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움츠러들었던 낸드 플래시 시장에 봄비같은 투자가 이어지면서 훈풍이 불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2조~2조5000억원 자금을 투자해 3D 낸드 플래시 생산능력 확대에 뛰어들고 있다. 

 

경기도 화성 공장 17라인 2단계 투자를 3D 낸드 플래시용으로 결정하고 12인치 웨이퍼 월 4만장 규모 생산능력을 구축할 계획이다. 연말에는 평택 신공장 3D 낸드 플래시 라인 투자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향후 삼성전자 3D 낸드 플래시 생산 거점은 중국 시안-화성-평택 3각 축으로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올 초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투자가 잇따르는데 이어 3D 낸드 플래시 투자까지 가세하면서 IT 설비 투자 시장 규모를 키우는 모양새다. 모두 삼성이 촉발시킨 투자 사이클이다. 

 

일각에서는 3D 낸드 플래시 투자가 OLED 못지 않은 빅 사이클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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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노트북PC와 SSD./ 삼성투모로우 제공 

 

 

 

3D 낸드 플래시도 빅 사이클 가능할까 

 

 

지난 달 낸드 플래시 관련 장비 업체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삼성전자 3D 낸드 플래시 투자가 본격화된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3D 낸드 플래시 분야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사들과 더욱 격차를 벌리고 있다. 

 

3D 낸드란 기존 반도체 미세공정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데이터 저장 공간(cell capacitor)을 평면에서 수직 구조로 구현한 제품이다. 기존 2D 낸드보다 읽고 쓰는 속도가 빠르고 저장 용량이 크다. 무엇보다 전력 소모도 줄어든다.

 

3D 낸드 플래시 기술면에서 삼성전자는 독보적인 기업이다. 지난 2013년 2세대 32단 낸드 플래시 양산에 성공했다. 지금은 3세대 48단 낸드 플래시를 양산 중이다. 

 

SK하이닉스 등 후발 업체들은 삼성전자를 추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2 공장에서 36단 제품 양산에 성공했고, 연내 48단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경기도 이천 신공장 M14 2층 라인에서도 3D 낸드를 생산할 계획이다. 

 

도시바는 하반기 일본 요카이치 팹2 공장에서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하기로 했다. 3D 낸드플래시 신공장 건설 계획도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싱가포르 낸드 플래시 공장을 3D 낸드 라인으로 전환 중이다. 연내 3D 낸드 양산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인텔도 중국 다롄 시스템반도체 공장을 3D 낸드 라인으로 전환하고, 연내 양산할 계획이다.

 

낸드 플래시 업체들이 잇따라 3D 낸드 설비투자에 나선다면 충분히 투자 빅 사이클이 도래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3D 낸드 생산량이 늘어나면 낸드 플래시 시장이 공급 과잉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과거 치킨게임처럼 업체간 무시무시한 가격 경쟁을 벌여야 할 수 있다. 

 

반도체는 수요 탄력성이 굉장히 높은 제품이다. 단 1%만 공급과잉이어도 가격은 10% 이상 폭락할 수 있고, 1%만 부족해도 반대로 가격은 크게 뛴다. 

 

가뜩이나 중국 업체들이 낸드 플래시 시장에 도전장을 낸 상황이다. 몇 년 후에는 중국산 낸드 플래시가 세계 시장에 깔리게 된다. 공급과잉 위험을 감수하고 기존 메모리 업체들이 무리하게 3D 낸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된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3D 낸드 대규모 투자라기보다는 차기 기술 확보를 위한 차원 정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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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SSD./ 삼성투모로우 제공

 

 

 

삼성전자발 3D 낸드 플래시 치킨게임 스타트?

 

 

삼성전자발 낸드 플래시 치킨 게임 가능성도 최근 산업계에서 떠도는 이야기다. 

 

사실 삼성전자는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치킨게임을 벌릴 수 있을 정도로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충분히 후발 업체를 시장에서 퇴출 시킬 만한 힘도 있다. 

 

그러나 치킨게임으로 인해 삼성전자가 얻는 실익이 없다. 

 

과거 치킨게임으로 일본, 대만 메모리 업체들이 시장에서 퇴출됐다. 가격 경쟁 압박을 견디지 못한 탓이다. 

 

현재 중국 업체들은 일본, 대만 업체들과 다르다. 중국 업체들은 정부로부터 천문학적인 자금을 지원받아 낸드 플래시 라인 투자에 나섰다. 설비 투자로 인한 감가 상각 부담이 거의 없다. 생산수율이 낮아도 적자를 내면서 얼마든지 낸드 플래시를 시장에 뿌릴 수 있다. 

 

삼성전자가 치킨게임을 벌린다면 낸드 플래시 사업 이익이 떨어질 게 뻔한데 굳이 실행할 유인이 적다. 

 

오히려 치킨게임이 벌어지면 중국 업체가 아닌 SK하이닉스, 도시바, 마이크론 등 기존 업체들이 먼저 나가 떨어질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으로부터 견제받는 기업이 될 수밖에 없다. 자국 대표 메모리 업체를 퇴출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결코 삼성전자가 원하는 시장 구도가 아니다. 치킨게임을 바라는 것은 중국 기업들일 수도 있다. 도시바 등 한계기업을 인수해 기술력을 흡수할 기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한국거래소가 3D 낸드플래시 25조 추가 투자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답변으로“기사에 게재된 낸드 투자와 생산규모는 사실과 다르다”며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이 같은 답변은 삼성전자가 시장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낸드 플래시 생산능력 확대에 나설 의도가 없음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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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D 시장 추이./ IHS 제공

 


 

3D 낸드, 기존 낸드 플래시 대체재 아닌 보완재로 봐야

 

 

OLED는 기존 LCD를 대체하는 대체재다. 그러나 3D 낸드는 기존 낸드 플래시를 대체하기보다는 보완재 정도로 보는 게 옳다.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3D 낸드로 부가가치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기존 낸드 플래시 대신 3D 낸드를 썼다고 해서 스마트폰 가격을 올리기는 어렵다. 

 

3D 낸드의 가장 큰 수요처는 엔터프라이즈 서버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다. 빅 데이터 시장이 커지면서 SSD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SSD 시장 규모는 2015년 141억 달러에서 2020년 247억 달러로 연평균 11.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버용 SSD 시장 성장 속도는 PC용 SSD 성장에 비해 매우 빠른 편이다. 

 

PC용 SSD는 전체 SSD 시장에서 2015년에 54%를 차지했으나 2020년에는 43%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서버용 SSD는 2018년에 48%를 점유하면서 PC용 SSD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서버 스토리지 기업 EMC는 중형급 올플래시 스토 리지인 ‘유니티’에 삼성전자 3D 낸드를 적용한 SSD를 탑재하기로 했다. HP엔터프라이즈도 삼성전자의 제품을 활용해 16TB의 차세대 스토리지 시스템을 내놓을 예정이다.

 

서버용 SSD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대다수 메모리 업체들이 뛰어들 정도로 시장 파이가 커질 상황은 당장 전개될 가능성이 낮다. 

 

자율주행 전기차, 가상현실(VR), 드론 등 새로운 반도체 수요처가 나오기 전까지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의미있는 수준으로 3D 낸드 투자에 나설 업체는 많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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