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소모량도 적고 저렴한 FD-SOI 시장 겨냥… 삼성보다 적극적

 

글로벌파운드리(GF)가 7나노(㎚) 핀펫(FinFET) 대신 완전공핍형 실리콘온인슐레이터(FD-SOI)를 택했다. 

 

소수의 업체들만 원하는 핀펫이 아닌, 다수의 업체가 활용할 수 있는 FD-SOI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FD-SOI vs FinFET

 

 

초기 FD-SOI와 핀펫은 28나노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를 이을 차세대 공정 기술로 여겨졌다. 지금까지 주목받아왔던 것은 핀펫이다. 고성능화와 집적화에 유리한데다 CMOS 시장 생태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28나노 HKMG에서 14~16나노 핀펫으로 넘어가면서 3차원(3D) 구조를 만들기 위해 다중 패터닝 공정이 도입됐고, 마스크 수가 늘어나면서 설계·공정 단가가 갑절로 높아졌다. 

 

물량도 많고 가격보다 성능에 민감한 프로세서·모뎀 등의 시장에서만 핀펫을 수용할 수 있었다. 2011년 양산이 시작된 28나노 HKMG 공정이 3~4년간 주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이제 다른 반도체도 노드 축소가 필요해졌다. 성능 개선이 아닌, 전력 소모량 감소를 위해서다. 성능 저하나 가격 부담 등으로 노드 축소를 꺼리는 마이크로제어장치(MCU), 무선통신(RF) 부품 및 아날로그 반도체 업계조차 이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FD-SOI 공정은 이들을 위한 최선의 대안이다. 22나노 FD-SOI 공정은 단가가 28나노 HKMG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다이(die) 크기가 20% 작고, 전력소모량은 70% 적다. 

 

16나노 핀펫과 비교하면 공정 가격을 결정하는 마스크 비용은 30~50% 싸고, 전력소모량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FD-SOI 소자를 동작시킬 때는 소수점 아래 한자릿수 정도의 전압만 필요하지만, 핀펫은 한자릿수로 10배 이상 증가한다.

 

▲FD-SOI 공정에서 제조된 트랜지스터(오른쪽)는 대량 생산용(Bulk) 상보성금속산화물반도체(CMOS) 공정과 마찬가지로 2차원(2D) 평면(Planar) 구조다./ST마이크로

 

이같은 특성은 FD-SOI 공정에서 활용하는 특수 SOI 웨이퍼 덕분이다. SOI 웨이퍼는 실리콘 웨이퍼에 얇은 산화막을 형성하고 그 위에 또다시 박형 실리콘 층을 입힌 구조로, 프랑스 소이텍(Soitec)이 독점 생산한다.

 

반도체는 입력전압이 동작전압 이상으로 커지면 소스에서 드레인으로 전자가 이동하면서 작동하는데, 28나노 이하로 미세화가 진행되면 2D 공정에서는 소스와 드레인 간 형성되는 채널의 길이가 짧아진다. 

 

다시 말해 채널 사이로 누설되는 전류가 커지고, 이에 받는 반도체의 영향도 커져 작동하지 않아야 할 상황에서도 전자가 이동하는 등 동작 특성(turn-off)에 문제가 생긴다. 

 

SOI 웨이퍼는 내부 산화막이 소스와 드레인 사이 누설되는 전류를 막아줘 전력소모량이 적고, 채널에 불순물을 주입(Doping)할 필요도 없다. 소프트웨어로 트랜지스터의 동작을 제어, 성능과 전력 소모량을 절충할 수 있다. 

 

일반 실리콘 웨이퍼보다 비싸지만 2D 평면 구조로 설계·제조 공정이 간단해 총 비용은 핀펫보다 훨씬 저렴하다. 다른 제조 공정보다 소자의 방사효과(radiation effect)가 100~1000배 적어 안정성도 높다. 

