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처음 14나노미터(nm) 공정 양산에 성공하면서 스마트폰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서 한발 앞서간 삼성전자가 당초 기대와 달리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ARM 코어가 서버에서는 모바일 시장과 달리 인텔과 차별화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그렇다고 인텔과 협업하기에는  최근 AP, 반도체 외주생산(파운드리), 메모리 등 반도체 전반에서 묘한 경쟁구도를 이루고 있어 마땅한 코어 프로세서 대안을 찾기 힘들다.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쥐려면 서버용 AP 보유 필수

 

사물인터넷(IoT) 시대 플랫폼을 장악하려면 자체 서버용 CPU를 갖는 게 유리하다. AP는 운영체제(OS)와 밀접한 관련을 맺을 수밖에 없다. 안드로이드 OS 스마트폰 업계 1위인 삼성전자는 자사 AP 기술 덕분에 OS에 최적화된 스마트폰을 조기에 개발할 수 있었고, 독자 OS를 쓰는 애플 역시 OS와 AP간 최적화의 이점을 누리고 있다.  

 

IoT 허브 역할을 할 마이크로서버(홈서버)나 클라우드용 서버 AP를 보유한다면 이 시장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각종 IoT 기기와 서버간 연동도 쉽게 할 수 있다. 

 

하드웨어 성능에서 우위를 보인다면 삼성전자 자체 OS ‘타이젠’ 확산도 가능하다. 애플, 샤오미 등 전후방 경쟁사가 서버용 CPU를 직접 개발하고 구글이 서버용 CPU 개발팀을 꾸리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ARM ‘저전력’ 강점, 서버서는 아톰에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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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 64비트 코어프로세서 ‘코어텍스(Cortex) A-57’/자료=ARM

 

 

ARM은 간단한 명령어 구조를 가진 RISC(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 아키텍처를 이용해 복잡한 CISC(complex instruction set computer) 구조의 인텔 프로세서를 스마트폰 시장에서 제칠 수 있었다. 

 

하지만 서버용 프로세서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인텔은 x86 아키텍처 계열 프로세서에 RISC 기술들을 상당부분 접목해왔다. 또 이미 표준화가돼 복잡한 연산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제온(Xeon)’, ‘제온 Phi’ 등 x86 계열 프로세서를 대체할 기술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서버는 아직까지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ARM 등이 진입할 여지가 있다. 성능과 전력⋅공간 효율성을 다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도 신규 업체가 진입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다.   

 

이 점에서 ARM 프로세서는 아직까지 인텔 코어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초에야 ARM 64비트 코어프로세서 기반 칩 샘플이 나오기 시작해 아직 양산 수준에 이르른 곳도 없지만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강점인 전력 효율성도 인텔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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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과 인텔 서버용 프로세서 비교./자료=포브스

 

 

ARM 기반 CPU를 개발할 때 기존 애플리케이션과 호환성 문제도 걸림돌이다. 인텔 x86 계열이나 아톰 프로세서를 이용하면 호환성 문제가 없다. 반면 ARM 기반 칩을 개발하려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 개발 부담이 추가된다. 같은 RISC 아키텍처 기반인 MIPS도 서버 시장에 진출했지만 애플리케이션이 없어 채택률이 낮다. 

 

ARM은 IoT용 오픈 OS인 ‘엠베드(mbed)’로 IoT 생태계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자사 서버와 연동되는 통신프로토콜 등을 제공한다. IoT 기기 생태계 장악력을 이용해 서버용 칩 시장에 침투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14나노 핀펫(FinFET) 공정, ARM 구원투수 기대

삼성전자는 현재 세계에서 유일한 14나노 파운드리 양산 업체다. 인텔 14나노 ‘브로드웰’이 테스트 양산 수준에 그쳤고 후속 모델인 ‘스카이레이크’는 10월 이후에 본격적으로 상용화 될 것으로 보인다.

 

20나노대에서 14나노로 진입하면서 삼성전자는 성능을 높이고 전력 소모량을 대폭 낮출 수 있는 공정 기술력을 확보했다. 

 

AP는 성능(프리퀀시, Frequency)⋅전력(볼티지, Voltage)⋅발열(써멀, Thermal)간 최적점을 찾는 게 관건이다. 한 블럭에 100개 이상 회로를 그려야 하는 14나노 공정에서는 경우의 수를 테스트한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양산에서 가장 빨랐던 삼성전자가 ARM 기반 서버 CPU 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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