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그룹 내 전자ㆍ전기ㆍ디스플레이가 반도체 패키지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 (▶KIPOST 5월 9일자 '삼성전자-삼성전기, TSMC InFO 대체할 패키지 기술 공동 개발 돌입' 참조) 애플이 'A10'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대만 TSMC가 제안한 '통합팬아웃(InFO)' 패키지를 채택한데 대한 대항 성격이 크지만, 업계는 삼성그룹의 이같은 움직임이 향후 반도체 후공정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캠퍼스 전경. /삼성디스플레이 홈페이지 제공

 

태스크포스(TF) 형태로 구성된 삼성 패키지 개발팀은 과거 중소형 LCD를 생산하던 충남 천안 L3, L4라인의 빈공간과 LCD 장비를 이용한 패널레벨패키지(PLP)를 개발할 예정이다. L3라인은 원장 크기가 3.25세대(600×720㎜), L4라인은 4세대(730×920㎜)로, 최신 기술의 반도체 전공정을 하기는 비좁고 클린룸 등급이 낮다. 반도체가 1제곱미터 당 0.1마이크로미터(µm) 크기 입자 100개 이하를 유지해야 하는 반면 LCD 공정은 100~1000개 가량이다. 반도체 전공정용으로 쓸 수는 없지만 후공정은 가능하다.

 

삼성은 TSMC로 몰린 애플의 AP 물량을 도로 찾아와야 하는 과제, 비어가는 LCD 라인과 장비 활용 과제 등을 모두 갖고 있다. 이 상황에서 LCD 구 라인을 활용하는 건 최적의 대안으로 꼽힌다.

 

 

웨이퍼레벨패키지(WLP) 한계 극복


삼성이 디스플레이 패널 장비와 설비를 활용하는 이유는 웨이퍼레밸패키지(WLP)가 면적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분야는 면적이 곧 수익과 직결된다. 업계가 선폭을 줄이기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는 이유도 같은 면적에 밀도를 높여 보다 많은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WLP는 근본적으로 300mm(12인치)를 넘을 수 없다. LCD 3.25세대와 비교하면 면적이 절반, 5세대와 비교하면 4분의 1수준이다.

 

LCD 장비는 반도체만큼 미세선폭을 구현하지는 못하지만 인쇄회로기판(PCB)용 장비보다 얇은 패턴을 그릴 수 있다.

 

TSMC처럼 전공정에 패키지 라인을 구축하는 건 메모리 1위인 삼성 입장에서는 손해다. 그 공간에 메모리 라인을 하나 더 늘리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삼성디스플레이는 실리콘이나 PCB 외에 필름 위에 전극을 형성하는 데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한다. 삼성 패키지 TF는 TSMC의 InFO 특허를 피해 유사하거나 이를 능가하는 부피와 성능의 패키지를 구현하기 위해 PCB의 일부 층을 박막필름으로 대체하는 기술을 검토하고 있다.

 

패키지(전자), PCB(전기), 필름(디스플레이) 기술을 모두 갖고 있는 삼성은 1석3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대면적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이에 따른 제조 단가 절감, 유휴 설비와 중고 장비 활용, PCB사업 역량 강화를 모두 꾀할 수 있다.  

 

 

요동치는 반도체 패키지 산업


TSMC가 반도체 전공정과 후공정 통합에 드라이브를 걸었다면 삼성은 전ㆍ후 공정 통합은 물론 디스플레이 기술, 소재 기술까지 접목한 통합 패키지 발전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 

 

 

▲TSMC가 제공하는 패키지 종류. /TSMC 홈페이지 제공

 

플렉서블 전자기기 시대를 앞당기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플렉서블 기기를 구현하려면 기존 PCB가 아닌 유연하고 투명한 필름형 기판에 역시 초소형 반도체나 유연한 반도체를 붙여야 한다. 이 기술을 확보하는데 3사가 협업하는 게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패키지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L5라인의 5세대(1100×1250㎜) 장비와 클린룸까지 고려할만하다"며 "패키지 면적을 대폭 키워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 하는 방식은 대량 양산 제품인 메모리와 AP를 모두 생산하는 삼성 정도만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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