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그래픽프로세서(GPU) 개발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GPU 자체 개발을 공식화한 애플에 이어 삼성도 GPU를 직접 확보하면서 코어 GPU 프로세서 시장 구도도 변화가 예상된다.  


 

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 대량 데이터 처리가 당면 과제가 되면서 GPU의 중요성이 커졌다.자체 GPU를 조기에 확보해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는 시대적인 요구가 있다. 또 특정 협력업체에 의존해서는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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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 개발팀, SoC 개발실 산하로 편입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종합기술원에 있던 GPU 개발팀을 SoC 개발실 산하로 이전했다. 연구소 차원에서 진행하던 장기 프로젝트에서 상용화로 목표가 달라진 것이다. 빠르면 올해 안에 삼성의 자체 GPU를 장착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출시될 전망이다.


지난 2015년을 전후해 삼성전자는 사업부 차원에서 GPU 개발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증강현실(VR)이 주류 신사업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이에 맞는 기술을 확보하고자 했는데, 오큘러스VR에 투자를 하면서 직접 개발보다는 외주 개발을 맡기는 등 개발이 흐지부지 됐다. 


ARM이 ‘말리(Mali)’ GPU를 가장 먼저, 저렴하게 공급했기 때문에 모바일용 AP 개발을 위해서는 굳이 자체 GPU를 장착할 필요가 없었다. ARM이 삼성에 공급하는 GPU는 CPU 코어프로세서 공급가의 약 10%가 GPU 가격이었는데, CPU에 추가로 일종의 ‘끼워팔기’를 했기 때문에 삼성은 타사보다 약 3분의 1 저렴하게 GPU를 조달할 수 있었다.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AI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열리면서 GPU의 중요성이 커졌다. 최근 개발되는 AP는 GPU 블럭의 크기가 CPU보다 커졌다. GPU는 병렬컴퓨팅(동시에 다양한 데이터를 계산)이 가능해 대용량 이미지 처리는 물론 AI를 구현하는 데 유리하다. GPU 성능이 차세대 프로세서 시장과 이를 기반으로 한 완제품⋅서비스의 성패까지도 좌우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애플 역시 이매지네이션과 결별하고 직접 GPU를 개발하고 있다. 구글, 아마존, 바이두 등 인터넷 서비스 업계도 자체 AP와 더불어 GPU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은 자체 개발한 CPU 아키텍처를 ‘엑시노스9(9985)’에 첫 도입하면서 ARM과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DTV칩 역시 지난해부터 이매지네이션 ‘파워VR’를 새롭게 장착, 다양한 GPU를 시험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GPU 개발팀 소속이 SoC 개발실로 변경되면서 조만간 자체 GPU를 장착한 AP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프로세서 업계 전략 변화


GPU는 주로 게임이나 고해상도 이미지와 영상을 처리하기 위해 CPU를 보조하는 용도로 쓰였다. PC에 그래픽카드를 별도로 장착해 쓰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엔비디아와 AMD에 인수된 ATI가 시장을 나눠 가졌다.  


노트북⋅스마트폰이 주류가 되면서 경박단소화를 위해 CPU와 GPU를 통합한 프로세서가 개발되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GPU는 이미지 처리 부문을 담당하는 IP 한 블럭으로 기능했다. 대용량 그래픽 처리 성능이 필요한 작업이 일반적으로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GPU 시장 경쟁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저전력 스마트폰용 GPU 시장에서는 ARM에서 분사한 GPU 업체 이매지네이션이 주목 받았다. 이후 ARM이 자체 GPU를 출시하면서 모바일 GPU 시장은 PC시장처럼 두 업체가 과점해왔다.


변화 조짐은 모바일 AP 부터 시작됐다. 애플, 삼성전자, 화웨이 등 완제품 기업들이 자체 AP를 개발해 인텔 CPU와 결별했고, 애플, 퀄컴, 삼성전자는 코어 프로세서마저 내재화 했다. 


ARM은 사업 초기부터 삼성과 손을 잡았고, 이매지네이션은 스마트폰 초기 인텔과 애플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이 덕에 IP만 보유한 강소기업이 시장 전체를 장악할 수 있었는데, AP 대기업들의 특정 기업 종속도를 줄이려는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AP 기업들의 핵심 기술 내재화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건 오픈 아키텍처다. ‘리스크파이브(RISC-V)’ 아키텍처처럼 오픈된 형태의 GPU 아키텍처도 속속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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