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드라이 에처(dry etcher)’ 공정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D램 미세공정을 25나노에서 20나노로 전환했고, SK하이닉스는 최근 26나노에서 21나노로 바꾸고 있다.

대부분 장비는 개조해서 쓸 수 있지만, 폴리(Poly) 드라이 에처 장비는 새로 구입할 수밖에 없다. D램 공정을 20나노 중반에서 초반으로 전환하는데 보완 투자 중 상당 부분은 드라이 에처 부문에 투입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 모두 폴리 드라이 에처 공정 탓에 20나노 초반 D램 수율이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폴리 드라이 에처 공정 조건(recipe)을 확보하지 못해 21나노 D램 양산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20나노 D램 양산에 돌입한 덕분에 SK하이닉스보다 훨씬 앞선 공정 조건을 확보했다. 하지만 생산 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폴리 드라이 에처 공정을 더욱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삼성투모로우 제공



20나노 초반 D램 시대...램리서치, 신데렐라로 급부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0나노 초반 D램 경쟁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은 램리서치다. 램리서치는 폴리 드라이 에처 분야에서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 등 경쟁사보다 훨씬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램리서치는 SK하이닉스 21나노 D램 프로젝트 '데뇌브(Deneb)'에서 협력사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와 손잡고 20나노 D램 양산을 위한 폴리 드라이 에처 공정 구축에 성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플라즈마 반사 효과(Plasma Reflecting Effect) 탓에 되면서 공정 수율을 잡지 못하는 기술적 문제를 겪고 있다. 램리서치와 기술 협력을 강화하면서 문제를 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20나노 D램 전환 때 똑같은 문제를 겪었다. 삼성전자는 램리서치로부터 기술 지원을 받는 동시에 자체 기술을 확보해 어느 정도 공정 조건을 잡았다. SK하이닉스와 램리서치가 21나노 D램 공정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삼성전자가 이미 채운 빈 퍼즐을 찾아야 한다.

 


삼성전자, AMAT 지렛대 활용해 램리서치 견제

 

삼성전자는 폴리 드라이 에처 공정 조건은 잡았지만, 램리서치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기 위해 AMAT를 활용하고 있다. 폴리 에처 시장에 램리서치 독점 체제가 강해지면서 장비가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램리서치에 수차례 장비 가격을 인하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예전과 달리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램리서치로서는 자사 제품을 위협할 제품이 없는 상황에서 가격을 깎아줄 이유가 없다. 주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입장을 고려해 생색내는 수준에서 가격을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AMAT로부터 폴리 드라이 에처 장비 16대를 구입하면서 램리서치를 긴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램리서치 장비 만큼 성능이 나오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분간 폴리 드라이 에처 장비를 이원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램리서치의 경쟁우위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드라이 에처 장비 국산화, 갈 길 멀다

 

국내 드라이 에처 기술 수준은 램리서치·AMAT 등 선두 업체에 비해 크게 뒤처진 실정이다. 박막 증착(CVD) 기술이 상당 부분 국산화된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국내 반도체 소자 업체들은 드라이 에처 장비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일부 국내 장비 업체가 드라이 에처 장비를 국산화하기도 했지만, 원천 기술이 취약해 품질 수준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드라이 에처 장비는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고 제품수명주기도 짧다. 램리서치 등 글로벌 업체 수준의 개발 능력을 확보하려면 플라즈마 소스 원천 기술뿐 아니라 채임버 등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고객사 요구에 맞춰 이미 판매한 장비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해줘야 한다.

 

그러나 국내 장비 업체들은 이 같은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역량과 기반이 취약하다.

사실상 반도체 소자 업체들은 램리서치·AMAT 등 글로벌 장비 업체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드라이 에처 업체를 지렛대로 활용하는 실정이다. 반도체 소자 업체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드라이 에처 기술 국산화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드라이 에처는?  

 

드라이 에처는 크게 폴리·옥사이드·메탈 세 가지 부문으로 나뉜다. 

 

D램에서는 폴리 에처, 낸드 플래시에서는 옥사이드(Oxide) 에처가 중요해지고 있다. 폴리 에처는 파워가 약하지만, 정교한 미세패턴을 가능케 한다. 램리서치가 폴리 에처 분야에서는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옥사이드 에처는 파워가 세지만, 정교성은 다소 떨어진다. 최근 낸드 플래시가 3D 수직 구조로 바뀌면서 비아(Via) 홀 등을 가공하는데 옥사이드 에처가 대량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옥사이드 에처 분야에서는 램리서치와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가 비슷한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메탈 에처는 활용도가 줄어들면서 점차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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