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반도체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잇따라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이다. 

 

최태원 회장이 사실상 친정 체제로 복귀하면서 더욱 공격적인 M&A 행보를 보이고 있다. M&A를 기회로 성장을 거듭해온 SK그룹이 또 다시 퀀텀 점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SK그룹은 여러 국내외 반도체 업체를 대상으로 M&A를 시도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출신 임형규 부회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이 직접 영입에 공을 들였을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다. 사실상 SK그룹 내 반도체 사업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시바 낸드 플래시 사업, SK하이닉스 손에?

 

 

현재 SK그룹이 추진 중인 가장 큰 M&A 프로젝트는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낸드 플래시 사업 인수다. 

 

SK하이닉스 낸드 플래시 사업은 기술 경쟁력 및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삼성전자 및 도시바에 비해 뒤처졌다. 낸드 플래시 사업 초기 8인치 팹을 활용해 생산했고, 투자 우선 순위에서도 D램에 밀린 탓이 크다. 현재 SK하이닉스는 트리플레벨셀(TLC)과 3D 낸드 등 차세대 기술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미국 등 해외 반도체 기업을 인수하면서 메모리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향후 공격적으로 생산능력 확대에 뛰어들 경우 SK하이닉스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인텔마저도 사실상 낸드 플래시 시장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도시바 낸드 플래시 사업을 인수한다면 SK하이닉스로서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도시바는 지난해부터 재무적인 문제로 낸드 플래시 사업 매각을 검토 중이다. 현재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중국 기업도 도시바 낸드 플래시 사업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D램에 비해 낸드 플래시 사업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라며 “도시바 낸드 플래시 사업을 인수한다면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도시바 낸드 플래시 사업 매각은 일본 정부의 정치적 판단까지 걸려 있는 만큼 SK하이닉스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SK그룹 측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도시바 낸드 플래시 사업 인수를 검토하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copy(1448005457)-EBB095EC84B1EC9AB120SKED9598EC9DB4EB8B89EC8AA420EC82ACEC9EA5203A20KIPOST.png

 

▲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왼쪽 세 번째)이 협력사 공장을 방문했다. / SK하이닉스 제공

 

 

 

SK그룹, 소규모 M&A로 반도체 사업 영역 확장 노려

 

 

SK그룹은 국내 중소중견 반도체 기업 인수도 검토 중이다. 올 초 SK텔레콤의 동부하이텍 인수건이 증권가에 알려지기도 했다. 동부하이텍은 국내 유일 아날로그 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동부그룹이 재무적인 문제로 매물로 내놨는데,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가 유력 인수 업체로 부상했었다. 한국 정부는 SK그룹이 인수해 달라고 비밀리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K그룹이 SK하이닉스와 동부하이텍의 시너지효과가 미미하다고 판단함에 따라 결렬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SK그룹은 소규모 M&A로 반도체 후공정 모듈, 소재 사업 진출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 매출은 17조1000억원이다. 이 중 원재료 비중은 약 21%로 3조6000억원에 이른다. 원재료는 웨이퍼를 제외하면 소재가 대부분이다. 

 

SK그룹이 일부 소재만 수직계열화한다고 해도 상당한 규모의 계열사를 키울 수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핵심 소재 중 상당 부분을 일본 등 해외 기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SK그룹이 당장 손쉽게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메모리 모듈 사업이다. 현재 메모리 모듈은 킹스톤, 에이데이터 등 글로벌 업체들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에센코어 같은 계열사가 SK하이닉스로부터 웨이퍼를 공급받아 조립 및 유통을 담당한다면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에센코어는 지난 2013년 SK C&C가 인수한 홍콩 스마트 디바이스 유통업체다. ISD테크놀로지에서 에센코어로 사명을 바꾸고, 지난해부터 반도체 모듈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 출신 반도체 전문가 김일웅 박사 등이 합류하면서 반도체 관련 회사로 탈바꿈했다. 

 

최근 에센코어는 국내 팹리스 업체 티엘아이와 손잡고 중국 스마트폰·태블릿PC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로부터 낸드 플래시 웨이퍼를, 국내 팹리스 티엘아이로부터 컨트롤러 칩을 공급받아 초저가 임베디드멀티미디어카드(eMMC)를 생산한다. 얼마 전 미디어텍·스프레드트럼 등 중저가 스마트 기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업체로부터 플랫폼 승인을 받았다.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 관련 매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에센코어에 낸드 플래시 컨트롤러를 납품하는 티엘아이 인수도 검토 중이다. 티엘아이는 반도체 후공정 업체 윈팩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어 SK그룹으로서는 매력적인 M&A 대상이다. 스마트폰용 수동소자와 압전 소재를 생산하는 이노칩테크놀로지도 SK그룹 M&A 대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생산한 DDR4 메모리 모듈 / SK하이닉스 제공

 

 

 

 

SK그룹 성장 DNA는 M&A...SK하이닉스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SK그룹은 M&A로 성장해온 기업이다. 1980년 대한석유공사(현 SK이노베이션)를 시작으로 1997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2002년 신세기통신, 2012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등 대형 M&A를 잇따라 성공시켰다. 현재 그룹 내 주력 상장사 대부분이 M&A로 편입된 셈이다.

 

지난 8월 SK C&C와 SK를 합병해 사업 지주 회사 체제를 구축했다. SK그룹은 반도체 (SK하이닉스), ICT (SK텔레콤), 에너지 (SK이노베이션, SK E&S), 제약 (SK바이오팜) 등 4개의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그룹의 시너지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최근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최태원 회장은 내년 경영 화두로 ‘파괴적 혁신’을 제시하고, 향후 그룹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추가 M&A를 추진 중이다. 

 

SK그룹 내 반도체 사업 핵심을 담당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공격적인 M&A에 나서려면 기존 지배구조로는 쉽지 않다. 

 

최근 SK는 SK와 SK텔레콤 분할신설법인(가칭 SK하이닉스홀딩스)의 합병 추진 소문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를 받고 전면 부인하는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는 SK그룹이 현재 ‘SK →SK텔레콤→SK하이닉스’의 지배구조에서 향후 SK하이닉스를 SK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반도체 사업을 그룹 핵심 부문으로 육성하려면 ‘SK텔레콤→SK하이닉스’ 지배구조보다 ‘SK (자체사업으로 반도체 모듈/소재 사업영위)→SK하이닉스’가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지주회사의 수입배당금액에 대한 익금불산입특례(익금불산입 비율: 과세소득으로 인식하지 않는 비율)에 따라 감세효과도 있다. 

 

현재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는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에 따라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적극적으로 지배구조를 확장할 수 없다. 향후 SK하이닉스가 SK 자회사로 올라오면 공격적인 M&A나 합작사 설립으로 지배구조 확장도 가능해진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