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Industry Post (kipost.net)]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독주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서 또 한번 초격차 전략을 편다. 핵심 장비를 입도선매(立稻先賣) 해 경쟁사나 후발주자 발목을 묶는 방식이다. 초미세 경쟁에서 세계 1위 TSMC를 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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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이 공급하는 EUV 장비 'NXE:3400B'. /ASML 홈페이지

 


삼성전자는 최근 ASML에 극자외선(EUV) 장비를 선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발주한 10대 외에 내년 15대를 추가 발주해, 올해 연말부터 내년까지 ASML이 삼성전자에 공급해야 하는 EUV 대수만 약 18~20대에 이른다. 



핵심장비 확보, 시장 패권 좌우


핵심장비 확보는 시장 상황을 예측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할 수 있다. 전방시장 수요가 있더라도 장비가 있어야 생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IoT)과 5G 통신 기술 발전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이 누구보다 발빠르게 핵심장비 구매에 나선 것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이미 한번 장비 수급난을 경험한 적 있기 때문이다.


올해 출시한 ‘아이폰X’부터 애플이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하면서 디스플레이 수요가 폭증했지만, 핵심 장비인 유기물 증착기는 일본 캐논도키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능력 증대를 위해 증착기를 선발주 하는 바람에 LG디스플레이, BOE 등 후발주자는 몇 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약 1년여를 기다려 장비를 도입 했지만 채산성을 갖추기까지 또 다시 수개월이 흘렀다. 삼성디스플레이와 후발주자와의 생산량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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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파운드리 업계 순위. /삼성전자, Gartner 인용

 

반도체 미세공정 역시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 모양을 인쇄해주는(패터닝) 노광(리소그래피) 장비가 필수다. ASML이 지난 2분기 출하한 EUV 대수는 총 3대로, 생산능력이 그대로라면 20대를 생산하는데 1년 반 이상 걸린다. 삼성전자 이외 경쟁사들이 최악의 경우 1년 반동안 EUV 장비를 기다리는데 허비해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생산량을 두배 늘려 분기당 6대를 출하할 수 있더라도 삼성의 주문량을 대는 데만 9~10개월이 걸린다. 



10만장 규모 팹에 EUV 7~8대 


삼성전자가 대당 1000억원이 넘는 고가 장비를 대거 발주하는 이유는 경쟁사 견제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사 파운드리와 메모리 라인에 그만큼의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EUV 장비를 7나노미터(nm) 이하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공정과 1z나노 단위 D램 공정에 투입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요구하는 EUV 기술 기준(스펙)은 소스파워 250W, 시간당 웨이퍼 처리량 125장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는 한 대만 있어도 월 웨이퍼 9만장 규모 생산이 가능하지만,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복잡한 칩은 다양한 회로를 구현하기 때문에 패터닝-증착-식각 등 공정을 여러 번 거친다. ASML에 따르면 7nm 공정에서 웨이퍼 월 4만5000장을 처리하려면 삼성전자가 요구한 스펙 기준 EUV 장비 약 8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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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공정별로 요구되는 패터닝 장비 시스템 대수. /ASML

 


삼성전자가 구축하는 파운드리 공정 1개 라인이 월 웨이퍼 생산량 8~10만장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16대의 EUV 장비가 소요된다. 5nm, 3nm 등 초미세공정으로 이동할수록 EUV 사용량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또 삼성전자는 오는 2020년 가동에 들어갈 1xnm D램에 EUV를 투입할 계획이다. 시스템반도체에 비해 구조가 단순하지만 월 10만장 규모 팹에 4대를 배치해야 한다. 1z D램이 본격 가동되는 시점에는 추가 발주가 이뤄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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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 EUV 도입 로드맵. /ASML

 


전세계 메모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시장 예측 능력은 여타 경쟁사보다 뛰어나다. 전자제품이라면 쓸 수밖에 없는 메모리 수요 조사를 통해 전방 시장의 2~3년 앞을 내다볼 수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관계자는 “1y(16)nm까지는 불화아르곤(ArF) 액침(이머전) 장비를 활용하고, 2020년부터 EUV를 사용해 1z nm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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