 

설계자동화(EDA) 및 설계·공정자산(IP) 툴이 한정적이었지만 NXP반도체와 르네사스, 소니 등과 삼성전자, GF 등 외주생산(Foundry) 업계가 생태계에 들어오면서 이 문제도 해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몇 없는 고객사를 위해 대량 투자를 진행, 핀펫 공정을 미세화하는 것보다 대다수의 고객사를 위한 FD-SOI를 선택한 것”이라며 “가격도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아 IoT 시장이나 자동차 시장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GF, FD-SOI로 무선통신(RF)·IoT·인공지능(AI)까지 공략

 

 

GF는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열린 회사 연례 행사 ‘글로벌 기술 컨퍼런스(GTC) 2018’에서 FD-SOI 공정(GF는 ‘FDX’라고 부른다) 사업의 방향과 로드맵을 발표했다.

 

GF의 주력 FDX 공정은 지난해 양산 개시한 22나노로, 현재 12나노 FDX를 개발하고 있다. 12나노 FDX 공정은 16나노 핀펫 공정보다 전력 소모량과 비용이 적지만 성능은 10나노 핀펫 수준으로 현재는 목표 성능의 90% 정도를 달성했다.

 

IP, EDA, 전용 반도체(ASIC), 후공정(OAST) 업계 등 협력사들을 모아 시스템온칩(SoC) 설계를 도울 생태계 프로그램 ‘FDX셀러레이터(FDXcelerator)’도 확장되고 있다. 물량이 적은 업체들을 위해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서비스도 제공한다.

 

겨냥하는 AI, 모바일, 5세대(5G) 이동통신, 자동차,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시장 등이다. 이날 발표한 솔루션은 무선통신 프론트엔드(RFFE) 모듈로 IoT 및 모바일 등 저전력 시장에 적합하다. 안테나까지 결합할 수 있어 5G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매지네이션은 GF의 22FDX에 저전력 블루투스(BLE) 및 IEEE 802.14.4용 IP ‘엔시그마(Ensigma)’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엔시그마는 웨이러블 컴퓨팅 기기, 헬스케어, 스마트홈 기기 등에 적합하다. 

 

심층학습(DL) 등 AI 관련 솔루션도 양산을 앞두고 있다. 

 

시냅틱스는 GF의 22나노 FDX 공정에서 테이프아웃(Tape-out·양산 직전의 상태)한 AI용 저전력 가속기를 발표했다. 이 가속기는 테라옵스(teraOPS,operation per second)급 성능으로 전력소모량이 적어 IoT 기기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FD-SOI 기술을 처음 개발한 ST마이크로도 GF의 22나노 FDX 공정에서 차세대 프로세서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보다 앞서가는 GF

 

 

FD-SOI 시장의 또다른 주자는 삼성전자다. 지난 2015년 ST마이크로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28나노 FD-SOI(28FDS) 공정을 양산하기 시작한 삼성전자는 내년 18나노 공정(18FDS)을 양산할 계획이다. 28나노 공정 라이선스는 내년 종료된다.

 

삼성전자의 18FDS는 28FDS보다 성능은 22% 높고 전력소모량은 37% 적다. 하지만 GF의 22FDX보다도 공급전압이 2배 높다. 그만큼 전력소모량이 많다는 얘기다.

 

▲제조사별 FD-SOI 공정 비교. 트랜지스터 밀도와 공급전압, 미세화 척도(CCP, M2P) 등을 보면 삼성전자보다 GF 공정이 좋은 결과를 냈다./IC인사이츠

 

GF는 2020년까지 독일 드레스덴에 있는 팹(Fab) 1의 22나노 FD-SOI 생산량을 40% 높이고, 2020년 상반기 내 12나노 FDX를 테이프아웃할 계획이다. 중국 청두에 신설한 팹 11에서는 내년 상반기 22나노 FDX 공정을 양산 전환한다. 

 

GF의 12나노 FDX 공정은 22나노 FDX 공정보다 동작 전압이 적고, 성능은 20% 높다.

 

업계 관계자는 “스핀주입자화반전메모리(STT-M램), 후공정 등 부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옵션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삼성전자는 FD-SOI 공정의 가장 큰 장점인 저전력 성능에서 밀린다”며 “기술 종주권을 가진 ST마이크로조차 GF의 손을 잡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시장은 GF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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