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사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도입하고 있는 전자파(EMI) 차폐에 신공법은 내년부터 본격 적용키로 했다. 기존 방식으로 투자한 후방 협력 업체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일단 EMI 차폐를 위해 현재 시판 중인 '아이폰7'에는 물리증착(PVD) 장비를 이용한 스퍼터(Sputter) 기술을 주로 적용하고, 스프레이 방식은 내년 이후 차기 모델부터 도입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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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캔으로 차폐한 '애플워치' 모듈. /애플 제공


 


스프레이 방식은 접착재와 차폐 성분이 혼합된 소재를 노즐에서 뿜어내 입자가 반도체 표면에 달라붙게 하는 방식이다. 균일성만 충족된다면 두께를 자유자재로 조절해 차폐 효율을 높일 수 있고, 방식이 단순해 공정 비용이 저렴해진다. 장비 가격도 종전 방식에 비해 저렴해 투자비도 절감할 수 있다.


스퍼터는 플라즈마를 이용해 소재를 이온화해 반도체 표면에 달라붙게 하는 공법이다. 마이크로 단위 박막을 구현할 수 있어 반도체 전공정에서 회로를 구현하거나 터치센서 등의 배선을 그리는 데 쓰인다. 장비 가격이 높게는 50억원 수준으로, 투자비가 많이 든다. EMI 차폐를 위해서는 차폐재가 어느정도 두께감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스퍼터링을 4~5번 거쳐야 한다는 것도 단점이다. 스퍼터 횟수가 늘수록 챔버가 오염되고 클리닝도 자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애플은 실제로 개별 반도체 패키지에 스프레이 방식을 일부 적용하면서 신뢰성을 검증했고, 기술면에서는 당장 적용해도 무리가 없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애플은 이미 있는 인프라를 먼저 활용하면서 후방 산업이 준비되는 것을 기다리기로 했다. 가장 큰 이유는 EMI 차폐를 위해 애플 협력업체들이 투자한 고가의 장비가 감가상각이 아직 거의 안 됐다는 점이다. 또 다시 투자를 하고 구(舊)장비를 폐기하면 후방 업체의 손실이 크다.


차폐 소재나 스프레이 장비 이원화도 아직은 어렵다. 현재 스프레이 장비·소재 업체 중 실제 양산 적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곳은 프로텍과 엔트리움 정도가 꼽힌다. 완제품 업체 입장에서는 위험(리스크) 요인이다. 

 

업계에서는 여러가지 이유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스프레이 방식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대면적일수록 스프레이 방식이 간편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후공정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일단 인프라가 갖춰지면 스프레이를 전면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도입 시기는 내년 중순 차기 모델을 준비할 때쯤"이라고 추측했다.     

 


아이폰7 분해해보니, 까만 모듈이 빽빽


이전 피처폰과 스마트폰 케이스를 열고 분해하면 초록색 인쇄회로기판(PCB)과 검정색 반도체·수동소자, 은색 땜질 흔적을 주로 볼 수 있었다. 모듈별, 모듈 내 기능별 부품을 각각 구분하기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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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7을 분해한 모습. 케이스 외에 모듈은 대부분 까만 차폐재로 덮여 있다. /아난드텍닷컴 제공


아이폰7은 조금 다르다. 모듈 대부분이 그을린 듯 까맣다. EMI 차폐를 위한 실딩(Shielding) 때문이다. 애플은 이미 '애플워치'에 알루미늄 캔(Can) 실딩(Shielding)을 적용한 바 있다. 케이스를 제거하더라도 내부 부품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 

 

전자(Electric)나 자기(Magnetic)파는 서로 가까이 있으면 간섭현상을 일으켜 오작동을 유발하기도 하고, 이 때문에 열이 나기도 한다.기기를 좀 더 소형화하기 위해 여러 회로를 가까이 배치하면 EMI 간섭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실딩을 통해 미리 칸막이를 쳐준다. 

 

다기능·경박단소화 추세가 계속되면서 실딩 기술은 앞으로 점점 진화할 전망이다. 애플을 시작으로 스마트폰에 PCB,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등도 실딩이 되고 있다. 각 회로 부품이 발생시키는 전자기파 외에 이동통신, 와이파이, 블루투스, 와이파이, NFC, LoRA 등 다양한 통신 기술이 하나의 기기에 집적되면서 간섭 현상은 더욱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MI 차폐 외에 방열 기능을 추가하거나 기존 실딩 소재를 대체하는 다기능 복합 소재 수요도 늘고 있다. 접착제와 차폐재를 혼합하거나 방열과 EMI 차폐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소재, 반도체용 몰딩과 방열·차폐를 한꺼번에 구현할 수 있는 소재가 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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