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위해 턴키 방식 서비스를 도입한다. 고객사가 주문하는 기능을 설계해 생산하고, 펌웨어 등 솔루션까지 제공키로 했다. 기존 반도체 팹리스뿐만 아니라 산업 경계 없이 반도체가 필요한 모든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시스템LSI 파운드리 사업부 내에 시스템온칩(SoC)을 설계하는 디자인서비스팀 구성을 완료하고 고객사 확보를 위한 영업에 나섰다. SoC개발실에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을 담당하던 박재홍 전무가 주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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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스틴 삼성 파운드리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개발실은 그동안 자사 무선사업부에 납품할 반도체 설계에 주력했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CMOS이미지센서(CIS),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은 대부분 자사 내부거래시장(캡티브마켓)에 공급됐다. 중국에서 보급형 AP, CIS 일부 제품만 외부 고객사에 판매했다. 그것도 주문형반도체(ASIC)가 아닌 범용(commodity) 제품들이다. 

 

기존 SoC 개발실은 모뎀(베이스밴드)이 통합된 고사양 엑시노스 AP개발에 주력하고, 파운드리사업부로 옮긴 인력은 보급형 AP 개발과 턴키 서비스 디자인을 담당한다. 중요 설계자산(IP)은 직접 개발하지만 협력 디자인하우스로부터 조달하는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반도체, 4차 산업혁명은 시작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업계는 TSMC 처럼 다양한 고품질의 공정을 제공하거나 중국 업체들처럼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는 전략이 있다"며 "삼성전자는 이들과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디자인 서비스에 힘을 싣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단순한 파운드리 시장 안착이 아닌 보다 큰 그림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완제품(서비스), 모듈(솔루션), 반도체 개발, 반도체 생산으로 이뤄진 공급망의 중간단계를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제조사가 아닌 산업간 경계를 넘나드는 맞춤형 반도체 서비스 공급사로 자리매김 한다면 보다 큰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과 함께 제공하는 디자인 서비스는 맞춤형 반도체를 공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이 자사 데이터센터용 서버 AP를 삼성전자에 주문하면, 삼성은 구글이 요구하는 내용에 맞게 반도체를 설계·생산하고 주변 기능을 추가한 보드 설계도와 소프트웨어까지 함께 제공한다. 반도체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일반 서비스, 건설·기계·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군이 파운드리 서비스를 이용해 독자적인 시스템을 꾸릴 수 있다. 

 

실제로 삼성이 내놓은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아틱(ARTIK)'은 AP를 중심으로 여러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각종 소프트웨어를 지원, GE 같은 업체에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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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파운드리 현황. /삼성전자 제공

 

 

IDM 한계 어떻게 극복할까


사실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 강화 전략에 대한 기존 반도체 팹리스 업계의 시선은 아직 냉랭하다. 쉽게 말해 "종합반도체(IDM) 업체를 못 믿겠다"는 것이다. 

 

과거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사용했던 한 팹리스 업체 관계자는 "삼성 자사 제품 양산 일정이 촉박하니까 수량이 많지 않은 우리 제품 생산 일정이 뒤로 밀린 적이 있다"며 "또 다시 그런 일이 없으리라고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쟁 제품을 개발하는 SoC, 디스플레이솔루션, 이미지센서, LSI사업부로의 기술 유출 가능성도 여전히 삼성 파운드리를 꺼리는 이유다. 아무리 칸막이를 쳐도 내부 직원간 교류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이 파운드리 사업을 분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파운드리 매출액 중 40%를 외부 고객으로부터 얻고 있고, 이 비중을 늘리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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