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 기기의 전압감지 센서를 부착하고 싶은데, 마이크로컨트롤러(MCU) 기반 센서칩을 쓰자니 비용이 부담스럽다." 이 같은 고민을 하는 개발자에게 최적화한 프로그래머블 칩을 개발, 성공적으로 안착한 업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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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레고가 개발한 CMIC 칩.


 

실레고(대표 존 티겐)는 83년부터 삼성전자에서 D램을 개발한 이일복 박사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세운 회사다. 2005년 창업 당시에는 D램용 DDR칩을 개발했지만 품목을 바꿔 지난 2010년 설정형 혼성신호반도체(CMIC, Configurable Mixed-signal IC)라는 반도체를 처음 고안해 시장에 선보였다. 

 

현재까지 누적 출하량은 20억개를 상회한다. 이 중 절반인 10억개 가량이 최근 2년 사이에 판매돼 고성장하고 있다.

 

CMIC는 메모리,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같은 디지털 반도체, 전력관리반도체(PMIC) 같은 아날로그 칩 등 다양한 기능의 부품을 보조하는 반도체다.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처럼 개발자가 필요한 기능을 구현해 바로 확인하고, 대량생산까지 가능하다. FPGA와 다른 점은 크기가 작고, 소량의 데이터를 처리한다는 점이다.

 

한국 디자인센터에서 근무하는 김현배 이사는 "MCU는 제공하는 기능이 많아 MCU기반 칩 중 어떤 경우는 20~30%도 다 쓰지 않을 수 있다"며 "이 때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딱 맞는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게 CMIC"라고 설명했다. 

 

대표 제품인 '그린팩(Green PAK)' 시리즈는 패키지가 8핀·10핀·14핀·20핀 등인데, 가장 큰 20핀 제품 크기가 2mmⅹ3mm에 불과하다. 소형칩은 1mmⅹ1.2mm다. 가격도 10~20센트로 저렴하다.  

 

이 회사가 제공하는 디자인 툴과 개발보드를 이용하면 복잡한 소프트웨어(SW) 개발언어를 몰라도 회로(서킷)를 그려 곧바로 테스트를 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그린팩(Green PAK) 5' 개발보드. /실레고 제공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구글, 핏빗, 고프로 네스트, 타일 등 미국 업체들이 이 회사 제품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일본 소니 등도 최근 스마트폰에 실레고 제품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고객사가 늘면서 미국, 우크라이나, 한국에 디자인센터를 두고 기술 지원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 이 분야에서 경쟁사는 없다. 기존에 없던 아이디어로 나온 제품인데다 고객사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온 덕에 자연스럽게 진입장벽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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