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베디드 플래시 대체… 스토리지급 메모리(SCM) 구현 용이

▲인텔이 내놓은 3차원 크로스포인트(3D Xpoint) 메모리는 상변화메모리(PRAM)의 일종이다./인텔

 

차세대 메모리가 속속 상용화되고 있다. 스핀주입자화반전메모리(STT-MRAM), 상변화메모리(PRAM)에 이어 이번에는 저항메모리(ReRAM)다.

 

이들이 겨냥하는 것은 내장형(embedded) 메모리, 캐시 메모리 등 틈새 시장이다. 특히 인공지능(AI) 시스템이나 차량용 시스템처럼 고성능·저전력 시스템에서 활용도가 높다. 

 

소자 단위로는 아직 D램이나 낸드 등 기존 메모리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지 못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일정 부분을 대체할 전망이다.

 

 

상용화 주자 늘어나는 ReRAM

 

 

▲차세대 메모리와 현재 쓰이는 메모리 기술 비교. 내년 Re램까지 상용화되면 Fe램을 뺀 나머지 메모리가 모두 시중에 나온다. 차세대 메모리는 기존 메모리보다 전력 소모량이 낮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물론 가격도 비싸다./업계 취합, KIPOST 정리

 

TSMC는 지난해 내장형 Re램 서비스를 로드맵에 포함시켰다. 올해 시생산, 내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Re램 업체 크로스바(Crossbar)는 주요 파운드리 업체 중 한 곳이 20나노대 로직 공정에서 내장형 Re램을 검증하고 있고, 10나노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이 파운드리 업체가 TSMC라고 추측한다. 실제 크로스바는 TSMC의 오랜 고객인 마이크로세미(Microsemi)에 Re램 라이선스를 줬다. 내년 Re램을 내장한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를 20나노대 이하 공정에서 양산할 예정이다.

 

180나노 MCU로 내장형 Re램을 처음 선보였던 파나소닉도 UMC와 40나노대 공정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TSMC는 내장형 메모리로 M램과 Re램을 동시에 개발 중”이라며 “Re램은 소재만 개발된다면 기존 상보성금속산화물반도체(CMOS) 제조 공정에서 몇 가지 단계만 추가해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장형 메모리 시장 파고드는 M램·Re램

 

▲임베디드 플래시 로직(eFlash Logic) 공정 개념도. 단순 로직 공정은 7나노 핀펫(FinFET)이 최첨단이지만, 임베디드 플래시 공정은 28나노까지 개발됐다./삼성전자

 

최근 차세대 메모리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메모리 업계가 아닌 파운드리 업계다. 최근 반도체가 점점 더 많은 역할을 하면서 수요가 늘고 있는 고성능 내장형 메모리로 쓰겠다는 전략이다. 

 

내장형 메모리는 마이크로제어장치(MCU) 등 논리 회로에 결합할 수 있는 메모리로 코드(Code)를 저장하는 장소로 쓰인다. 즉, 내장형 메모리의 용량이나 속도가 받쳐줘야 논리 회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내장형 메모리로 활용되고 있는 임베디드 플래시(eFlash) 공정이 기술 발전의 한계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회로 선폭이 줄어들수록 커패시터에 저장할 수 있는 전자의 수가 줄어들어 성능 개선이 어려운데다 동작 전압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eFlash 공정은 28나노가 최첨단으로, 7나노에 접어들고 있는 로직 공정에 비하면 한참 뒤쳐져있다. 

 

▲M램은 자기터널접합(MTJ)에 전류를 주입하면 저항값이 달라지는 점을 이용해 데이터를 읽고 쓰는 메모리다. 기존 트랜지스터 위에 형성할 수 있어 칩 소형화에 유리하다. 구조가 간단해 미세화가 쉽고 동작 방식 특성상 전력 소모량도 적다. 읽기·쓰기 속도도 빠르고 수명도 길다./글로벌파운드리

 

이를 대체해서 나온 게 M램이다.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GF)는 각각 28나노 완전 공핍형 실리콘-온-인슐레이터(FD-SOI) 공정과 22나노 FD-SOI 공정으로 내장형 M램(eMRAM) 옵션을 제공 중이다. 각각 그란디스(삼성전자가 인수)와 에버스핀(Everspin)의 기술을 활용한다.

 

내장형 M램은 MTJ를 메탈레이어 사이에 둬 트랜지스터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40나노 이하 공정에서 기존 내장형 메모리 로직 공정을 진행하려면 최소 12개의 마스크가 더 필요하지만 내장형 M램은 3장만 있으면 된다. 

 

기존 임베디드 플래시 메모리와 달리 별도의 면적을 할애하지 않고 만들기 때문에 칩 소형화에도 유리하고, 성능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2나노까지 미세화가 가능하다.

