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스앤미디어가 ‘한국의 ARM’을 노리고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유일 반도체 설계자산(IP) 제공 업체다. 현재 세계 IP 시장 19위 순위를 기록 중이다. 반도체 설계 업체에 비디오 코덱 IP 등 소프트웨어 형태로 판매한다. 

 

연산프로세서(CPU)와 그래픽프로세서(GPU), 버스 등을 칩 설계 업체에 제공하는 ARM이 대표적인 IP업체다. 

 

IP 사업은 팹리스 업체와 신뢰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한 만큼 진입장벽이 굉장히 높다. 칩스앤미디어는 세계 80여개 팹리스 업체와 거래 중이다. 세계 1위 차량 반도체 업체 NXP(옛 프리스케일),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 DJI 자회사 팹리스 업체 등을 주요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비디오 IP는 틈새 시장에 불과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비디오 IP 시장이 크게 성장해 주류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사물통신(IoT)∙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신산업 수요가 매년 빠른 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칩스앤미디어는 영국 이매지네이션, 미국 베리실리콘과 더불어 세계 3대 비디오 IP 업체로 손꼽힌다. 비디오 IP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칩스앤미디어 매출 및 수익성은 매년 큰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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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기술 사진./ LG전자 제공 

 

 

 

올해 대규모 라이선스 계약 봇물...하반기 굵직한 계약 3~4건 더 남았다

 

 

칩스앤미디어 매출은 크게 라이선스와 로열티로 구분된다. 라이선스는 팹리스 업체에 IP를 제공할 때 처음 받는 계약금이고, 로열티는 IP가 채택된 칩이 팔릴 때마다 수량 기준으로 받는다. 퀄컴이나 ARM이 휴대폰 팔릴 때마다 기술 사용료를 받는 것처럼 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칩스앤미디어 라이선스와 로열티 매출은 각각 절반 정도 차지하고 있다. 

 

칩스앤미디어가 100만 달러 이상 규모 라이선스를 맺는 경우는 일년에 두 건 정도다. 그러나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200만 달러에 육박하는 라이선스 건이 2개 나왔고, 하반기에도 3~4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사물통신(IoT)∙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신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비디오 IP 대량 수주가 늘어난 덕분이다. 올 초 칩스앤미디어는 세계 드론 1위 업체 DJI 관계사 팹리스 업체와 17억원 규모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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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기술 사진./ LG전자 제공

 


 

기술력 하나로 IP 시장 불모지 국내에서 성공

 

 

당초 칩스앤미디어 창업자들은 TV용 디지털 칩 사업을 위해 뭉쳤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들은 칩스앤미디어 기술력을 인정해주지 않았다. 

 

칩스앤미디어는 아예 세계 시장을 무대로 설계자산(IP)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IP 사업은 벤처기업이 하기에는 너무도 어렵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IP 기업들은 초기 엄청난 자본금을 쌓은 후 시작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런 지원을 받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IP 기업은 고급 설계 인력을 고용해야 하지만, 첫 매출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팹리스 업체들이 이름도 없는 벤처기업 IP를 써줄 가능성은 굉장히 낮기 때문이다. 

 

칩스앤미디어도 초기 자본금이 바닥나 지분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창업자들이 지분을 모두 포기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칩스앤미디어는 팹리스 업체와 관계의 끈을 놓지 않았다. 

 

4~5년 전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했고, 지금은 80여개 글로벌 팹리스 업체와 거래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사물통신(IoT)∙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시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기회만 잘 활용한다면 칩스앤미디어가 한국의 ARM으로 성장하는 것도 허황된 꿈은 아니다.  

 

현재 칩스앤미디어 경쟁사는 영국 이매지네이션, 미국 베리실리콘 두 회사다. 이매지네이션은 애플 지분 투자를 받은 후 대외 IP 사업에 소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리실리콘은 칩설계가 주력인 회사로 비디오 IP 분야에서는 칩스앤미디어보다 기술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칩스앤미디어는 고화질 영상 촬영 및 재생, 저전력 및 소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IP를 더욱 고도화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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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기술 사진./ LG전자 제공


 

 

매출은 꾸준하게 늘고, 이익은 퀀텀 점프

 

 

올해 상반기 칩스앤미디어 실적은 기대 이상 수준이었다. 하반기 실적은 더욱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칩스앤미디어는 상반기 매출 58억원, 영업이익 7억원, 당기순이익 9억원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는 매출 80억~90억원, 영업이익 30억원, 당기순이익 40억원 이상을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통상 IP 라이선스를 맺으면, 2년 뒤부터 로열티 매출이 나온다. 스마트폰 등 IT 제품은 5년 정도 로열티 수익이 난다. 하지만 차량 반도체는 8~10년 정도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로열티 매출이 나온다. 

 

최근 칩스앤미디어가 차량 반도체 업체와 맺은 라이선스 비중이 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로열티를 받는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로열티 사업 매출이 더욱 안정화된다는 이야기다. 

 

설계 인력이 회사 핵심 자산인 만큼 비용도 대부분 70여명 인건비가 차지한다. 일반 제조업처럼 매출이 늘어난다고 해서 비용도 늘어나지 않는다. 회사 평균 비용은 연간 90억~100억원 수준이다. 

 

칩스앤미디어 연구인력 평균 연봉은 1억원 이상 수준으로 웬만한 중소기업 CEO 수준과 맞먹는다. 대기업으로부터 스카웃 제의가 와도 이직하는 건 굉장히 드물다. 

 

올해 칩스앤미디어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15%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15% 매출이 성장한다고 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올해보다 70% 가량 늘어난다. 

 

실제로 2012년 영업이익률은 9.9%에서 2013년 12.7%로 올랐고, 2014년에는 18.8%, 2015년에는 19.5%까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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