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투자 불가피… 낸드 컨트롤러 기술도 놓친다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 메모리 사업 인수가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반독점법 심사를 차일피일 미루고, 도시바 투자자들 사이에서 매각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자칫 불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만약 매각이 불발되면 어떻게 될까.


▲도시바 요카이치 팹 전경./도시바



SK하이닉스, 생산능력 확보 비상



낸드 시장에서 독보적 주도권을 쥔 삼성전자는 별 타격이 없지만,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진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타진한 이유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단숨에 2위로 올라서겠다는 전략 때문이다. 특히 팹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투자액 대비 비트그로스 증가율은 한계에 부딪혔다. 같은 금액을 투자해도, 3D 낸드는 2D 낸드보다 생산 단계(스텝)이 늘어나기 때문에 생산량이 그만큼 증가하지 않는다. 수율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삼성전자의 3D 낸드 라인 10만장 팹 생산성은 2D 낸드 20만장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2D 낸드 팹(Fab)을 3D 낸드로 전환하거나 단순 보완 투자로는 서버 시장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고부가 낸드 수요에 대응하기 힘들다.


실제 김정태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담당 마케팅 상무는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낸드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각 업체가 매년 6~7% 가량 생산량을 늘려야 할 것”이라며 “공정 전환이나 보완 투자가 아닌 신규 투자로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청주 M11, M12에서 낸드를 생산 중이다. 두 곳의 낸드 생산량은 300㎜ 웨이퍼 기준 각각 월 12만장, 4만장 수준이다. M14에서는 월 3만장이 생산된다. 이를 다 합쳐봤자 19만장이다. 2D·3D 낸드를 모두 합한 수치다.


업계 1위 삼성전자는 시안 1기 라인에서만 월 10만장 수준의 3D 낸드를 생산한다. 17라인, 팹(Fab) 18(P1-1)까지 합치면 월 22만장 정도다. 2D 낸드 생산량(30만장)은 별도다.


결국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만큼 생산량을 늘리려면 수 조원의 투자가 불가피하다. 삼성전자가 시안 2기 투자를 결정하면서 발표한 투자액은 70억달러(약 7조4900억원)로 300㎜ 웨이퍼 기준 월 생산량 10만장 정도다. 


도시바를 인수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도시바는 생산량으로만 따지자면 업계 1위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도시바는 요카이치 팹(Fab) 2, 3, 4, 5에서 낸드를 생산 중인데, 요카이치 팹4 한 곳의 생산량만 300㎜ 웨이퍼 기준 월 16만장으로 알려져있다. 여기에 웨스턴디지털(WD)과 힘을 합쳐 팹6, 팹7도 신설 중이다. 



낸드 기술 핵심 컨트롤러 기술도 보완해야



▲SK하이닉스가 올 초 개발한 4TB SATA SSD(왼쪽 뒤), 1TB PCIe SSD(오른쪽 뒤), 4세대(72단) 512Gb(기가비트) 단품(왼쪽 앞), SK하이닉스 자체 개발 SoC(System-on-Chip)인 낸드 컨트롤러(Controller)가 72단 3D 낸드 웨이퍼 위에 올려져있다./SK하이닉스


뿐만 아니다. 낸드 성능을 좌우하는 컨트롤러 기술도 보완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일찍이 낸드 컨트롤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다. 2012년 미국 낸드 컨트롤러 업체 LAMD를 인수하고 플래시 솔루션 디자인 센터를 설립, 이듬해 대만 이노스터의 eMMC 컨트롤러사업부를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에서야 일부 내재화에 성공했다. 


매각이 성사되도 10년간은 도시바의 지분 15% 이상을 보유하지 못하고, 기밀에도 접근할 수 없지만 웨스턴디지털(WD)처럼 생산시설에 공동으로 투자, 운영하는 거나 기술을 공동개발하는 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반도체 업체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며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 입장에서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긍정적으로 볼 이유가 없다”며 “매각이 불발되면 SK하이닉스는 낸드 시장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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