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낸드플래시 사업부 지분 매각 방침에서 한발 더 나아가 경영권까지 매각키로 하면서 업계가 다시 술렁이고 있다. 도시바 낸드플래시 사업부는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2위로, 도시바의 거의 유일한 캐시카우 사업이다.

누가 도시바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하느냐에 따라 업계 순위가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중국 업체들이 인수할 경우 단숨에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

 

도시바 낸드프래시 매각, 잠재 후보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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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카이치의 도비사 낸드플래시 공장 전경. (사진=도시바)

당초 일부(19.9%) 지분 매각에서, 경영권 포함 50% 이상 지분 매각으로 선회하면서 잠재적 인수 후보는 크게 늘었다.24일 외신에 따르면 앞서 지분인수 의사를 밝힌 SK하이닉스⋅마이크론⋅웨스턴디지털⋅칭화유니그룹⋅폭스콘에 이어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 심지어 미국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까지 도시바측에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반도체 동종업계 내에서 인수가 점쳐졌다면, 낸드플래시를 구매하는 고객사까지 인수 범위가 넓어졌다. 여기에 사모펀드인 실버레이크까지 가세했다. 그만큼 인수 매력도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인수 여력으로 보면 반도체 업계 보다는 비(非) 반도체 업계가 훨씬 높다. 애플⋅MS는 각각 191조원과 45조원씩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실버레이크 역시 28조원 ‘실탄’을 동원할 수 있다. 셋 모두 도시바 낸드플래시 사업부 지분 50% 인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10조원은 쉽게 조달할 수 있어 보인다.

이에 비해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연말 기준 현금성 자산 규모는 4조1360억원, 마이크론도 이와 비슷한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TSMC는 약 14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가 생산한 낸드플래시.(사진=SK하이닉스)


최상의 수는 일본 내에서 소화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가장 유리한 경우의 수는 일본 내에서 관련 지분을 소화해 주는 것이다. 과거 일본 산업혁신기구(INCJ)가 소니⋅히타치⋅도시바 LCD 사업을 인수해 재팬디스플레이(JDI)를 설립한것 처럼, 이번에도 정부가 나서는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일본 내부적으로도 반도체 기술이 한국⋅중국 등 해외로 유출되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분위기여서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다만 10조원 안팎의 인수 자금은 부담이다. INCJ의 전체 자본금이 3조1000억원 정도로 크지 않아 단독으로 도시바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본 내 반도체 장비 업체들과의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것은 가능하다. 현재 도쿄일렉트론과 캐논 등도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NCJ가 인수 지분의 절반 정도를 소화하고, 나머지 업체들이 각각 쪼개어서 지분을 인수하는 시나리오다.

만약 일본 내에서 관련 지분을 모두 인수하지 못할 경우 SK하이닉스⋅마이크론⋅웨스턴디지털 등이 연합전선에 참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3사 모두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는 않은 상황에서 소규모 지분 인수에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지 미지수다.

도시바 전시장의 로고. (사진=도시바)


최악은 중국 업체의 인수

도시바 낸드플래시 사업 매각에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수는 중화권 업체가 인수하는 경우다. 자금력과 거대한 시장을 무기로 반도체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 중인 중국 업체들 입장에서는 마지막 카드인 ‘기술’을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2002년 중국 BOE가 하이디스를 인수한 뒤, 2007년 재매각할 때까지 LCD 관련 기술을 습득한 전례도 있다. BOE는 하이디스 인수 후 양사 전산망을 통합한 다음 4000건이 넘는 기술 자료를 빼갔다.

현재 칭화유니그룹을 포함해 TSMC⋅폭스콘 등 범 중화권 업체들까지 도시바 낸드플래시 사업부 지분인수를 타진하고 있어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파운드리 세계 1위인 TSMC가 통째로 인수한다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서 강력한 호적수를 만날 수도 있다.

다만 중국 기업의 도시바 지분 인수에 대해 일본 내 여론이 곱지 않다는 게 걸림돌일 수 있다. 일본 전자산업의 자존심이었던 샤프가 폭스콘에 인수된 지 1년이 되지 않아 도시바까지 넘어간다는 점에서 일본 내 반감이 높다.

권성률 동부증권 팀장은 “아직 도시바 측에서 정확한 매각 규모와 스케줄을 밝히지 않아 결과를 예단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중국 업체에 통째로 넘어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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