 

▲임베디드 메모리 성능 비교. eFlash(256KB)의 시간과 전력소모량은 각각 읽기/쓰기에 필요한 수치다. SRAM은 대기 전원 200㎻가 별도로 필요하다./TSMC

 

업계는 M램이 향후 eFlash는 물론 SRAM, 내장형 DRAM(eDRAM)까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글로벌파운드리(GF)는 임베디드 플래시 로드맵을 40나노까지만 잡아놓고, 그 이후를 MRAM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eFlash 용도로는 12나노까지, SRAM 용도로는 7나노까지 내장형 M램 로드맵을 짜놨다. 

 

삼성전자는 18나노 FD-SOI 공정과 14나노 핀펫 공정에도 내장형 M램을 접목할 예정이다. 

 

▲상보성금속산화물반도체(CMOS) 로직에서 ReRAM은 레이어 사이에 형성된다./크로스바

 

Re램이 겨냥하는 시장도 내장형 메모리다. Re램은 전류나 전압을 가했을 때 두 전극층(메탈) 사이 절연층의 저항이 바뀌면서 그 형태에 따라 데이터 읽기, 쓰기, 삭제 동작이 실행된다. 

 

M램이 고성능 MCU용이라면, Re램은 저성능 MCU용이다. M램보다 속도가 느리지만 구조가 매우 간단해 제조 공정이 단순하기 때문이다. 기존 상보성금속산화물반도체(CMOS) 공정과 통합도 용이하다.

 

크로스바에 따르면 Re램은 플래시 메모리보다 읽기 대기 시간이 100배 낮고, 쓰기 속도는 1000배 빠르다. 블록(block)이 아닌 비트 단위로 데이터를 읽고, 쓰고, 지운다. 전력소모량은 5배 낮고, 10년 이상 활용 가능하며 고용량화에 유리하다.

 

 

스토리지와 메모리 사이, 스토리지급 메모리(SCM)

 

 

▲메모리 계층 구조. 아래로 내려갈수록 용량이 커지고, 위로 올라갈수록 단가가 높지만 속도가 빠르다./Imec

 

차세대 메모리가 주목받고 있는 또 하나의 시장은 스토리지급 메모리(SCM)다. 

 

SCM는 D램처럼 빠른 데이터 읽기·쓰기를 지원하면서도 비휘발성인 메모리로, 주기억장치(RAM)과 보조기억장치 사이에서 데이터 병목현상을 줄이는 일종의 캐시메모리로 활용된다.

 

최근 인공지능(AI), 고성능컴퓨팅(HPC) 등으로 한 번에 처리해야하는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그만큼 수요도 높다. P램과 Re램 등 고용량화가 가능한 차세대 메모리가 SCM의 유력 후보로, 이 중 먼저 상용화된 것은 P램이다. 

 

인텔은 P램의 일종인 3D 크로스포인트(Xpoint) 메모리 기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옵테인’을 내놨다. 주 기억장치보다 캐시 메모리로 활용, 데이터 처리 성능을 대폭 높였다. 

 

메모리가 직접 데이터를 처리하는 ‘인메모리(In-memory)’ 기술도 P램을 중심으로 연구개발되고 있다. 

 

Re램 기반 SSD는 웨스턴디지털(WD)이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다만 SCM은 기존 메모리로도 구현할 수 있다. 삼성이 옵테인을 겨냥해 내놓은 Z-SSD는 싱글레벨셀(SLC) 낸드를 기반으로 한다. 넷리스트(Netlist)도 D램과 낸드를 결합한 ‘HYBRIDIIM’을 내년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 메모리 시장 대체는 힘들어 

 

 

초기 차세대 메모리는 낸드와 D램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아직 기술 발전 속도는 더디다.

 

M램과 P램은 기존 로직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쓰이지 않던 소재를 활용한다. M램은 자성체로 코발트철(CoFe)이나 니켈철(NiFe) 등을 활용하고, P램은 텔룰라이드(GST) 등 칼고겐화물을 쓴다. 

 

문제는 이들 소재가 식각 공정에서 손상을 입거나 공정 도중 쉽게 산화된다는 점이다. 성능을 낼 수 있을만큼 소재를 박막으로 얇게 증착하는 것도 수율 확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메모리 업계에서 차세대 메모리보다 고대역폭메모리(HBM)나 낸드 적층 기술에 집중하는 이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술이 발전해도 단가나 양산성 측면에서 기존 메모리를 완벽히 대체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용량, 속도, 비휘발성 등의 성능은 탁월해 내장형 메모리 등 틈새시장에 안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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