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후공정 업계가 지난해부터 떨어진 가동률을 만회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시황에 따른 수요 부진, 전공정 업체의 패키지 내재화, 중국의 보조금 정책 등이 겹쳐있기 때문이다. 돌파구 마련이 당면 과제가 됐다.

▲시스템인패키지(SIP)의 다양한 형태. /앰코코리아 홈페이지 제공

 

2일 업계와 업체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패키지 업체의 가동률이 많게는 30%까지 떨어지는 등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하나마이크론은 올해 1분기 가동률이 33%에 머물렀다. (패키지 부문) 매출액은 지난 2014년 2534억원, 지난해 2182억원으로 감소 추세다. 시그네틱스 역시 1분기 가동률 30%를 기록, 영업 손실을 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분기 522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337억원이다. STS반도체통신은 (와이어본딩 기준) 가동률이 42%다. 가동률  70%대를 유지하고 있는 네패스는 지난해 유일하게 패키지 부문에서 성장했지만, 지난해 동분기 가동률 75%보다는 다소 떨어진 71%에 그쳤다.

 

▲국내 패키지 업체들의 평균 가동률. /각사 사업보고서 참조.

 

반도체 업계 부진은 여러 외부 상황이 중첩돼 나타났다. 우선 D램 메모리 공급 과잉이다. 지난 6월까지 D램 가격은 1년 넘게 꾸준히 하락했다. 소자 업체들이 매출 방어를 위해 패키지를 외주업체에 할당하기보다 직접 제조했다.

 

중국의 보조금 정책이 특히 큰 타격이 됐다. 중국은 자국 내에서 반도체를 생산할 경우 보조금을 약 30%씩 지급한다. 패키지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인건비 차이에 보조금 정책이 더해지면서 국내에서 같은 플립칩(FC) 패키지를 제조할 경우 수익을 담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돌파구 마련을 위한 업계 움직임도 분주하다. 하나마이크론은 하나머티리얼즈를 통해 반도체 재료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지난 2013년 인터포저 업체 이피웍스를 인수해 차세대 패키징 소재 기술을 확보했다.

 

네패스는 팬아웃 웨이퍼레벨패키지(FoWLP)를 개발, 모바일과 사물인터넷(IoT)용 고성능ㆍ경박단소화 제품 수주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중화권 업계처럼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1위 업체 ASE는 3위 SPIL을 인수, 내년까지 합병 승인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SPIL 인수전에는 중국 칭화유니그룹도 뛰어든 바 있다. 한 패키지 전문가는 "글로벌 업계가 합종연횡을 하면서 이들과 경쟁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한국 업체들도 몸집들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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