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두루 거친 한국인 메모리 전문가가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반도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 됐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치킨게임 당시 한국 메모리를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킨 공이 있는 인물이 참여하면서 중국의 ‘반도체 대국굴기’에도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인 직원들이 함께 칭화유니그룹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기업과 정부가 반도체 관련 퇴직자 관리에 손 놓고 있는 사이 공정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한 메모리 반도체 노하우가 중국으로 그대로 흘러간 셈이다.

 


어떤 일을 하나


지난해 칭화유니그룹은 대만의 한 반도체 컨설팅 회사를 인수합병(M&A) 하면서 마이크론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힘을 보탰다. 이 회사는 싱가폴에 적을 둔 한국인으로 구성된 회사와 손잡았다. 싱가폴 컨설팅 업체는 하이닉스 부사장, STX솔라와 (주)한화 사장을 역임한 최진석씨다. 메모리 업계 출신 후배들과 대만 등 동남아 지역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대만은 반도체 기반이 잘 닦여 있지만 메모리 업계는 한국과 치킨게임에서 패배해 고전해왔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육성 정책 일환으로 대만과 양안 협력 무드를 조성하면서 이 회사에도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인 팀이 칭화유니그룹에서 맡은 역할은 조기 공정 안정화다. 메모리 반도체의 수율 개선이 주요 과제다. 메모리 반도체는 ‘황금 수율(웨이퍼 투입 대비 생산량이 이상적인 수치)’이 95% 이상이다. 웨이퍼 한장을 넣었을 때 제대로 작동하는 칩이 100개 중 95개 이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반도체 회로 설계 기술력이 있더라도 수율을 잡지 못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 업계 관계자는 "'수율 몇% 달성'이라는 목표를 아예 계약사항에 넣은 것으로 안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출신 인재들을 끌어모아 기술력을 갖추는 건 시간 문제"라고 설명했다.  


지난 연말 칭화유니그룹과 SK하이닉스 협력설이 돌았던 것도 하이닉스 출신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양사간 공식-비공식 교류가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SK하이닉스는 “칭화유니그룹으로부터 협력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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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SK하이닉스 제공


 

정부 펀드를 등에 업은 중국 메모리 업체가 수율까지 확보하게 되면 범용 D램, 낸드플래시 시장에 또 한번의 치킨게임을 일으켜 시장을 잡으려고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왜 중국인가


삼성전자 임원을 거쳐 하이닉스 부사장까지 오른 최진석씨는 한때 ‘수율의 달인’으로 불렸다. 하이닉스를 세계 1, 2위를 다투는 메모리 기업으로 키워낸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지난 2009년에는 하이닉스 회생의 주역으로 인정 받아 산업은탑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한 2011년 퇴직해 반도체 외주생산(파운드리) 사업 등을 타진했지만 불발됐고, 태양광 분야로 옮겨 ‘제2의 반도체 신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지난해 조용히 태양광 업계를 떠났다. 이후 컨설팅을 본격 시작하면서 반도체 업계로 복귀했다.


그가 중국으로 떠난 이유는 한국에서의 홀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 메모리 업체 두 곳에서 모두 임원을 역임 했지만 2010년 CEO 경쟁에서 밀려 사임했다. 실력이 있어도 복잡한 사내 정치 지형상 이전 직장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 협력 업체로 옮기기에는 이전 직급이 너무 높았다. 퇴직한 전문가들이 갈 수 있는 곳이 국내에는 사실상 거의 없다. 

 

한 반도체 업계 대표는 "아무리 기술적으로 공을 세운 전문가라도 회사를 떠난 다음에는 별 관리를 받지 못한다"며 "요즘에는 한창 일할 나이에 퇴직을 하는데 중국에서 제안이 오면 가지 않을 사람이 오히려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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