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이 중국 반도체 기업에 스카웃된 이노테라 출신 직원을 불법 기술 유출 혐의로 고소해 대만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달 대만 검찰은 이노테라(Inotera memories)와 렉스칩(Rexchip)에서 근무하며 생산 공정과 연구개발(R&D)에 가담했던 인력이 중국의 D램 R&D를 도운 혐의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관계자 출국을 전면 금지했으며 관련된 조사 대상이 100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테라와 렉스칩은 마이크론에 인수된 대만 소재 자회사다.





마이크론, 중국 기업의 스카우트 방식 기밀 유출에 반기…대만에서 100여명 고소



ESM·중국전자보 등 중화권 언론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지난해 말 관계사에서 중국 기업으로 이직해 영업 및 기술을 유출하고 중국 대륙 기업을 도왔다며 전(前) 직원 백 여명을 고소했다. 마이크론은 이미 검찰 조사를 통해 핵심 정보가 유출됐다는 자료를 제시했으며 혐의 사실 확인을 위한 검찰의 조사가 진행 단계다.


메모리 반도체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이노테라 출신 직원 여러 명을 스카우트해 공장 건설에 투입한 바 있다. 칭화유니그룹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독자 개발에 나섰으며 최근 3D 낸드 플래시 연구개발에 큰 공력을 쏟고 있다.


현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마이크론과 합병한 이후 이노테라와 렉스칩 출신 직원들이 모종의 자료 탐색을 거쳐 관련 영업 및 데이터를 탈취해 중국 기업에 넘겼으며 이를 통해 중국의 D램 연구개발을 도운 혐의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또 이 같은 조사는 주로 이노테라 출신 직원에 집중될 전망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마이크론에서 이노테라의 지분을 인수한 시기 전후로 이미 200명에 가까운 직원이 허페이의 장신(长鑫), 중국의 칭화유니그룹과 푸젠 JHICC 등으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중국에서 D램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로 대만 회사 대비 2~3배의 연봉으로 스카우트 됐다.


ESM은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유사한 문제를 겪었다”며 “스카우트로 인한 기술 유출 문제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으며 마이크론 역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기술 및 영업 기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대만에 소재한 마이크론 건물./중국 창업대소사 제공



중국 D램 양산 차질?... UMC “직원의 개별적 사안, 회사와 무관”



마이크론은 이 같은 법적 대응으로 중국의 D램 개발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번 건으로 이미 JHICC의 D램 R&D 담당 핵심 인력 상당 수가 조사 대상에 올랐으며 출국 금지 조치됐다. 이에 JHICC가 출자해 설립한 UMC 난커(南科) 공장의 시생산이 중단됐으며 관련 인력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중화권 반도체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이러한 일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D램 산업의 경우 중국 정부가 자금을 부어가며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데다 칭화유니그룹 등이 우한과 난징에 공장을 짓고 메모리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허페이의 장신과 푸졘의 JHICC 역시 지속적으로 공장 건설에 나서고 있다. 단 D램 기술은 아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대 기업에 집중돼 있으며 아직 중국 기업은 양산 시계를 앞당기기 위해 스카우트 방식 등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란 분석이다. 이에 문제가 생기면 연구개발 타임 라인이 예상 보다 늦어지거나 내년 대량 생산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아날로그 반도체 개발에 나서는 SMIC 등의 경우 최근 몇 년간 미세공정 수율 향상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만 인력에 대한 스카우트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TSMC 등이 기술 대외 유출 방지를 위해 공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를 물리적으로 제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일부 중국 언론은 마이크론의 ‘훼방’에도 중국의 D램 개발은 계속될 것이라며 맞불을 놨다. 또 UMC 등 업체는 이번 사안이 ‘개별 직원의 문제’라며 기업 차원의 소극적인 대응을 시사했다. 중국 중국전자보에 따르면 UMC는 “직원이 소송 서류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개인의 사적인 문제는 회사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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