G 경제’ 보고서에서 추론한 2035년까지 5G 통신망이 창출할 경제 규모다. 4G 시대가 스마트폰과 일부 IT 기기, 앱 시장을 촉발시켰다면 5G는 자율주행차 하드웨어 시장과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신시장을 통신 생태계로 끌어들인다.

보고서는 특히 오는 2035년까지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 2조4000억달러(약 2740조원)를 넘는 경제적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161조에 달하는 시장이 새로 생겨나는 셈이다.

퀄컴이 IHS와 공동으로 발간한 '5G 경제' 보고서의 '5G 가치 사슬' 요약. (자료=퀄컴 블로그)

자동차 산업은 전통적으로 IT업계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분류된다. 인텔 등 반도체 업체, 구글 등 소프트웨어 업체, 보쉬 등 전통 자동차 부품 업체 모두 이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각 업계 나름대로 생태계를 구축하고 경쟁 채비에 나서고 있다.

이 중 가장 먼저 주도권을 잡을 업체로는 단연 퀄컴이 꼽힌다. 통신 기반 기술을 보유한 퀄컴은 누구보다 발빠르게 자동차 산업의 공급망 생태계를 갖춰 왔다.내년 초 평창올림픽에서 5G 통신망 시범서비스가 시작 되면 통신・자동차를 망라한 5G 서비스 기반을 다져놓은 퀄컴의 위상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경쟁사보다 월등한 통신 환경 DB

스마트폰에 부품을 공급하던 IT 기업들이 자동차 시장으로 진출할 때 가장 큰 장벽은 차량용 기술 및 안정성 기준(스펙)이 IT 기기에 비해 훨씬 까다롭다는 점이다. 온도 기준은 영하 40℃~ 영상 150℃로, IT기기보다 넓은 범위를 만족시켜야 한다. 아스팔트 도로부터 자갈이 깔린 비포장로나 습지대 등 다양한 환경에서 동작할 때 오류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과제다. IT 부품 업계가 폭스바겐, 도요타 등 완성차 업계와 보쉬, 콘티넨탈, 덴소 등 자동차 부품사와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이들이 가진 환경 데이터가 있어야 적합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퀄컴의 강점은 그간 자동차 업계가 무관심했던 통신 환경 데이터를 보유했다는 점이다. 2G 시대부터 극지방, 아열대, 다습지대, 빌딩 숲을 총 망라한 필드 테스트 데이터를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기존 자동차 부품 업계나 신규 진출 업계나 퀄컴과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퀄컴이 출시한 커넥티드카 레퍼런스 플랫폼. 자사 '스냅드래곤X12' 및 'X5' LTE 모뎀과 4개 위성단을 지원하는 위성항법시스템(GNSS), 'VIVE' 와이파이 기술과 V2X용 단거리 전용통신(DSRC) 기술, 블루투스 및 블루투스저에너지(BLE), 퀄컴 'tuneX' 칩 기반 소프트웨어 정의 라디오, A2B(Automotive Audio Bus), CAN(controller Area Network) 인터페이스 지원 기가비트(OABR) 이더넷 등을 포함했다. (자료=퀄컴 블로그)

더욱이 NXP를 인수하면서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한층 더 확보하게 됐다. NXP는 프리스케일을 인수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업계 1위로 올라섰고, 자체 통신 솔루션과 프리스케일의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포함한 자율주행 솔루션 전반을 확보하고 있다. NXP는 실제로 독일을 횡단하는 트럭 군집주행에 성공하는 등 여타 반도체 기업에 비해 앞서가고 있다.

이처럼 5G 통신과 무선주파수(RF) 칩, 영상 압축 및 데이터 프로세서 기술, 레이더(Radar)나 라이다(Lidar) 등 센서 기술을 총망라했다. 센서가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자동차와 기반시설・사물간(V2X) 데이터를 주고 받고, 데이터를 프로세싱하는 일련의 과정을 퀄컴 기술로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소요되는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무선충전 솔루션도 개발 중이다.

퀄컴이 선보인 V2X 기술

퀄컴이 내놓은 자동차용 솔루션은 텔레매틱스, 주행 데이터 플랫폼, 인포테인먼트, 전기차 무선충전기술 4개 분야다. 이 기술들은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지원한다. 차량간 협력해 충돌을 방지하는 시스템, 고밀도 군집주행(Platooning), 큰 타량 뒤에 작은 차량이 따를 경우 카메라를 통해 앞 상황을 볼 수 있는 시스루(See Through) 등이다.

퀄컴 자율주행차 기술 개념도. (자료=퀄컴 블로그)

자율주행을 위한 초기 단계 기술은 실제 상용화도 이뤄지고 있다. 메르세데스-AMG 포뮬러원 (F1) 경주차에 퀄컴의 초고속 와이파이 솔루션 탑재하기로 했다. 아우디는 퀄컴 ‘스냅드래곤 602A’ 프로세서를 올해 출시한 차에 적용했다. 중국 길리 자동차도 퀄컴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도입했다.

5G 상용화 전에 4G망을 활용한 셀룰러 V2X(C-V2X) 기술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통신 표준단체3GPP는 ‘Rel12’ 규격 제정 당시 소개된 ‘LTE다이렉트(Direct)’ 기술과 ‘LTE브로드캐스트(Broadcast)’ 기술을 기반으로 최근 확정된 ‘Rel14’ 규격에 C-V2X 기술이 포함됐다. 고속 주행 차량끼리 또는 복잡한 교통상황에서 차량간 통신을 하거나 무선망 커버리지 밖에서도 실시간으로 자동차간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해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는 다양한 차량간통신(V2V) 서비스의 상용화 길이 열렸다. LTE 망을 이용해 수km 전방의 사고 소식을 전달 받거나 주차공간 알림 등을 받을 수 있는 차량과 네트워크 통신(V2N)도 그 중 하나다.

C-V2X는 미국 고속도로 교통안전 위원회(NHTSA)가 추진하는 DSRC(Dedicated Short Range Communication, 5.9GHz 주파수 대역을 이용해 차량간 통신을 하는 기술)처럼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아니라 모바일 통신망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활용도와 효율이 높다.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퀄컴은 단순한 칩 회사가 아닌 모바일 로드맵을 운영하는 회사”라며 5G가 촉발시킬 산업의 핵심(코어)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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