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가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뒤 한국에서 메모리 관련 인력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데요. 이를 보는 한국 메모리 업계의 마음은 어떨까요. 메모리 강자 한국, 이들의 속내를 들어봤습니다.


요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부 임직원을 상대로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BOE의 러브콜이 본격화됐기 때문입니다. BOE에서 소형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을 총괄했던 왕 모 사장이 반도체사업부를 맡게 됐는데, 혼자 퇴임 1년 이상 임원들을 상대로 계속 접촉 중입니다. 조건은 최대 연봉 5배, 보너스 2배. 부장급 등 실무진이나 연구개발(R&D)부서의 수석급 공정 및 설계 엔지니어에게는 헤드헌터들이 연봉 3배를 내걸며 접근하고 있답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산업부가 임원들을 모아 내부 직원 단속을 요청한 데 이어 회사 내부적으로도 임직원간 소통을 늘리고 있다네요. 퇴사의 ‘퇴’ 자만 꺼내도 컴퓨터 기록을 면밀히 조사한다는데요.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실제 퇴사 의사를 밝히면 이를 협박 도구로 삼기 위한 차원입니다.


하지만 아직 큰 움직임은 없는 상태입니다. 이유는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앞서 말한 협박도 그 중 하나입니다. 법적 소송을 걸어 앞날을 완전히 막아버리겠다는 거죠. 한 번 소송을 당하면 이것저것 복잡한 문제가 많아지니 쉽게 옮길 마음을 먹을 수가 없죠. 여기에 ‘당근’도 줍니다. 현직에겐 임금 인상을, 퇴직한 임원급은 지금보다 고액 연봉을 조건으로 협력사나 관계사 고문으로 일정기간 근무하게 하는 방안을 제시한다네요.


사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BOE의 성공 가능성입니다. 이들에게 BOE의 제안은 매력적입니다. 특히 자의든 타의든 인생 2막을 준비해야하는 50대 임원급들에겐 더욱 그렇죠. 하지만 이들에게는 BOE가 실제 반도체 사업에 얼마나 지속적으로 투자할지, 기술만 알려주고 낙동강 오리알이 되진 않을지, 궁극적으론 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걱정입니다.


업계에선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사업부 출신 A사 대표는 “BOE가 ‘선택과 집중’처럼 전략을 정해놓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여러 솔루션을 검토 중이라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시각이 대다수”라며 “예전 액정디스플레이(LCD) 당시 BOE로 건너간 한국 인력들이 단물만 뽑히고 잘렸던 게 업계에 파다하게 알려져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도체 중고장비 업체 B사 대표는 “실제 BOE 반도체 사업부에 간 엘피다 출신 임원이 현장에서도 성공 가능성을 50대50으로 본다며 3~5년만 하고 그만 둔다고 말할 정도로 불투명하다”며 “메모리는 기술이 1~2년마다 한 번씩 바뀐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영입된 인력이나 라인당 12인치 웨이퍼 기준 라인 하나당 50~60억달러에 달하는 설비투자의 지속성 등에서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고 전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사업부 R&D 출신 C사 대표는 “실무진이나 R&D쪽에선 세계 1등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고 대부분 젊은 맞벌이 부부라 가족이 걸림돌”이라며 “중국으로 간다는 걸 설득하기도 쉽지 않고 부모님을 두고 멀리 가는 것도 꺼려해 임원급들보다는 이직 논의가 덜하다”고 말했습니다.


▲반도체 검사 공정/ 삼성전자 제공


하지만 협력사 출신 임원들은 내심 BOE의 접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팹)을 지원하던 외국계 장비업체 임원들이 대표적인데요. 이직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이들은 보통 퇴직 후 국내 협력사로 옮기거나 특정 장비를 전문으로 다루는 리퍼브업체 등을 세웁니다.


삼성전자 협력사 외국 장비업체 D사 임원은 “현재 받는 임금보다 3배만 많이 준대도 옮길 것 같다”며 “물론 일정 기간 이상 근무는 필수적”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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